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TV] 쿠팡은 한진택배보다 150배 산재가 많을까?

 

 

 

 

이 자료는 올 2월에 고용노동부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6년~2020년 5개 택배물류업체 산재현황> 자료입니다.

 

 

쿠팡 이천 물류창고 화재 이후

이 자료가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자료를 보면, 쿠팡의 산재 신청 및 승인 숫자가 다른 업체들의 숫자를 압도합니다.

그렇다면 이 자료가 쿠팡의 훨씬 열악한 노동 조건을 말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쿠팡(주)와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유)의 산재 신청 및 승인 숫자의

말이 안 되는 숫자인 게 아니라

다른 업체들의 서비스가 실행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산업 재해가 은폐되어 있는 겁니다.

 

이 자료의 표면적 숫자에 현혹되면

택배 물류업계 전체의 참담한 노동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산업계 전바의 노동 현실 또한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 ‘특고’에 감춰진 산업 재해

‘특고’라는 노동 형태가 점점, 일반화하고 있는 희한한 현실

 

쿠팡의 택배 기사들은 직고용된 노동자들이고

다른 택배 기사들은 세법상으로 개인사업자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준으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입니다.

만약에 이 말이 아주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과 같습니다.

이른바 ‘특고 노동자’라 불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당신은 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 중의 하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 어떤 사람이 특고인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아주 자주 만나는 다수의 일하는 사람들이 ‘특고 노동자들’입니다.

보험 설계사, 레미콘 자차 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전속 퀵서비스 기사, 대출 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 전속대리운전기사 등이 ‘특고’에 해당한다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용어는 해괴하고 난해합니다.

이분들은 세법상으로는 ‘사업자’, 즉 ‘사장님’이고

이분들이 처한 노동 현실은 정규직 노동자보다 위험하고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근로기준법>의 규정으로는 이분들을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기본 조치라도 취하기 위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용어를 도출하게 된 겁니다.

 

 

|| 2021년 자료가 달라지기를...

쿠팡 외의 회사들에서 산재 신청 및 승인 숫자가 적게 나타나는 것은

이 회사들의 택배 기사들 중에서

이런 저런 안팎의 이유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가입해서 신청을 했다 하더라도 그 숫자가 택배회사들의 숫자로는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자료는 산재보험 이용현황에 불과합니다.

산재현황이 아닙니다.

제목이 잘못되었습니다.

 

 

|| 산재보험 당연 적용 대상 확대

이런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에

국회는 작년 연말 이른바 ’특고 3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통해서 산재보험 적용 제외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했습니다.

법 개정의 취지는 산재보험 혜택을 받는 노동자들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거죠.

법안 시행일은 2021년 7월 1일입니다.

이제 며칠 후면 많은 특고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 2021년 통계가 많은 걸 말해줄 것

2021년 통계를 보면 됩니다.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제대로 된 개혁인지 무늬만 개혁인지 알려면

2021년 통계가 확연히 달라져 있어야 합니다.

쿠팡의 산재 신청 및 승인 숫자의 50%에 육박하는 숫자가 나오면

특고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 문제에서 실질적 개선이 이뤄진 것이고

이 숫자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면 실질적 개선이 안 이뤄진 것입니다.

다양하고 교묘한 이런 저런 방법으로

특고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막는 일이 벌어진 것이고

정부가 특고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유효하고 충분하게 지원하지 못한 것입니다.

부디 2021년 통계에서 유의미한 숫자 변화를 볼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