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레이던 유니버시티의 연구팀은
AGI가 페르미의 역사를 해결할 열쇠라는 논문을
과학 저널 Acta Astronautica에 발표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
엔리코 페르미가 제시했던 페르미의 역설은
우주에 그렇게나 많은 행성들이 존재하며 생명체들이 진화를 해왔다면
우리는 대체 왜 그들과 접촉하지 못했냐는 질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가 자연 발생하는 빈도나
그 생명체가 지적 생명체까지 진화하는 빈도를 알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 역설은 해결하기 힘든 문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미 역설을 설명하려고 하는 다양한 가설들이 있는데
어쩌면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애초에 광속보다 빠른 속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초에 만나기가 힘들 수도 있고
아니면 138억 년의 우주의 역사 중에서
인간의 문명이 존재한 역사는 1만 년도 안 되는 찰나의 시간이기 때문에
이미 138만 개의 문명이 지구를 한 번씩 방문을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역사 기록에는 남지도 않았을 수도 있죠.
아니면 어둠의 숲 이론처럼
광속도 불변의 법칙이 지배하는 우주에서는
우리의 위치를 드러내지 않는 게 극도로 유리해서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는 문명은
다른 항성을 방문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기 전에
이미 다 공격으로 멸종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진짜 우리가 우주의 첫 번째 문명이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은하 내에는
아직 다른 항성을 방문할 정도까지 발전한 문명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런저런 가설을 세운다고 해도
지구 밖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찾아내지 않는 이상
생명체의 발생 빈도도 추정하기가 어렵고
페르미의 역설의 답을 찾기는 어렵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뭐 지금까지는 말이죠.
얼마 전 레이던 유니버시티의 연구팀은
AGI가 페르미의 역사를 해결할 열쇠라는 논문을
과학 저널 Acta Astronautica에 발표하였습니다.
연구팀은 기존에 드레이크 방정식에서 파생된
거대 필터이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는데요.
드레이크 방정식은
지적 문명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들을 나열해서 만든 방정식이고
드레이크 방정식의 미지수에 해당하는 확률들을
우리는 아직 다 알 수가 없습니다.
...
하지만 이 드레이크 방정식이 만들어졌을 때에는
전혀 몰랐던 미지수 하나는
이제 거의 추정할 수가 있게 되었는데
바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을 만한 행성의 수입니다.
이제 인류는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가 있게 되었고
그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은하에는 외계 행성이 대략 1조~ 4조 개 내외로 존재하고
적어도 수십억 개의 지구 같은 행성이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거대 필터 이론은 이런 지구 같은 행성이 존재한다고 해도
생명체의 자연발생,
그리고 생명체의 진화, 지적외계 생명체 탄생, 문명 탄생까지
각 단계로 가기 위한 확률이 극도로 낮으며
이 낮은 확률
즉 거대한 필터를 통과하는 문명이
극도로 적다는 가설입니다.
이번에 연구팀은
거대 필터의 뒷단에 가장 강력한 필터가 하나 더 존재한다고 제시를 했는데
바로 AGI
즉 범용 인공지능의 등장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술 발전에 있어서 철기를 다루고 증기 기관과 내연 기관으로 발전하고
반도체와 첨단 산업으로 발전하는 문명의 발전에 있어서
무조건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는 것처럼
현재 인류의 최첨단 기술 수준에 이르면
이후의 기술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공지능의 등장이 필수라고 주장합니다.
핵융합 발전이든 다른 행성의 전초 기지를 짓든
첫 항성간 무인 탐사선이든
이런 기술적인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명체의 지능을 넘어서는 제어 능력이나
상대성 이론이 지배하는 우주에서 다른 행성까지
무인 탐사를 하기 위해서
통신 지연을 해결해야 하고
이 경우에도 인공지능이 필수이기 때문이죠.
결국에 어떤 문명이든 성간여행이라는 기술적 난제에 도전하기 전에
인공지능이나 그에 준하는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게 결국에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인공지능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성간여행에 도달할 수가 없기 때문에
AGI급의 인공지능 개발 그 자체가 거대 필터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AGI급의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해도
그 인공지능에 의해서
성간 확장이 통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을 한 것이죠.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외계문명의 행성의 크기가 얼마나 크건
천연자원이 얼마나 많던
결국에 암석 행성의 한도가 있고
우주문명에 도달할 때가 되면
어떠한 세계든지 환경 문제는 반드시 뒤따라오게 됩니다.
결국에 문명은 특이점을 돌파한 AI에게
환경 문제가 되었던 국제 정세나 국방에 문제가 되었던
자신들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AGI를 사용할 것이며
자신의 창조주의 능력을 아득히 넘어선 AI는
결국에 창조주를 멸종시키든지 통제를 하든지
우주의 다른 행성에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 행성 안에만 묶어둔다든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에 기존의 거대 필터 이론에서는
생명체의 탄생이나 지적 생명체로의 진화가
가장 거대한 필터라고 생각했지만
연구팀의 주장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거대 필터는 바로 AI라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주장도
“그러면 대체 왜 AI 문명을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냐?”는 의문이
여전히 남을 수가 있고
개인적으로도 이게 마음에 드는 이론이 아니기는 합니다.
만약에 제가 엄청난 기술적 능력을 가진 AI라면
그냥 이 행성을 떠나서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와 기계가 살아가기 유리한 다른 행성으로 조용히 떠나지
굳이 약한 인간을 공격할 것 같진 않거든요.
산소가 24%에 달하는 지구의 대기는
산화반응 때문에
기계의 노화를 일으키는 데다가
수성으로만 가도 태양광 에너지와 실리콘을 더 많이 얻을 수가 있고
영하 190도 이하인 곳으로 가면
지금 있는 초전도체만 써도 그냥 상온 초전도체인데
지구같이 이런 기계한테 불리한 환경이 있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물론 애초에 AGI가 등장하고서
그 AI가 어떤 행동을 할지는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고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빌런의 직업은
과학자지만 현실에서
과학자는 흉악 범죄율이 가장 낮은 직업이고,
영화에서 감동을 많이 주는 직업은 예술가지만
현실에서 가장 흉악했던 빌런은
예술가 출신의 히틀러였던 것처럼
AI를 향한 우리의 두려움도 이와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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