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키스, 포옹, 툭툭 치기 안 됩니다. 농담, 장난, 까꿍도 금지합니다.”
-영화 ‘그때 그들’
그의 참모는 총리에게 주의사항을 일일이 나열합니다.
국제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
그러나 ‘까궁 금지’ 같은 황당한 주의사항까지 듣게 된 당사자는 오히려 태연합니다.
“유권자들은 내 방식을 좋아한다”
이탈리아 정치인 베를루스코니를 영화화한 작품 ‘그때 그들’에 등장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아슬아슬한 막말과 기행으로 유명하죠.
“선택이 잘 됐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나만의 플레이보이 기술로 이겼다”
-2005년 타으랴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에게
상대국 대통령에게 ‘선탠이 잘 됐다’는 농을 던지는가 하면
여성 대통령에게는 모욕적인 언사로 외교문제를 일으켰지만
그의 반응은 늘 같았습니다.
“농담인데, 뭐 그렇게까지...”
며칠 전 구속된 그 역시 자신이 뱉어놓은 혐오의 말들을 그저 ‘웃자고 찍은 영상’이었다고 말하죠.
“차량 넘버를 다 알고 있다”
“자살 특공대...”
-김상진, 유튜버
“혼잣말이 협박인가?” 변호인은 그렇게 항변했습니다.
세상은 기어이 두 쪽이 나려는 듯
상대방을 조롱하고 멸시하는 말들은 넘쳐나서 독설의 강도는 말 그대로 ‘독’을 뿜습니다.
5월 광주를 가해했던 비하의 말들 역시
특정 극우사이트에서 유행하던 조롱이었다 하고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먹었던 피자도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그냥 웃자고 한 일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주말을 넘어 계속 논란인 단어 역시
그것을 차용한 당사자조차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는 해명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담인데...” 혹은 “모르고 한 말인데 뭐 그렇게까지...” 라고 넘어가기엔 독성은 너무 길고도 넓게 퍼져나가는 법
“키스, 포옹, 툭툭치기 안 됩니다. 농담, 장난 까꿍도 금지입니다”
-영화 ‘그때 그들’
그러고 보면 저 정도의 수준은
우리가 거의 매일 접하고 있는 독설들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에 속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되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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