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남아공 영상의 댓글로
“수에즈 운하 개통이 남아공이 미친 영향”이 궁금하다는 의견을 많이 남겨주셨는데요.
저는 가능하면 새로운 지식을 전달드릴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자 하는데
저도 나름대로 알아보니
아무래도 이 주제는
일반적인 부분밖에 전달해 드리지 못할 것 같아 잠시 미루고
대신 수에즈 운하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
수에즈 운하를 대체하는 새로운 무용 루트를 찾고자 하는
국제적인 움직임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그 중심에는 서방 국가의 제재를 받는
대표적인 두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경제적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인도입니다.
먼저 수에즈 운하에 대해 간략히만 말씀드리면
대항해 시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기 위해서는 아프리카를 둘러가야 하지만
1869년 이집트의 이 운하가 지어지게 되면서
훨씬 짧은 시간과 거리로 무역이 가능하게 되었죠.
폭이 고작 20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정도가
이 운하를 지날 정도로 세계 무역에 큰 영향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최근 러시아, 이란, 인도를 중심으로
이 무역로를 대체하고자 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러시아, 이란, 인도, 그 중심에 있는 나라는
이란입니다.
이란은 고대 무역에서부터 실크로드의 중앙에 있었으며
그 위치적 특성은 여전합니다.
바로 왼쪽으로는 유럽의 끝인 튀르키예, 아라비아반도와도 이어지고
위로는 러시아,
오른쪽으로는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 이어져
무역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위치라 볼 수 있죠.
러시아, 이란, 인도까지 이어지는 이 새로운 무역 길이 완성된다면
수에즈 운하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으며
세계 무역의 흐름까지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루트인데요.
이를 [국제남북 수송 회랑] 약자로는 INSTC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 무역길은
과거의 역사 속에서 먼저 등장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1년 8월
연합군 세력이었던 소련과 영국은
당시 공식적으로는 중립국이었던 이란을 함께 침공합니다.
당시 지도자였던 레자 샤 팔레비가
반대 세력인 독일의 우호적이었기에
독일의 영향력을 제한한다는 목적과 함께
이란의 유전을 확보하고
이란 땅을 통한 연합군 간 물자 공급망 확보의 의도도 있었죠.
그래서 당시 북쪽은 소련, 남쪽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의 영향력 안에 있었습니다.
전쟁 간 영국과 미국의 전쟁 보급품이
이란 땅의 ‘반다르 샤푸르’에서
‘반다르 샤’까지 이어지는 철로를 통해 소련으로 보내졌습니다.
미국이 소련에 제공한 원조 중
약 45%가 이 루트로 보내졌죠.
페르시아만에서 카스피해까지 이어지는 이 무역길을
[페르시아 회랑]이라고 불렀는데,
이를 본다면 국제남북 수송 회랑과 비슷한 형태가
이미 과거에 등장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사전에 약속된 협정에 따라
소련, 영국 양국이 철수하기로 한 1946년 3월 2일이 다가오자
영국군은 철수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소련은 ‘소련 안보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거부를 하죠.
이란 지역을 확보하는 것이
추운 북쪽의 바다가 아닌 따뜻한 바다를 향해 갈 수 있는
인도양까지 확장할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1945년 말
이란 북서부에 소련의 지원을 받은 세력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아제르바이잔 인민 정부와 마하바드 크루드 공화국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1946년이 되자
소련은 이란에서 떠나지 않았고
얼마 후 소련의 지원을 받은 쿠르드족과
인민 아제르바이잔 연합군은
이란과의 교전을 벌여 총 2천여 명의 사상자를 냈죠.
하지만 이란 총리 야마드 카밤의 협상과 미국 등 서방의 압력으로
결국 소련은 철수하고
아제르바이잔, 크루드족 정부는 해체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인도양으로 가는 길을 얻기 위한
야욕을 보였던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소련이다 보니
이란과의 관계는 2차 세계대전 직후엔 나빴지만
점차 회복되어 갔습니다.
1963년 1월 26일, 레자 샤 팔레비의 아들
무하마드 레자 샤 팔레비는
이란에서 소위 백색 혁명을 시작하는데요.
농지 개혁, 봉건제 철폐, 민영화, 여성 권리 확대, 도시와 농촌의 근대화 등
현대적인 개혁을 단행했죠.
또 국제 관계에서도 개방적 정책을 펼쳤고
이로 인해 이란과 소련은
상호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며 관계는 다시 회복되어 갔죠.
이 개혁으로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되며 그 개혁은 멈추게 되었지만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시간이 흘렀고
2002년 5월 16일
러시아, 이란 그리고 인도양의 가장 큰 시장인 인도는
남북 수송 회랑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한 협정에 서명하게 됩니다.
이 무역로는 수에즈 운하의 경로보다
시간과 비용에서 이익이기에
당연히 세 국가 모두에게 이점이죠.
또 이 주변 국가들과 연결된 국가들까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총 7,200km에 달하는 워낙 큰 프로젝트다 보니 진행이 더뎠는데
20년이 지난 2022년
다시 이란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급속히 진전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두 국가 모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제제의 압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2022년 이란의 히잡 시위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었죠.
또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제는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이는 당연히 경제에 악영향을 주었고
기존의 수에즈 운하 사용도 점점 어렵게 되고 있죠.
특히 러시아는 석유, 천연가스, 목재 등을 포함한
주요 상품들의 수출입 길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기에
당연히 가까운 유럽과의 무역은 힘들어졌고
새로운 무역 길을 찾을 필요가 있었으며
그 주요 대상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아시아 시장인 것이죠.
이제 아시아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부터
이란을 거쳐
인도 뭄바이로 이어지는
국제 남북 수송 회랑을 빠르게 추진하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이 무용로의 루트를 한번 볼까요?
러시아 트페테르부르크서 길은 시작됩니다.
이후 러시아 내 도로나 철로를 통해 ‘모스크바’를 지나
남쪽이 스트라한 항구‘에 도달합니다.
이후 카스피해를 거쳐
이란 북쪽의 ‘안잘리 항’까지 도착하죠.
이후에는 철로를 이용하여 이란 ‘테헤란’과 ‘바프크’를 지나
이란 남쪽의 ‘반다르 아바스 항구’까지 이어집니다.
여기선 인도양을 거쳐
바로 인도 뭄바이까지 이동이 가능한 것이죠.
그리고 주변 국가들도 당연히
이 루트에 참여가 가능한데요.
특히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동쪽과 서쪽으로 길이 나 있어
유럽과 중동 아시아 쪽으로도 이어지기에
중심 루트는 남북이지만
동서로의 무역 확장까지 이루어질 수 있게 됩니다.
인도 화물 운송업자 연합회의 연구에 따르면
이 무역로가 실행될 경우
비용은 약 30%, 이동 거리는 약 40%가 줄어든다고 알렸습니다.
자 그럼 한 가지 의문이 드실 겁니다.
바로 인도죠.
러시아와 이란은 그렇다 쳐도
인도는 미국의 코드에 포함되는 동맹국입니다.
러시아 이란과는 결이 좀 다르죠.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인도가 계속 친미는 아니었습니다.
냉전시대에도 소련과 미국 양쪽 편에 서지 않았고
오히려 중립적인 입장을 띠며
양쪽 모두로부터 이익을 얻곤 했었죠.
인도는 실리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러시아의 관계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입니다.
미국은 당연히 이를 싫어하겠죠.
하지만 인도도 이젠 세계의 대국 중 하나이기에
불쾌감이나 유감을 표시하지만
더 강하게 제재는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경제적으로도 실제로 인도는
이 과정에서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진행된 2022년 2월 직후인 3월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하루 약 68,600배럴의 원유를 수입했습니다.
하지만 4월부터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급격히 많은 양을 구매하고 있죠.
2023년 1월은 2022년 3월보다
약 19배 정도나 많은 양의 원유를 구매하였습니다.
서방의 제제로 러시아는 유럽의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게 되자
인도에게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판 것이죠.
국제 유가가 오르는 중
인도는 원유를 저렴하게 대량으로 구매하니
엄청나게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러시아에는 많은 에너지원이 있고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이기에 이를 수입하는 것이고
또 인도의 물품도 러시아에 수출이 가능하니
서로에게 윈윈인 것이죠.
또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파키스탄과는
분쟁이나 전쟁을 벌인 역사가 있을 정도로
관계가 좋지 않은데요.
중국과 파키스탄 두 나라는
서로 매우 밀접한 우방이라 볼수 있습니다.
최근엔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차관 등을 추진하며
해외에 중국의 항구를 세우고 있죠.
이런 움직임으로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아프리카 지부티항으로 이어져 나가는
중국의 새로운 무역 루트까지 최근 만들어졌기에
이에 대항하는 무역길로 INSTC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인도는 2015년 이란과 차바하르 항의 개발을 위한 협정을 맺기도 하였는데요.
이 항구를 왜 개발하려 하냐면
기존의 반다르아바스 항구가
이란 해상 무역의 85% 정도를 처리하기에
매우 혼잡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차바하르 항의 개발로
이를 분산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차바하르 항에 철도가 없지만
차바하르 항에서 자헤단까지의 철도가
2024년 3월까지 완공될 것으로 언론에 발표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차바르 항이
이 새로운 무역 루트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실제로 이 프로젝트는 급속히 진전되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러시아에서 출발한 테스트 선적은
중심 루트를 통해 인도까지 성공적으로 이송되었습니다.
2023년 1월 9일, 러시아와 이란은
이 회랑에 포함되는 이란의 라슈트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아스타라까지 잇는
철도 프로젝트 완공을 위한 참여 및 투자에 대한 협상을 하였습니다.
이 새로운 철로도 2023년 내에 운영될 것으로 보이네요.
이제 이 새로운 무역 루트는
완성되기 직전에 마무리 단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수에즈 운하가 만들어짐으로
세계 해상 무역에 큰 변화를 주었죠.
이제 이 새로운 ‘국제 남북 수송 회랑’이 계획대로 잘 마무리되어 진행될지
진행된다면
세계 해상 무역과 이 루트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국제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수에즈 운하와의 경쟁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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