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아직 잘 모르는 취학전 유아들에게
글자를 읽어보게끔 해봤어요.
테스트에 사용된 단어들은
평소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이름들이었죠.
그러나 아이들은 글자를 전혀 못 읽습니다.
글자만 보면 말문이 막혀버렸어요.
그래서 연구원이 다음 테스트엔
과자 봉지 이미지를 보여주었어요.
그랬더니 이번엔 아이들이 놀랍게도
글자를 정확하게 읽어내기 시작합니다.
글자만을 보여줬을 때엔 못 읽던 아이들이
과자 봉지 사진을 보여주니
글을 읽어내는 모습은 신기한 장면이었어요.
글자만을 보여줬을 때엔 못 읽던 아이들
과자봉지 사진을 보여줬을 때엔
어떻게 정확히 글자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엄밀히 말하면
아이들이 글자를 읽은 건 아니죠.
아이들은 그 과자들을 좋아하기에
그 과자들의 이름을 소리 정보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 봉지 이미지를 보고
그 소리 정보를 머릿속에서 끄집어 낼 수 있었던 것이죠.
이런 실험 결과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아이들이 한글을 어떻게 잘 읽게끔 도와주냐는
그런 단순한 꿀팁 같은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그러했듯이
아이들도 언젠가 한글을 읽게 됩니다.
한글 익히는 것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제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유아 키우는 엄마들은
한글 따위로 아이 키우는 것과 관련하여
걱정하시면 안 됩니다.
이번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잘 기억한다는 현상입니다.
그 과자들을 좋아하기에
그 과자들의 이름을 소리 정보로 더 잘 기억하게 되었고
소리를 잘 기억하니
그 소리에 해당하는 글자들도 더 빨리 익히게 된다는 원리예요.
좋아하게 되면
더 빨리 익히게 된다는
학습 원리가 숨어 있어요.
그러면 우리 부모님들의 육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겠습니까?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하면
더 빨리 하게끔 할까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되겠죠.
매우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대다수의 부모님들의 관심이
어떻게 해야 아이가 빨리 하게끔 할까에 맞춰져 있습니다.
빨리 하게끔 하는 일반 부모들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리고 남들도 대부분 하고 있는 방법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시키는 거죠.
그래서 그 재미없는 한글 교육을
아이가 2살, 3살 때부터 하게끔 합니다.
4세, 5세부터 유아 사고력 수학을 하시죠.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도 잘 확인되었듯이
과자 봉지 같은 맥락 정보가 없는 추상적인 한글은
아이들에겐 그냥 의미 없는 그림일 뿐입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어요.
아이들은 읽을 수 없는 글자들 앞에서 당황하고 지루해 합니다.
아직 뇌 발달이 충분치 않은 유아들에게
글자는 그냥 그림일 뿐이에요.
아이가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은
아이가 그것을 좋아하게끔 하는 겁니다.
심리학자 안젤라 더거스는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의 두드러진 심리 특성이
하고자 하는 열정과
그 덕분에 힘든 것도 끝까지 참아낼 수 있는
끈기라고 설명하였어요.
하고 싶은 열정과
힘든 것을 참아내는 끈기를 합쳐
안젤라는 이것들을 그릿이라는 개념으로 소개하였죠.
그릿이 있는 아이들은 무조건 잘 됩니다.
반면에 그릇이 부족한 아이들은
고생고생하다가 결국 실패할 거예요.
따라서 우리 부모님들은 아이를 키우실 때
내가 아이에게 주는 방향과 피드백이
아이의 좋아하는 마음을 혹시나 꺾지 않는지를
자문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많은 부모님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아이의 좋아하는 마음을 꺾고 있다는 인지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히 아이의 한글 교육과 관련해선
아이가 한글 학습지를 하는 것을 분명히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밀어붙이시는 엄마들 많습니다.
그런 엄마들은
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또한 그보다 더 부족한 것은
하기 싫은 마음이
아이의 발달에 얼마나 해로운지에 대한 직관적인 감각입니다.
최소한 아이가
하기 싫어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러면 아이가 잘 못 배우진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만약에 아이가 좋아하게 된다면
아이는 더 빨리, 그리고 더 잘 배우게 될 것이고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우리 부모님들은
육아와 교육에 관한 지식을
인생날리지 온라인 클래스에서
꼭 배워보시길 권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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