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복잡합니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조 개 이상의 시냅스가 있습니다.
이 모든 신경망을 지도로 작성할 수 있다 해도
뇌의 복잡성을 완전히 이해하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연결망 자체가 항상 변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신경세포는 가지를 뻗어 새로운 연결을 이루고
어떤 신경세포는 가지를 제거해
오래된 연결을 회수합니다.
이러한 신경세포의 끊임없는 재배선 덕분에
우리는 학습하고, 예측하고, 문제를 해결합니다.
우리는 이를 [지능]이라고 부릅니다.
과연 지능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과학은 언제나 기원을 탐구합니다.
아무리 크고 복잡한 것도
처음에는 작고 단순하게 시작합니다.
인간의 뇌도 항상 복잡했던 것은 아닙니다.
최초의 뇌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을 겁니다.
과학자들은 고대 생명체의 두개골 화석을 이용해서
뇌 구조를 역설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물들의 유전자와 뇌를 조사해
고대 조상의 뇌를 재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뇌는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는 동물계의 모든 뇌가 최초의 뇌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시적인 뇌에서
어느 날 지능이 꿈틀대며 탄생했습니다.
네, 오늘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최초의 뇌를 추적하고
지능의 기원을 탐구하는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8억 년 전에 지구는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아직 육상식물이 번성하기 전이라 푸르른 초록빛을 띠지 않았습니다.
이제 겨우 해초와 비슷한 수중 식물이 싹을 틔우고
버섯처럼 생긴 균류가 자라고
균류에서 갈라져 나온 원시적인 동물이 느리게 헤엄치는 수준이었습니다.
원시 동물은 균류와 반대되는 영양분 섭취 전략을 택했습니다.
균류가 지나가는 먹잇감을 몸 밖에서 소화하는 전략을 유지한 것에 비해
동물은 살아있는 먹잇감을 잡아먹는
새로운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잡아먹는 전략을 수행하려면
신속하고 구체적인 반사작용을 갖춰야 했습니다.
꿈틀거리는 먹이를 감지해
재빨리 몸 안에 가두고
효소를 분비해 소화시키는
일련의 근육운동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근육운동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로 신경세포였습니다.
외부에서 자극이 들어오면
신경세포 안에서 전기 신호가 빠르게 흐르고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는 특정한 화학 물질이 전달되면서
근육에 명령을 내렸습니다.
신경세포 덕분에 원시 동물은
아주 미세한 접촉이나 냄새에도
신속 정확하게 먹잇감을 잡아먹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신경세포는 균류에게는 없고, 동물에게만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지능의 가장 기본 단위라 할 수 있는 신경세포는
오래전 먹이를 삼키는 단순한 과제를 수행하다가
생겨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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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억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기존의 신경세포로 근육을 움직이기에는
동물들의 몸집이 너무 커졌습니다.
커진 몸집에 맞게
새롭고 효과적인 근육 조정 메커니즘이 필요해졌습니다.
지구상의 최초의 뇌가 탄생할 때가 되었습니다.
만약 오늘날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 과학자가 있다면
지구의 동물들을 보고 두 가지가 놀랍다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는 갑각류에서 인간까지
동물들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다는 점
또 하나는 그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동물의 신체 형태가 거의 똑같다는 점
지구상 대부분의 동물은
앞부분에 입과 주요 감각기관이 몰려 있습니다.
배설물은 늘 뒷부분에서 빠져나옵니다.
전진하면서 먹이를 먹고 뒤로 배설하는 데 최적화된 신체 형태입니다.
이런 동물들은 또한 좌우대칭의 특징을 가집니다.
좌우대칭동물은 방사대칭 동물과 대비됩니다.
방사대칭 동물은
하나의 구멍으로 먹고 내뱉습니다.
두 동물의 또 다른 차이는
뇌의 유무입니다.
방사대칭 동물은
신경세포가 온몸에 분산되어 있을 뿐, 독립적인 뇌가 없습니다.
지구상에 뇌가 있는 동물은
좌우대칭동물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뇌는 좌우대칭동물이
방사대칭동물에서 갈라져 나올 때 처음 생겨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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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기록을 보면
최초의 좌우대칭동물은
지금으로부터 약 5억 5천만 년 전
에디아카라기에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초의 좌우대칭동물은
오늘날의 선충과 비슷한 형태였을 겁니다.
선충은 쌀 한 톨 크기의 작고 단순한 동물이지만
그래도 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뇌 속의 신경세포의 수는 겨우 300여 개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단순한 뇌가
5억 5천만 년 전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슈퍼 뇌였습니다.
슈퍼 뇌를 가진 최초의 좌우대칭동물은
두 가지 행동 규칙을 세웠습니다.
참고로 이들은 아직 눈이 없기 때문에
먹이를 찾을 때 후각을 이용합니다.
행동 규칙 1, 냄새가 짙어지면 계속 앞으로 나간다.
행동 규칙 2, 냄새가 약해지면 방향을 바꾼다.
이 단순한 행동 규칙이
거대한 혁신을 끌어냈습니다.
모든 방향을 감지하고 움직여야 하는 방사대칭동물과 달리
좌우대칭동물은 오직 한 방향만 감지하고 움직이면 됩니다.
동작이 단순해지니
냄새의 농도에 따라 운전대를 조정하면서 나아가는 행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먹이 냄새를 찾아 움직이는
능동적인 탐색 활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구상의 조종을 통한 탐색이 처음 생겨난 것입니다.
탐색자로 거듭난 좌우대칭 동물은
자신의 탐색 활동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뇌도 본격적으로 형성되었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호는 다양합니다.
먹이 냄새뿐 아니라 포식자의 냄새도 있고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온도도 있고
너무 밝은 빛도 있습니다.
이 중 어떤 자극은 다가가야 할 것이고
어떤 자극은 피해야 할 것이겠죠.
더욱 정밀한 탐색을 하려면
여러 자극들을 좋고 나쁜 것으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선충에게는 먹이 냄새의 농도가 짙어지면
전진 운동을 촉발하는 긍정적 신경세포가 있습니다.
저 멀리서 먹이 냄새가 나는 순간부터 먹이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좋은 거야, 계속 가”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회피운동을 촉발하는 부정적 신경세포도 있습니다.
신경세포끼리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면서
좋고 나쁨을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흑백 논리만 있는 게 아닙니다.
맛있는 냄새와 위험한 냄새가 동시에 입력되기도 하고
두 냄새의 농도가 애매하게 비슷하기도 합니다.
회색 상황을 맞이했을 때
선충의 뇌는 투표를 진행합니다.
전진신경세포는 앞으로 전진 표를 모으고
방향전환신경세포는 방향을 틀어 표를 모읍니다.
둘 중 표를 더 많이 모은 쪽이 이기면
승자의 의사에 따라
갈지 말지가 결정됩니다.
신경세포가 1000개도 안 되는 원시 동물의 뇌도
민주적으로 절충하고
의사결정하는 능력이 있는 셈입니다.
점점 좋고 나쁨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술
즉 절충의 기술이 늘어갑니다.
절충하려면
다양한 외부 입력 데이터를 한 군데 통합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최초의 뇌는 일종의 감각통합센터 같은 곳이었습니다.
만약 자연 선택이 이러한 감각통합센터에만 만족했다면
지구는 현재 선충과 같은 동물들만
가득한 세상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자연 선택은
감각통합센터에 만족하지 않고
탐색의 효과를 더욱 높여주는 비법들을 끊임없이 시험했습니다.
그 비법 중 하나가 바로 [감정]입니다.
주변에서 먹이가 감지되면
선충의 뇌는 도파민을 분비합니다.
도파민은 동물이 최고로 각성된 상태에서
먹이를 찾아 나서는 걸 돕습니다.
그래서 먹이가 뱃속에 들어오면
각성 상태를 줄여 활동을 억제해야 합니다.
이때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포만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 외 탐색 상황에 맞게
여러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됩니다.
결과적으로 감정이 탐색 활동을 촉진시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런 감정 상태가
외부의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바닷속 세상은
냄새의 농도가 항상 균일하지 않습니다.
먹이가 코앞에 있는데도
물살에 가로막혀 냄새가 잠시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때는 포기하기보다
도파민을 한동안 분비시켜 주변을 뒤져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죠.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감정을 지속시켜
한동안 탐색 활동을 하는 동물들은
생존 경쟁에 유리했습니다.
그들은 살아남고 감정도 살아남았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기쁨,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을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게 되었습니다.
감정이 풍부한 아이들은 학습능력도 뛰어납니다.
먹이를 찾아낸 선충은 순식간에 도파민을 쏟아냅니다.
도파민이 과다 방출되면 특정 시냅스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시냅스의 강도가 변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되거나 기존의 시냅스가 제거되기도 합니다.
신경세포가 스스로 재배선되면서
현재의 외부 자극뿐 아니라 과거의 외부자극까지
좋고 나쁨의 판단 범위에 포함시키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먹이가 있던 곳을 기억하고
예전에 포식자를 피했던 법을 기억했다가
현재 상황에 다시 적용하는 겁니다.
기억하고, 적용하고, 학습하고
드디어 원시적인 형태의 지능이 탄생했습니다.
진흥의 역사에서 첫 번째 혁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 혁신은 새롭게 등장한 척추동물들이 이어갔습니다.
네, 오늘 이야기는 책 <지능의 기원> 중에서
첫 번째, 혁신 이야기를 간추린 것입니다.
책 <지능의 기원>은
인간의 뇌가 진화한 과정을 다섯 번의 혁신으로 설명합니다.
최초의 뇌에서 시작해 인간의 뇌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혁신이 왜 진화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현재 사람의 뇌에서는 어떻게 발현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생명체의 탄생과 인류의 진화,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연결까지
그동안 알아왔던 여러 분야의 지식을
하나의 지식으로 정리해 주는 데는
정말 최고의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간의 뇌는 생각을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라는 큰 전제를 던지고
8억 년 동안의 뇌 진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갑니다.
처음에는 해저열수공에서
최초의 세포가 거품처럼 생겨났습니다.
단세포 생명체 사이에 최초의 포식 전쟁이 일어나면서
다세포 생명체가 탄생했습니다.
균류와 동물이 갈라져 나오고
최초의 신경세포와 반사작용이 등장했습니다.
고대의 좌우대칭동물이 [탐색] 활동을 하면서
절충, 감정, [학습]능력을 갖춘 최초의 뇌가 등장했습니다.
척추동물의 등장과 함께
시간, 공간, 패턴, 예측에 대한 길들이기가 이루어졌습니다.
공룡을 피해 숨어 살던 작은 포유류에서
자극과 행동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 혁신이 탄생했습니다.
나무에 살던 영장류들은
자신의 마음을 [모델화]하는 혁신을 이루어 냈습니다.
마침내 [언어]가 등장하면서 말하기 혁신이 나타났습니다.
인류가 계속 존속한다면
아마 다음 혁신은 [인공지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의 지능이
생물학적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어떤 혁신이 되었든
그 속에는 분명 인간 지능의 다섯 가지 흔적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기원을 탐구하는 모든 여정이 그렇듯이
진흥의 기원을 탐구하는 여정도
그 속에는 거대한 서사와 수많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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