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주가 지나갔습니다.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죠? 어떤 때는 시간이 지나가는 것도 참고 견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마음이 안 편할 때 하루 또는 한 시간 지내기도 힘들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시간 지나는 것도 참고 견디면서 지나야 된다. 이렇게 생각해볼 때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마는 중생이 사는 사바세계를 堪忍世界감인세계라 이럽니다. 사바세계를 堪忍土감인토라 번역을 해요. 감자는 (견딜 감)자가 있습니다. 감당한다 할 때. 인은 (참을 인)자. 그래서 중생이 사는 이 세상은 견디고 참고 살아야 된다.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 합니다. 오늘은 47장을 보는데 이 장에 설해져 있는 내용에 보면은 참고 살아야 된다는 거에요.
수행자도 참으면서 수행을 하는 것이다. 특히 진심, 성을 내면 안 된다. 이런 말씀이 설해져 있습니다. 171쪽인데요. 한번 진심을 일으키면 백만 장애의 문이 열린다. 사람이 화를 한번 내면은 자기 하는 일에 백만 가지의 장애가 생긴다. 이렇게 말해놓았습니다. 원래 이 말은 화엄경 보현행품에 설해져 있는 경전구절을 인용한 것입니다. 有人유인이 來害내해어든. 어떤 사람이 와서 나를 해롭게 해치더라도 이 말이오. 當自攝心당자섭심하야 勿生瞋恨물생진한하라. 이렇게 돼 있거든요. 마땅히 마음을 거둬들여서 성을 내거나 원망을 하지 마라. 이거 참 이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말하고 있죠.
누가 와서 나를 해치는 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대응을 해야 되죠. 그런데 수행을 하는 사람, 도를 닦는 사람은 어떤 극적인 경우를 얘기하는 건데, 그럴 경우에도 화를 내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고 있어야 된다. 이런 뜻에서 하는 말입니다. 一念瞋心起일념진심기하면은, 한 생각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면, 화를 내면 이 말이오. 百萬障門開백만장문개니라. 백만 가지 장애의 문이 열린다. 참으로 이 대단한 얘기죠. 화를 한번 내 가지고 백만 가지 장애가 생긴다. 이렇게까지 말했으니까. 그래서 수도인 공부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석가모니부처님. 우리 불교의 교조에 대해서 세계 유명한 이들이 책을 써서 부처님의 살아생전 모습을 모사한 그런 책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인도대통령을 지냈던 라다크리슈난(S.RADHAKRISHNAN)이라는 분이 있어요. 원래 이 분은 철학자였어요. 동양인으로써는 최초로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철학 교수를 역임했다. 이렇게 알려져 있는 분입니다. 이 분이 1960년대에 인도대통령을 지냈습니다. 이 분이 원래 학자 철학자니까, 인도사상을 서양에 많이 소개를 했어요. 그런데 그 분이 석가모니부처님에 대해서 언급한 말 가운데에 어떤 표현이 있느냐 하면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번도 화를 내어보지 않은 사람이다. 이렇게 말한 구절이 있어요.
사람이 태어나서 한평생 사는 동안에 한 번도 화를 내보지 않았다. 물론 성인이니까. 가능했겠지. 이렇게 우리가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힘든 일이잖아요. 평생을 화 한 번도. 내보지 않았다. 이럴 때 감정이 없는 사람이냐? 바보천치냐? 오히려 이렇게 물으려고 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부처님에 대해서 그렇게 말했듯이 화를 내지 않고 사는 순수한 마음을 쓰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에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되지를 못하죠. 조금만 비위에 거슬려도 내 기분이 나빠지면서 화가 나려 하잖아요. 그런데 그러면 안 된다는 거에요. 특히 불교 보살정신을 강조할 때 무엇보다도 스스로 화내는 일이 없도록 하라. 이걸 매우 중요시 여겨서 강조하기도 합니다.
번뇌가 한량이 없으나, 번뇌. 팔만 사천 번뇌다. 이러죠. 성내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 성내는 것이 번뇌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번뇌다. 이런 뜻이죠. 그러니까 의삼업을 설명할 때 탐_ 탐욕. 욕심. 진_ 진이 성내는 거 아닙니까. 분노. 치_ 어리석음 미혹. 이걸 의업으로 짓는 세 가지 나쁜 악업이라 이럽니다. 이게 근본 번뇌에요. 탐진치. 그다음에 만_ 아만. 또 의심한다 할 때 의. 탐진치만의 성질이 둔한 번뇌라 이래서 용어에 五鈍使오둔사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 열반경에 말하기를 칼로 베거나 누가 내 몸을 칼로 찔러서 살을 베어낸다. 이 말이오. 또 환약으로 발라주더라도 몸에 상처가 있는 것을 치료해주기 위해서 약을 발라주더라도. 두 가지에 다 마음이 동요하지 말아야 된다. 무심해야 된다. 이렇게 설해놓은 대목이 열반경에 있다고 인용 소개를 합니다.
성을 내는 것은 차가운 구름 속에 번갯불이 있고, 병력이 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제 화내는 마음을 극복하자. 사실 수행이 어느 정도 되면은 스스로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가 있는 거거든요. 이래서 화나는 일도 참아질 수 있는 것이고. 스스로 자기감정을 절제하게 됩니다. 이게 수행이 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죠. 수행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 가운데에 진심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책의 말을 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금강산에 表訓寺표훈사라는 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물론 북한에 있겠죠. 표훈사 큰 절이고 산에 암자가 몇 군데 있었는데, 백화암이라는 암자, 이 선가귀감을 지은 서산스님이 금강산 백화암에 한때 계셨어요. 그래서 이 책 서문에 보면은 스스로를 백화도인이라 이래 놨습니다. 백화도인. 백화암에서 도를 닦던 사람이다. 이런 뜻이죠.
고 암자 맞은편에 돈도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답니다. 돈도. 돈오할 때 몰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돈 자가 있습니다. (길 도)자. 암자 이름이에요. 그래서 백화암, 돈도암이 표훈사 산에 암자 가운데에 유명한 암자였답니다. 그런데 이 돈도암에 전해지는 전설이 하나 있어요. 돈도암. 돈도란 말도 신라 시대 마지막 임금이 경순왕이고, 경순왕이 고려 태조 왕건에게 나라를 넘겨주지 않습니까? 전쟁을 해서 정복당한 게 아닙니다. 그 경순왕의 태자가 마의태자에요. 마의태자가 금강산에 들어갔다. 알려져있는 일이거든요. 옛날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정비석씨가 쓴 산정무한이란 글이 실려 있었는데, 거기 보면은 마의태자가 금강산에 들어가는 과정을 묘사해 놓은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산에 불화의 대가이신 石鼎석정노스님이 계신 데, 이 스님이 해방 전에 금강산에서 오래 공부를 하셨어요. 지금은 거의가 다 돌아가시고 몇 분이 생존해 계시죠. 해방 전에 금강산에서 공부하셨던 큰 스님들. 저의 은사스님이 백자 은자 스님이셨는데 해방 전에 금강산 마현에서 참선수행을 하셨고. 또 그 당시 큰 스님 청담스님. 또 성철큰스님. 지월스님. 이런 당대의 기라성 같은 큰 스님들이 해방 전에 금강산에서 함께 정견, 수행을 하셨다. 이럽니다. 그런데 살아 생존해 있는 스님 가운데 불화의 대가이신 석정스님이 계시고 대구에 임화산스님이라고 계십니다. 그 노스님도 해방 전에 금강산에서 수행을 하셨어요.
석정스님에게 제가 들은 얘기인데. 돈도암이라는 암자의 이름이 마의태자의 비가 뒤에 금강산에 들어와서 비구니스님이 되었다는 거에요. 그때 그 법명이 돈도. 돈도비구니였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돈도가 마의태자비가 출가해서 비구니스님이 되고 난 뒤에 얻은 법명을 가지고 암자이름을 붙인 것이다. 돈도암에, 이조 때죠. 초중엽쯤 됐나 봐요. 홍도스님이라는 스님이 계셨어요. 홍, 홍법도수행할 때 넓힌다. 크다는 뜻의 홍자가 있습니다. 길 도자. 이 스님이 돈도암에서 정진을 잘하시다가 몸에 병이 생겼나 봐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마 여름날이었나 본데, 날씨도 좀 덥고 이래서 소나무 밑에 앉아서 돗자리 같은 이런 자리를 펴놓고 그렇게 좌선을 하려고 했는데, 산에 가끔 바람이 휙~ 휙~ 불 때가 있어요. 바람이 자꾸 불어가지고 밑에 깔아놓은 자리가 휙~ 휙~ 날리는 거에요. 그것 때문에 화를 냈다는 말도 있고, 바람에 솔방울이 떨어져서 얼굴에 부딪혔다는 거에요. 그래서 몸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솔방울이 얼굴을 때리면은 신경이 예민해가지고 아팠지 않겠습니까? 그 순간에 버럭~ 화를 내었다는 거요. 화를. 이제 남에게 화를 낸 것도 아니고, 스스로 혼자서 화를 냈다는 거에요.
그런데 이 화를 냈던 홍도스님께서 얼마 후에 돌아갔어요. 입적을 한 거에요. 입적을 하고 난 뒤, 얼마 후에 공양간, 밥 짓는 곳을 공양간이라 부르기도 하고 후원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큰 절에서. 후원에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나타나더라는 거에요. 구렁이. 구렁이가 나타나더니 옛날은 전부 솥 밑에 아궁이 불을 집혀서 밥을 지었지 않습니까? 그러면 재가 남거든요? 이 재를 끌어내가지고 한쪽에 모아두어요. 재를 모아두었는데 개수통, 설거지통을 개수통이라 이렇게 말하기도 하죠. 구렁이가 설거지하는 통에 물이 거기 담겨있는데. 꼬리를 적시더니, 꼬리에 물이 젖었지 않습니까? 그걸 가지고 재위에다가 글을 썼다는 거에요. 유명한 설화입니다.
뱀이, 구렁이가 꼬리에 물을 적셔가지고 재위에다가 글을 썼다. 이게 유명한 홍도비구 자개송이라 하기도 하고, 돈도암 홍도비구 사신송, 뱀 몸을 받았다는 자기 전생얘기를 글에서 전부 밝혔다는 거에요. 그래서 성한 번 내가지고 스님이 다음 생에 뱀 몸을 받았다는 이 설화가 우리 절 집안에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그러니까 성 자주내면 안 돼요. 자주 내면 뱀 되는 거에요. 그 구절에 어떤 내용이 있느냐 하면은 글이 실은 송으로 죽~ 지어져 있는데. 다행히 불법을 만나고 사람 몸을 얻어서 다겁을 수행하여, 여러 겁을 수행하여 성불에 가까웠는데 부처가 될 그런 경지에 이르렀는데 솔바람이 불어와 병들어 누운 자리를 치기에, 바람이 불어 자리 깔아 가지고 좀 쉴라 했는데 그 자리를 자꾸 휙~ 휙~ 날려버리는 거에요.
한번 진심을 일으켜 뱀 몸을 받아서 그때 내가 성을 한번 내가지고 이렇게 뱀 몸을 받았다. 이 말이오. 차라리 내 몸을 부수어 먼지가 되게 할지언정, 내 몸이 부수어져서 흙먼지가 될지언정 이 말이오. 평생토록 성을 내지 않겠다. 여러분 내 글을 읽는 사람들 맹세하시오. 이 말이오. 나 옛적에 비구로 이 암자에 살았은데. 홍도 비구로 돈도암에 살았다 이 말이오. 이제 이런 몸을 받았으니 한스럽기 짝이 없소. 어쩌다가 뱀 몸을 받았으니 한이 깊다 이 말이오. 한스럽기 짝이 없소. 설사 사람 인물 잘생겨도. 사람이 용모가 수려하고 이목구비가 단정하게 참~ 이렇게 잘 생긴 얼굴이라도 이 말이오. 진심을 끊지 못하면 이런 몸 받소. 성내는 마음 그거 못 끊으면은 다음 생에 죽어서 뱀 될 수 있다. 이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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