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지삼을 벗어버리고
적지모도 집어던져버리고
높은 곳에 크게 앉아서
호탕한 기백을 즐긴다./
골지삼이라고 하는 건 또 뭘까요?
‘삼베옷’이라고 그러네요.
골지삼은 삼베옷이라고 그러고
적지모라고 하는 거는 ‘더러운 가죽 모자’라고 그러네요.
그러니까 전부 삼베옷은 삼베옷인데
안 빨아서 땟국물이 배어 있는 삼베옷을 얘기하는 거고
적지모도 이것도 좀 마찬가지예요.
연기나 먼지나 이런 걸로 그냥 완전히 찌든 모자를 적지모라고 그러는데.
이거는 이런 표현이죠.
굳이 고행이 아니더라도 수행한다라고 하는 게 이런 면이 좀 있죠.
뭔가를 이렇게 꽉 붙들고 있는 면이 있잖아요.
수행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몸의 모습,
-결가부좌를 해야 된다든가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야 된다든가
-또는 뭐 하루에 절을 몇 번 해야 된다든가
-뭔가를 이렇게 필기를 해야 된다든가
뭐 이런 거 있잖아요.
뭔가 이렇게 딱 찌들어 있는 모습
거기에 딱 이렇게 배어 있는 모습
그런 걸 다 벗어버리고, 집어 던져버리고, 뭐 이런 뜻이에요.
그건 전부 앎이고 분별이잖아요.
‘이렇게 해야 된다’라고 하는 앎이고 분별입니다.
그런 걸 다 집어던져 버리고.
/높은 곳에서 크게 앉아서 호탕한 기백을 즐긴다./
이게 깨달은 사람의 어떤 기백이죠. 기백
‘높은 곳에 크게 앉아서’ 이런 건데 .
그거는 깨달은 사람이 무슨 좀 위대하다
이런 말이 아닙니다.
이 법을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이 법이라고 하는 거는
어디에도, 어떤 모습에도 이렇게 걸리지 않는 거거든요.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늘 있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이걸 이렇게 깨닫고
안 하면 못 깨닫고
이런 문제가 아니고
여기나 저기나,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모든 곳에 그냥 저절로 드러나 있고, 실현돼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깨닫기 위해서 ‘어떻게 한다’라고 하는 것은
벌써 거기에 집착해 버리고 거기에 찌든 거예요.
땟국물이 찌들듯이 찢은 겁니다.
어떻게 하면 된다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 게 필요 없기 때문에
그런 어떤 것도 필요 없기 때문에
높은 곳에 크게 앉는다, 이런 표현을 쓰는 거거든.
뭔가 기대고 의지하고
뭔가를 이렇게 붙들고 어쩌고 하는 것은
낮은 곳이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장부라는 말도 쓰거든요.
대장부가 하는 공부다.
참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매여 있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표현하면 기분이 나쁘죠.
그런 짜잘하고 잡스러운, 이런 거에 신경도 안 쓴다 이거예요.
여기 통해서 이렇게 분명해 보면 그런 거거든.
이건 어디에도 매여 있지 않고, 의지해 있지 않아.
어떻게가 없어
뭘 하면 뭐 그런 게 없어.
늘 있는 거지.
그래서 높다고 그러는 거거든.
이 입장에서 보면
세간에 아무리 좋고, 높고, 가치 있고, 의미 있다 하는 것도
좀 잡스러운 거거든.
물론 세간 속에서만 볼 때는
세간은 당연히 상대적인 거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낮은 것을 보면
내게 높아 있으니까 높다고 하겠지.
그러니까 이것과 비교해서 높은 거지.
출세간은 그런 게 없거든요.
비교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비교되는 건.
비교되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비교되는 것은 좀 하찮은 거야.
그게 세간에서 아무리 높고, 가치 있고, 의미 있고, 경건하고, 성스럽다 하더라도
그냥 하찮은 거야.
그걸 ‘높은 곳에 크게 앉았다
호탕한 기백을 즐긴다’ 하는 겁니다.
세간의 어떤 가치나 의미나 옳고 그름에
떴다 가라앉았다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걸 호탕하다, 담백, 담담 이런 표현을 쓰죠.
떴다 가라앉았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세간의 일에 따라서, 모습에 따라서, 어떤 말의 뜻에 따라서
떴다 가라앉았다 흔들리지 않는다.
그게 ‘기백을 즐긴다’
이렇게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악’하고 한번 고함을 지르고는
자리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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