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주말 부부입니다.
남편은 일 때문에 서울에 살고, 저와 아이들은 지방에 살아요.
1, 2년 있으면 남편이 다시 지방으로 올 줄 알았는데
상황이 달라져 최소 5년 정도, 혹은 그 이상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저에게 아이를 데리고 서울로 이사를 오라고 했고
전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중3 딸인 큰애가 이사를 강력히 반대해요.
친구들 때문이라네요.
울고불며 자기 혼자 두고 가라더군요.
몇 날을 설득해도 소용없고요.
당연히 가야 하는 거라고 부모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제가 말했지만
아이의 저항이 너무 심해요.
몇 달 안에 갈지 안 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딸내미 설득도 못하는 제 자신이 한심하고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큰애 밑에 동생들은 아빠랑 살고 싶다고 날리고
머리가 아파요.
억지로 끌고 가는 게 맞는지
서로 불편하더라도 이 상태로 떨어져 사는 게 맞는지
남편도 원하고 교육 환경도 서울이 더 나을 테고
막연한 기대감도 있어서 저는 가고 싶은데
큰애가 난리를 치니 어찌해야 할까요?//
여러분이 만약 여기 엄마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번에 제가 여러분에게 전달해 드릴 내용은
이런 문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한 부분은 아닙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중학생 딸아이가 반대해서 이사 못 가는 경험을 하는 부모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은
이런 문제를 발생하게 만드는 가족관계의 역학입니다.
가족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었길래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가
그 원리와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주고
긍정적인 가족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유익해요.
가족관계 역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부모들은 이런 문제를 결코 풀어낼 수 없어요.
중3 딸아이가
단순히 친구들 때문에 이사 가는 걸 강력히 반대한다고만 생각하시면
이 문제가 안 풀립니다.
그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거든요.
우선 이 가족의 이슈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뭘까요?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다른 것들을 희생하더라도 가족에게 있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가족이 같이 사는 겁니다.
가족이 같이 살면서, 같이 밥을 먹고
즐거움을 공유하며
사랑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그것이 가족이 주는 특권이자 혜택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나이가 어리다면
가족이 같이 살면서
여러 가지 추억을 만들고
이 가족의 끈이 튼튼해지도록
정서적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일이에요.
이런 경험들이 아이가 성인이 된 후에도
평생 동안 가족을 위주로 사랑하면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본 틀을 잡아줍니다.
그런데 이 가족에게 드디어 같이 살 수 있는 기회가 왔잖아요.
그러면 기쁜 마음으로 가족이 서울로 이사하여 같이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겠죠.
그런데 중3 딸아이가 반대해요.
그냥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며칠을 설득해도 소용없을 만큼 완강히 반대합니다.
이건 왜 그런 걸까요?
아이가 중3 정도가 되면 친구들이 생길 수 있고
친구들과의 우정이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건 일반적으로 모두 공감하실 수 있어
특별한 현상은 아닐 거예요.
그러나 친구가 아무리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한들
그것이 일반적으론 가족보다 우선순위가 높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딸아이에겐
가족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것이 친구들이에요.
아무리 친구들이 좋다 한들
아이가 엄마 아빠를 더 사랑한다면
그렇게 완강하게 반대하진 않을 거예요.
그리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마음 아픈 일이겠지만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더 우선적으로 생각해 주는 것이
원칙적으론 더 올바른 방향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가
엄마 아빠보다 친구들을 더 사랑한다는 게 문제예요.
친구들 때문에 이사를 못 간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이가 부모를
친구들보다 덜 사랑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친구를 더 사랑한다는 건
가족은 덜 사랑한다는 뜻이에요.
부모가 듣기에 이 말은 정말 뼈가 아프시겠지만
사실을 직시해야 문제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친구들을 좋아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가 안 풀리거든요.
아이가 가족을 덜 사랑한다는 인식을 하실 수 있어야
비로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아이가 친구들을
자신의 가족보다 왜 더 사랑하게 된 걸까?
이것을 이해하시려면
여러분은 사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셔야 하는데
사랑이란 과연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요?
사랑이란
그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이 좋아서
그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것이 어떤 분들에겐 개똥철학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사실은 대체로 이것이 사회 심리학자들이 밝혀준
사랑이라는 마음의 실체입니다.
여러분은 사랑하는 그 사람과
왜 같이 있고 싶어 합니까?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즐겁거든요.
그래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즐거움을 같이 공유하는 활동을 많이 합니다.
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즐거움을 공유하는 게
대체로 전부 다 빠져 있습니다.
또 그 사람은 나를 정말 공감해 주거든요.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사람과
우리는 같이 있고 싶어요.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랑하게 됩니다.
제가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 관련하여
부모님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그 부분
아이에게 특별한 뭔가를 굳이 해주려고 하시지 말고
아이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달라는 점
아이들은 그것을 사랑으로 해석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부모를
아이들은 사랑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사람과 있으면 즐겁고, 내 마음도 잘 이해해 주니
그 사람을 가장 많이 보게 되어
대면 접촉 시간이 늘어납니다.
눈으로 자주 보게 되는 것이 사랑이에요.
호감이 있는 사람을 우리가 자주 보게 되면
결국 사랑하게 됩니다.
특별한 사이가 되요.
그래서 사랑이란 게 별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만약 저와 특별한 친구가 되고 싶으면
저와 200시간만 같이 보내시면 됩니다.
같이 밥을 100번만 먹으면 돼요.
그러면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잖아요.
지금까지 설명한 이 사랑의 활동을 중3 딸 아이가
가족이 아니라 누구랑 한 겁니까?
친구들이랑 한 거잖아요.
엄마랑 아빠랑은 하지 않고
아이가 부모랑 즐거운 시간을 지금까지 많이 보냈을까요?
대체로 안 그랬을 것 같죠?
아빠는 일하러 서울에 가고
엄마랑도 즐거운 시간을 같이 한 경험이 부족할 거라고
전 확신합니다.
아이도 어렸을 때 엄마 아빠랑 놀고 싶었겠죠.
그런데 안 놀아주잖아요.
저도 어린 시절엔 아빠를 사랑했단 말이죠.
아빠와 많이 놀고 싶었는데
거의 놀지 못했습니다.
초등 4학년 때 한 번은 아빠가 저와 공놀이를 해줬으면 해서
아빠랑 놀아달라고 했어요.
아버지는 같이 놀아주시긴 하셨는데
10분 정도 놀아주시고 바쁘다고 그냥 가셨습니다.
전 그것이 참 아쉬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러면 여기서 질문
“제가 그 이후로 아빠랑 놀았겠습니까?”
그 공놀이가 아빠와 했던 마지막 놀이였어요.
아이는 영원히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나랑 놀아주지 않으시면
나랑 놀아줄 친구를 찾게 되어 있고
다시는 부모랑 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엄마들은 유머스럽게
아이가 놀아줄 때 열심히 놀아줘야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아이들은 그 어느 시점까지는
부모를 그냥 사랑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사례에서
나이가 아직 어린 둘째 셋째는
아빠랑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는 거예요.
아빠랑 놀고 싶고, 아빠랑 같이 있고 싶거든요.
그 시기가 지나버린 큰아이는
이제 더 이상 안 그런 것이 문제이지만요.
부모가 아이랑 놀아주지 않으면 뭐가 부족해집니까?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대면 접촉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즐거움과 대면 접촉 시간은
사랑이란 마음에 구체적인 실체예요.
엄마는 딸아이가 이사 가기 싫어하여
완강히 반대하는 그 마음을
온전히 공감하고 있습니까?
평소에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엄마였을까요?
대체로 아닐 것 같죠.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내 엄마 아빠일지언정 사랑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누가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줍니까?
나와 나이가 같은, 나와 비슷한 내 친구들
그래서 청소년들에겐 친구들이 정말로 특별한 거예요.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이 소중한 친구들을 두고 어떻게 떠납니까?
엄마가 만약 나의 이런 마음을 잘 공감해 주지 않고
대안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이사를 가야 한다고 종용했다면
완강한 반대를 할 수밖에요.
그리고 애초에 엄마가
아이가 완강히 반대할 것을 모르셨다면
아이 마음을 그만큼 모르고 있으셨다는 뜻입니다.
사랑은 포기할 수가 없단 말이에요.
그 사랑 때문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사랑은 엄청나게 강렬한 힘입니다.
그러면 평소에 지금까지 제가 설명했던 부분들
아이와 즐거움을 공유하고
아이 마음 잘 이해해 주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부모는 소홀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소홀했기 때문에 사랑의 우선순위에서
아이 친구들에게 부모가 밀리는 거예요.
아이의 마음속에
한때 가득했던 부모에 대한 사랑이
이제 친구들로 바뀌는 겁니다.
만약 부모가 그런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정도 희생하려고 할 겁니다.
사랑의 가장 큰 표현은 희생이니까요.
사랑한다면 나의 소중한 그 어떤 것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은
아이가 청소년이 되었을 때
사랑의 우선순위에서
내가 아이 친구들에게 혹시 밀리는 것이 아닐지를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아이를 너무 어리게만 보지 마시고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같이 잘 놀아주고, 마음 읽어주고
같이 시간 보내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길 바랄게요.
아이가 아이라고 불릴 수 있는 그 시기는
너무나 짧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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