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평범한 인생을 살던 내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아빠가 되면서부터다. 호기심이 왕성해진 아이는 모르는 글자가 나타나면 서슴없이 묻곤 했는데, 다른 건 말라도 한자만큼은 제대로 알려줄 수가 없었다. 나는 ‘한포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사무소에서 사건이 터졌는데, 아들의 한자 이름이 잘못 등록된 것을 알게 된 거다. 진짜 이건 아니다 싶어 결심했다. 한자라는 벽을 더 이상 피해갈 수만은 없다고, 최소한 한자 때문에 쭉 뻗어야 할 내 아이의 인생길이 구부러지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이것이 내가 학창 시절 이후 포기했던 한자 공부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다. 시작은 천자문이 좋지 않겠나 싶어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만 수십 번 읽다가 이건 아닌 거 같아 급수별로 나눠 놓은 책과 아이들을 위한 만화책도 시도해 봤지만, 문제는 바로 이거였다.
모든 한자 책은 결국 맹목적 암기로 귀결된다는 것.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꾸역꾸역 한자를 외우고 있던 어느 날, 한 선배가 말했다.
“인수야, 한자 부수를 먼저 알아두면 편할 거다.”
한자는 1획부터 17획까지 있는데, 획수가 적은 부수부터 차근차근 외우다 보니 다른 복잡한 한자들도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쉬운 부속한자들로 나눠서 수월하게 외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작은 빗방울이 모이면 바위를 뚫을 수 있다 했던가.
부수 한자 214자를 다 외울 수 있게 되자
좀 더 큰 욕심을 갖게 됐다.
어쩌면 천자문도 정복할 수 있지 않을까?
겁 없이 시작된 일생일대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고, 치열한 노력 끝에 마침내 천자문의 마지막 글자인 ‘잇기 야’까지 해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의 일상은 크게 달라졌는데, 한국어의 70%를 차지하는 한자어에 대해 깊이 알아가다가 보니 그동안 몰랐던 우리말의 참뜻을 알게 되어 좀 더 고급스러운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고, 주변에서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거다.
더 큰 수확은 극상의 난이도에 포기해야만 했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자, 없던 자신감도 생겨난 것. 보다 쉽게 한자를 익힐 수 있는 나만의 독특한 방법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쉬운 한자부터 어려운 한자까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180자를 선별해 5년 동안 익힌 한자 암기법 노하우를 한 권의 책에 몽땅 풀어냈다.
반 돌이킬 반, 4획. 또 우 2획
산기슭이 또 무너지는 일이 안 생기도록 안일했던 안전의식을 돌이켜 반성했다.
산기슭에서 다시 또 길을 잃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입산 금지 경고를 위반하지 말라.
무작정 외는 것이 아닌 지루하지 않게 익힐 수 있도록 음과 훈, 부수와 보조 글자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구성했고,
클 거巨
작은놈이 더 클 생각에 아무리 먹어대도
거대한 놈 앞에선 한입거리
기억에 잘 남을 수 있도록 해당 한자와 관련된 그림까지 곁들였다.
한자는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를 바꾸기 때문에 최고의 자기계발이 될 거라 확신한다. 한자는 3,000자가 넘는다. 그래서 한 번에 한 글자씩 익히게 되는데, 그것은 3,000 단계를 하나씩 정복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평범한 사람이 차근차근 노력해서 거대한 벽을 넘을 수 있는 대상으로는 한자가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공부하는 반복적인 행동이 몸에 배면 습관이 될 수 있고, 매일 공부를 하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작은 습관이 일으키는 기적이다.
한 글자, 한 글자 익혀가면서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커다란 목표도 달성할 수 있는데, 이는 실제로 신문이나 뉴스를 읽을 때, 혹은 인문 교양서를 읽을 때, 직장에서 사무를 보거나 비즈니스를 할 때, 각 분야의 전문용어나 언어를 이해할 때도 한자를 공부하는 사람의 능력이 향상되는 구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작더라도 삶의 변화를 꾀하고 싶다면 한자 공부에 도전해 보기를...
중학교 시절 한자 시험에서 빵점을 맞고 교무실에 불려간 아이였던 내가 해냈으니 그 누구도 못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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