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과학·북툰·SOD

[신박한과학] 무질서하게 보이는 혼돈 속에서도 논리적인 법칙이 존재한다|카오스 이론

Buddhastudy 2024. 11. 26. 19:37

 

 

카오스는 우주가 발생하기 이전의 원시 상태

컴컴한 텅 빈 공간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흔히 혼돈이라는 뜻으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다.

 

물리학에서는 불규칙적인 결정론적 운동을 가리키기도 한다.

 

1960년대 미국의 어느 기상연구소에서

에드워드 로렌츠라는 기상학자가

3계 미분 방정식을 풀던 중, 소수점 셋째 자리 미만을 생략했는데

전혀 엉뚱한 기상 예측이 나오고 말았다.

 

이를 나중에 검토하던 중

초기 조건을 아주 미세하게 다르게 입력했을 때

예측되는 기상 상태가

극심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미세한 오차가 다른 오차를 낳고

새로운 오차가 또 다른 오차를 낳는 식으로

연쇄 효과를 일으켜 큰 오차를 내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일어난다는 가설이 제기되었으며

로렌츠가 연구한 나비 효과가

이론적 발판이 되어 연구에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카오스 이론은

무질서하게 보이는 혼돈 속에서도

논리적인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카오스 이론에 대해 알아보겠다.

 

 

--20세기 과학의 3대 발견

 

20세기 전반까지는 데카르트와 뉴턴으로부터 태동해

꾸준히 입지를 굳혀온 결정론

즉 자연적 현상이나 역사적 사건, 인간의 행위는

어떤 외적인 힘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이론과

환원주의적,

즉 존재하는 모든 다양한 현상을

최하위 계층의 법칙과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입장의 과학관이

주도해 온 시기였다.

 

하지만 20세기 후반기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생명현상, 응집현상, 비선형 패턴, 복잡계 등

복합적인 현상을 다루는 과학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며

비결정론적, 유기체적 과학관이

그 자리를 대체해가고 있다.

 

지난 200년간

학문 세계에서 절대적 지위를 누려왔던 결정론은

그 지위를 서서히 상실해 가고 있으며

우연이라는 학문적으로 다루기 힘든 수많은 대상들이

학자들의 노력으로 그 정체가 규명되어 가고 있다.

 

특히 비전문적인 대중들로부터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카오스 이론은

우리말로 혼돈으로 번역되며

천지창조 이전의 혼란스러움

또는 무질서, 대혼란 등의 의미를 가진다.

 

초기 그리스의 우주론에서

코스모스의 대응 개념으로 사용된 카오스는

다른 한편으로는 그 내면에

창조의 근원이라는 이미지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카오스 이론은

복잡성의 과학으로 대변되는

과학계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카오스 현상은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과 더불어

20세기 과학의 3대 발견이라고 말하는 학자들이 있을 정도로

과학적으로 중요한 발견으로 손꼽힌다.

 

그렇다면 카오스 이론은

과연 무엇에 관해 연구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이 되면 한 번씩은 태풍이 불어온다.

그 무렵이 되면 우리는 TV를 통해

저기압이 더 발달할 것인지 아니면 쇠퇴할 것인지

또 한국을 지나갈 것인지 아닌지 등에 관한

일기예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화성으로 탐사선을 띄우는

오늘날의 첨단 과학으로도

이 태풍의 발생과 변화 추이는 거의 예측이 불가능하다.

 

제주도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했는데

전혀 피해가 없는가 하면

제주도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큰 피해를 입기도 하는 경우를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바로 이처럼 계의 상태 변화가 매우 불규칙적이어서

미래의 상태에 대한 실질적인 예측이 불가능한 운동을

규명해 내는 연구가 바로 카오스 이론이다.

 

카오스의 연구 목적은

무질서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상 속에 숨어 있는

정연한 질서를 끄집어내어

새로운 사고방식이나 이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학이

어떤 하나의 법칙에서 하나의 결과를 이끌어낸 데 비해

카오스는 몇 가지 효과가 서로 작용하여

질서나 무질서 상태가 된다는 내용을 다룬다.

 

난류는 가장 전형적인 카오스의 예로

물을 처음 가열할 때는

매우 질서 있게 움직이다가

가열이 심해지면 대류에 흐트러짐이 생기고

차츰 무질서한 상태가 된다.

 

해류의 흐름이나 대기의 흐름 등

자연계의 흐름 대부분이 난류이며

이곳에서는 어김없이 카오스가 발생한다.

 

이 밖에 나뭇잎의 낙하운동, 조혈작용 등의 생체 현상

전력의 흔들림, 지진 발생, 메커니즘 등과 우주에 대해서는

시공의 구조와 블랙홀 부근의 별의 운동 등에서

카오스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듯 카오스 연구는

수학, 물리학, 기상학, 생물학, 의학, 천문학, 경제학 등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면 근 200여 년간 인류의 사고를 지배해온 결정론적 세계관은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붕괴되기에 이른 것일까?

 

 

--뉴턴주의적 결정론의 태동, 라플라스의 계획

 

1800년경 유명한 수학자인 라플라스는

자신의 <천체역학>에서

모든 행성이 지니는 고유의 불규칙성의 이면에도

일정한 주기성이 존재함을 증명함으로써

뉴턴 역학이 지니는 결정론적 세계관의 확고한 토대를 제공했다.

 

그리고 천체역학의 문제를 완결지은 뒤에는

한 걸음 나아가

여타 분야에도 이 뉴턴주의를 적용하려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진행시켰다.

 

나폴레옹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서 진행된

소위 라플라스 프로그램에서는

, , 전기, 자기 등의 다양한 현상들을

물질입자 내지, 무게가 없는 입자들과

그것들 사이의 인력과 청력과 같은 근거리 힘을 사용해서

수학적으로 설명해 내려는 웅대한 계획이 추진되었고

그 결과 뉴턴주의적 결정론은

자연과학의 모든 분야에 파급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결정론의 확립에 지대한 공을 세운 라플라스는

라플라스 악마에서 재미있는 가정을 하나 들고 있다.

 

라플라스 자신보다

훨씬 더 우수한 수학적 능력을 가지고

우주의 모든 초기상태 조건을 알고 있는 악마가 있다면

그 악마는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적용해

세상에서 일어날 모든 일들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알아버린 악마는

훨씬 손쉽게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라플라스가 제시했던

조금은 엉뚱한 가정의 내용이다.

 

결국 라플라스의 생각은

이 우주는 초기에 주어진 조건으로부터

인과적으로 작동하는 하나의 정교한 기계장치와 같으며

톱니바퀴처럼 연결된 인과의 고리를 잘 따라가면

얼마든지 미래에 일어날 일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카오스 이론의 등장

 

그러나 카오스 현상이 발견됨으로 인해

라플라스의 이러한 주장은 퇴색되고 만다.

 

카오스는 초기 조건에 극히 미세한 차이가

미래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엉뚱한 결과로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양자역학 분야에서

비결정론적인 세계관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이후

그와는 별도로

복잡성의 과학에 관한 관심이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고조되었다.

 

카오스 이론은 1963

MIT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결정론적인 비주기적 유동이라는 논문을

한 기상학 잡지에 발표하면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당시 로렌츠는 기상 현상을

몇몇 단순한 수학 방정식을 사용하여 기술하는 과정에서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커져서

마침내 그 결과에서는 엄청나게 큰 차이로 나타난다는 것을

컴퓨터의 도움으로 발견했다.

 

이 현상은 요즘의 사람들에게는

[나비 효과] 혹은 [갈매기 효과]라는 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라플라스식의 결정론적인 물리세계가 아닌

비가역적이고 비결정론적이며

기본적으로 혼돈적인

자연에서 나타나는 질서를 찾는 카오스 이론은

학계와 특히 일반 대중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프리고진의 유기체적, 비결정론적 세계관

 

카오스 이론은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발전했지만

사실상 카오스 이론의 핵심적인 논의가 포함되어 있는 비평형 통계역학은

1977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벨기에의 화학자, 일리야 프리고진에 의해서 보다 선구적으로 전개되었다.

 

프리고진의 과학사상은

흔히 혼돈으로부터의 질서라는 말로 대변된다.

프리고진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주요 결론 중 하나에 이르게 된다.

즉 거시적 물리학의 수준이건, 미시적 수준이건

모든 수준들에서 비평형은 질서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비평형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를 가져오는 것이다.”

 

프리고진의 저작인 <있음에서 됨으로> 역시

그의 사상에 대한 핵심적인 논의를 담고 있다.

그에 의하면 있음의 세계는

기계론적이고 결정론적이며

뉴턴이 발전시킨 고전역학적인 세계관

즉 라플라스적 세계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됨의 세계

진화론적, 유기체적, 비결정론적이며

이 영역에서는 열역학과 엔트로피 법칙이 적용된다.

즉 대칭을 파괴하는 선택 원리로서

엔트로피 법칙은

자연계에 대한 확률적이며 통계적인 해석을 낳게 되는 것이다.

 

엔트로피 법칙은

본래 자연은 질서로부터

무질서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이 엔트로피 법칙을

비평형 통계역학 속에서 다시 새롭게 발전시켜서

질서에서 무질서가 나타나는 것보다는

무질서에서 질서가 나타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자연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양의 사상과 닮은 카오스 이론

 

프리고진의 사상은

유기체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의 기계적 철학에 회의를 느끼고

동양의 신유학에 탐닉했던

조지프 니덤의 사상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

 

프리고진 역시

중국 연금술에서 행해졌던 시간 조작과

연금술사들이 바탕으로 했던 사상인

노장사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양의 노장사상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프리고진도 존재 그 자체를

시간과 독립된 정해진 현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혼돈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재의 본질이 발현된다고 보고 있다.

 

이렇듯이 프리고진은

자신의 비결정론적, 유기체적, 생태론적 세계관이

유기체적인 동양 사상과 유사하다는 것을

자신의 책에서 인정하고 있다.

 

 

--새로운 과학과 의식의 전환

 

우리가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과학은

17세기에 일어난 과학혁명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성과 선형적인 논리에 기초를 두고 있어서

비약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사람으로 말한다면 원리 원칙에만 얽매이고

변화와 응용은 거부하는 타입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을 일컬어 엄밀과학이라 한다.

 

17세기 이후 엄밀과학은

그것을 채택한 나라에게는 힘과 부를 가져다주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발흥한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득세로

이 지구촌은 온통 강대국들의 땅따먹기 경연장으로 변해버렸다.

 

이 와중에 벌어진 온갖 살육과 파괴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것이었으며

생태계 파괴, 인종 박멸, 노예 사냥과 같은

역사적 비극이 이때 다 저질러진 것이다.

 

복잡성의 과학은

이전의 과학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기존의 과학이 오로지 인간 본위의 입장에 서 있다면

복잡성의 과학은

인간과 자연, 생태계 사이에 조화와 공생을 고려한다.

 

다시 말하면

이전의 과학이 상극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복잡성의 과학은 상생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과학상의 업적을 린 마굴리스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 박사의 전 부인이기도 한 마굴리스는

약자를 정복하고 지배하는 것이 곧

자연의 원리라는 남성 중심의 사유는

결코 자연의 보편원리가 아니며

진화라는 현상도

이전의 적자생존의 법칙보다는

공생의 원리로 더 잘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

 

마굴리스가 지은 <마이크로 코스모스>의 한 대목을 보면

경쟁이 협력보다는 더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겉보기에 약한 어떤 유기체는

집단체의 부분이 됨으로써

오래 살아남아 온 반면

협조하는 기술을 전혀 배우지 않은 강자들은

진화적으로 멸종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그녀는

나와 조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가 하는 것을

복잡성의 과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결국, 마굴리스가 전하는 메시지의 결론은

새로운 진화론은

진화 요인이

경쟁과 도태보다는 협력에 있다는 것과

나는 항상 사회 속에 있으며

내 자신이 전체를 구현한다고 하는 자각의 중요성

그리고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남도 변할 수 없다는 것 등을 역설하고 있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평화롭게 날아다니는 나비 때문에

며칠 후 뉴욕에는 폭풍우가 몰아닥쳐

차들이 뒤집어지고, 건물의 유리창이 박살날지도 모를 일이다.

카오스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일들이 충분히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환경 시스템,

그리고 사회라는 조직도 이와 같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으로 행한 작은 행동 하나가

지구 환경 전체에 또는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논리도 충분히 성립 가능하다.

상생의 정신에 입각한 나 하나의 행동이

얼마든지 사회 전체를 바꾸는

긍정적인 촉매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복잡성의 과학은

기존에 1+1의 논리를 초월한다.

1+12가 아니라

10이 될 수도 있고, 100이 될 수도 있다.

 

1100으로 만들어내는 놀라운 기적은

다름 아닌

나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