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이 문구는 불미스러운 일로 대통령직을 사퇴한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일부이다. 물론 사건이 너무나 심각했기에 한 두 마디의 사과로 해결될 일은 아니었지만, 많은 정치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이 날 이루어진 두 차례의 대국민 담화를 그야말로 “자살 행위”라고 평가한 바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명백한 사과문이었지만 이를 읽고 들은 사람 모두가 과연 이게 정말 ‘사과’인지 의심했을 정도니 말이다. 당연하지만,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실수 없이 수행하기 위해 매일 같이 노력하고 신경을 쓰지만, 고의였든, 고의가 아니든, 실수와 사고는 항상 일어나게 되고, 이따금 몇몇 사람들에게 매우 큰 상처를 주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상대방과의 관계를 영원히 끊을 게 아니라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올바른' 사과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의외로 꽤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사과하는 방법을 모른 채, 사태를 더욱 더 악화시키는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는 점이다.
관계에 대해 오랜 연구를 해온 ‘젠 킴’기자는 말한다.
“사과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올바른 사과를 통해 관계 개선은 물론 더 나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음에도 순간의 실수나 부주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안타깝기만 할 뿐이죠.
지금부터 제가 알려드리는 사과의 3가지 원칙이 이미 무너진 관계를 회복해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올바른 사과를 하는 데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가장 좋은 사과는
설명으로 시작해 약속으로 끝나는 사과입니다.
사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저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사과를 시작해야 할까요?”죠.
그럴 때 제가 추천하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겁니다. 자신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명확하게 하면서 사과를 시작하는 건, 상대방에게 스스로가 이 사과를 진지하게 생각했음을 넌지시 보여주는 효과적인 수단이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잘못한 것을 ‘설명’해야지 ‘해명’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물론 이유 없는 잘못은 없다고 한다지만, 상대방은 그 이유를 들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괜히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족을 붙였다가는 설령 그 이유가 합당하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변명’으로 들릴 확률이 높습니다.
충분히 설명이 끝났다면 자신이 나름대로 생각해 온 해결책과 개선점을 제시해 보세요. 명확하고 현실성 있는 해결책으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면 사과의 설득력은 더욱 더 올라갑니다.
두 번째 원칙은
사과를 ‘패배’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겁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원칙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는 걸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이유 없는 잘못은 없다’는 말을 완전히 잘못 해석해서 상대방에게 ‘나만 잘못한 것이 아니다’임을 어필하며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과는 자기 자신의 자존심을 꺾는 행위가 아닌, 오히려 자기 자신을 드높이는 행위입니다. 상대방에게 사과를 한다는 건 다시 말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인데, 이는 약자가 아닌 강자의 권리입니다.
사소한 자존심 따위에 목숨을 걸지 않고, 관계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인들의 모습임을 명심하세요.
마지막 원칙은
사과를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다.
인간의 감정은 항상 같은 결과를 내놓는 기계가 아닙니다. 같은 사건을 겪었더라도 어떤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받기도 하죠.
사과의 최종 목적은 용서입니다.
상대방이 받은 충격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의례적인 사과 한 번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건, 상대방에 대한 엄청난 모욕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사과를 그저 한번하면 끝나는 숙제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으로 인해 금이 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야 사과를 하는 여러분들에게도 사과를 받는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세요.
당연히 사과는 고통스럽습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타인에게 들춰내고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대방의 마음을 달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꼭 명심하세요.
당신이 지금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하듯
지금 사과하지 않는다면
내일은 빌어야 한다는 걸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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