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님.
저는 아들이 대학 졸업 후 본인이 원하는 것이 있어서
타지에서 1년 동안 학원에 다니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가끔 전화하면 자던 목소리
아니면 힘이 없는 목소리를 듣고 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올라가 보면 술병이 있고
정리가 되지 않는 방을 보면 답답합니다.
본인은 열심히 하고 있다는데
저는 늘 걱정이 됩니다.
그러면서 본인도 마음같이 안돼서 힘이 든다는 소리도 하고
성인이 되었으니 맡겨두려고 지켜보고는 있는데
제가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힘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기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아들이 아마 이곳에 안 있고
내용으로 보면
서울에 가서 공부한다고 학원 다니나 보죠, 그죠?
돈 들여서 학원까지 다니면
공부 열심히 해야 되는데
가만히 보니까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것 같다
지금 이 얘기예요.
그래서 엄마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 이러는데
엄마가 할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할 일이 없는데, 도움이 안 되는데, 도움이 되려고 자꾸 애를 쓰면
나만 괴롭고, 아이한테는 도리어 무거운 짐이 됩니다.
그래서 나는 돕는다고 돕는데 아이한테는 방해가 된다, 이런 얘기예요.
그러니까 가만히 계시는 게
나도 좋고 애한테도 좋다
즉 애한테 큰 도움은 안 되지만
가만히 있으면 방해는 안 되니까
그것도 도움은 도움입니다.
여러분도 젊었을 때 다 경험해 보지 않았습니까?
/세상이 자기 뜻대로 안 된다, 세상일이.
세상일만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도 자기 뜻대로 안 되고
자기 몸도 자기 뜻대로 안 움직입니다.
이게 인생이에요./
다 학생들이면 공부 열심히 하고 싶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공부하고
어떤 게 바른길이다 하는 거 다 알잖아요.
어릴 때 만화 너무 보면 안 되고
또 그다음 세대는 어때요?
텔레비전 너무 보면 안 되고
요즘 세대는 컴퓨터 게임 너무 하면 안 되고
다 안단 말이에요.
그런데 한 40~50년 전 세대
만화방 많았죠? 그때.
애 찾다가 없으면 어디 가면 있습니까?
만화방에 가면 있고
집에다가 만화를 산같이 빌려다 쌓아놓고
애들하고 돌려보고
“책은 안 읽고 만화책이나 읽고 그래도 되겠나?” 했지만
그래도 다 그 사람들 중에 요새 커서
대통령도 되고, 장관도 되고, 시장도 되고 안 그래요?
다 그 사람들이 커서 되잖아요.
또 그다음 세대들은 텔레비에 혼을 빼놓고 어때요?
앉아서 들여다보고 있잖아요.
부모님들이 하도 답답해서
테레비 꺼버리고 난리를 피우고
어떤 부모님들 들어보면
화가 나서 테레비를 바깥에다 던져버리고 이런 난리를 피웠는데
그 사람들이 커서 지금 다 일을 한단 말이에요.
마찬가지로 지금 세대는 지금 세대대로
커서 또 일을 하게 돼요.
우리 담배 나쁘다 그래도
중학교, 고등학교 가면 피우는 애들이 있어요? 없어요?
있죠.
그게 너무 지나쳐서 건강을 해치거나
너무 지나쳐서 공부할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물론 있기는 있죠.
그러나 그런 현상은
시대 시대마다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다. 유행이다.
이런 얘기에요, 유행이다.
아이들은 학교 가면
맨날 만화책 본 얘기하니까 자기도 만화를 보게 되고
TV 본 얘기를 하니까 자기도 TV를 보게 되고
요즘 같으면 어떤 컴퓨터 게임이 새로 나왔나
이런 얘기 맨날 하니까 어때요?
자기도 그거 사보고 싶고
엄마한테 안 사준다고 떼를 쓰고 이렇게 된다.
근데 우리는 이것이 세상일이고
이것이 사람 일인데
마치 자기는 어릴 때 안 그랬냥,
애들 보고는 “그러지 마라” 이렇게 말하는데
그 말이 먹혀들지도 않고, 잔소리만 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시험을 한 번 치고 나면
“다음부터는 벼락치기 공부 안 하고
이번 시험 끝나면 착실히 공부하겠다”고 다 그렇게 결심을 해도
“시험 끝나고 하루쯤 놀아야 되지 않느냐” 이래서
“하루는 쉬고 이튿날부터 한다” 계획 잡았는데
이튿날 또 친구가 와서 어찌저찌하다 못 했어.
그래 또 하루 빠지고
“내일부터 해야지” 했는데
또 몸이 아파서 또 하루 빼먹고
또 “그다음부터 또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일주일 지나버리면
“뭐 해야지” 하는 생각도 어때요?
흐지부지되고
그래서 지나면 또 한 2~3주 지나면 금방 또 어때요?
시험 발표 나고
그럼 또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또 죽어라 하고
옛날 같으면 잠 안 오는 약, 그런 것까지 먹어가면서 하고
그렇게 할 때는 또 후회가 되죠.
“이번 시험 끝나면 다음부터는 꼭 시험 끝난 이튿날부터 해야지” 그래도 안 돼요.
그래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살고 있는 거예요.
방학도 똑같아요.
방학하는 날부터 계획을 엄청나게 세우고
방학 숙제는 아주 부차적인 거고
밀린 공부 6개월 공부 다 한다고 계획을 세워놨다가
하루 밀리고, 이틀 밀리고, 3일 밀리고 해서
결국은 방학 끝날 때 되면
공부는 고사하고 숙제도 못 해서 남은 거 갖다 베끼고
그것도 제대로 제출 못하고
이런 난리를 피우는데
다 안 해봤어요?
자긴 다 착실했는가? ㅎㅎㅎ
그런데 시험에 떨어지고 재수를 하거나 뭘 한다 이래 올라가서
서울에 가서 공부를 해도 공부가 뜻대로 안 되면
자꾸 한눈을 팔게 되는 거예요.
“안 해야지 안 해야지” 하면서 어때요?
영화 한 편 보고 오고
“이러면 안 되는데” 해서 책 넘기다가 또 덮어놓고, 가서 술 한잔 먹고 오고
“에이, 자고 그냥 내일 해야지” 이러고는 일찍 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할 것 같은데 또 안 되고.
그러니까 놔두세요.
내가 남의 인생을 보면
“잘했으면 좋겠다” 싶은데, 자기는 그렇게 안 돼요.
자식이 볼 때 엄마 아빠가 다투면
아들이 볼 때는 어떻겠어요?
“아이고 저 왜 부부가 돼서 저래 싸울까? 안 싸우고 살면 안 될까?”
근데 부부가 돼 보면
그게 그래 안 된단 말이에요.
되면 좋지마는.
그러니까 다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안 돼 가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
내 아들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놔두세요. 가만히 놔 놓으세요.
1년 지나면 어떻게 한다?
“공부가 잘 되더나?”
시험 결과 보면 알죠.
안 되면
“이제 집에 내려오느라” 이러면 되죠.
그냥 안 된다고 인생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거 안 하고도, 그 시험 안 치고도 다른 할 일이 많습니다, 이 세상에.
그러니까 하겠다고 하니까
“그래 한번 해 봐라” 이렇게 하고.
“내 돈을 얼마 줬는데 말이야, 공부도 안 하고 술 마시고”
이런 얘기 해 봐야
하루나 효과 날까,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그렇게 얘기한다고 효과 날 것 같으면
벌써 엄마 말 듣고 공부 잘해서
이런 얘기를 할 필요도 없지.
불효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까르마, 업식이 그렇게 안 되게 돼 있다.
그러니까 마음을 놔버리고 한다고 하니까
“그래 한번 해 봐라”
안 될 걸 알고라도 기회를 줘라, 이런 얘기에요.
그러고 “1년 후에 또 한 번 더 해보겠다” 그러면
형편이 되면 “해보라” 그러고
형편이 안 되면 어때요?
“이제 너 알아서 해라. 엄마는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끊어버리면 돼요.
“아이고 내 자식인데 어떻게 끊습니까?”
그러면 평생 아들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돼.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 돼.
끊을 때 냉정히 딱 끊어야 돼.
작년에 실패했기 때문에 끊는 게 아니라
너 인생을 네가 얘기하듯이
“나도 성년인데 엄마 간섭하지 마세요” 하는 것처럼
“너도 성년이니까 너 인생에 대해서 책임져라.”
이렇게 하면
부모도 자식 걱정 안 하고 편하고
자식도 부모 의지 안 하고
처음에는 의지하고 살았기 때문에
자립하려고 해도
간섭받으면 자립하려고 그러고
그래도 또 의지하고, 의지하고,
이때 정을 끊어줘야, 부모 걱정 안 시키는 자식이 된다.
그러니까 나이가 40이 됐는데도
아직도 부모한테 손 벌린다.
그럼 그건 자식 탓이 아니에요.
부모가 아이가 자립할 기회를 놓치도록 했다.
그때 정을 딱 끊어서 냉정해야 되는데
그 [냉정한 사랑]을 못 했어요.
그러니까 안타까워하고 돌봐주는 사랑만 있었지.
냉정한 사랑이 없었다.
/어릴 때는 따뜻하게 돌봐주는 게 사랑이고
사춘기가 넘어가면서는 지켜보는 게 사랑이고
성년이 넘어가면 정을 탁 끊어주는 게 사랑이에요.
그걸 못 끊는 건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고
그냥 애완용 동물 키우듯이
자기 집착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자식을 잘못 키우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은 아이가 성년이 됐기 때문에
간섭도 하지 말되
앞으로 도와주지도 않는 그런 냉정한 사랑.
/“냉정한 게 무슨 사랑이냐?”
여러분 사랑은 따뜻한 것만 생각해.
아니에요.
냉정한 사랑이 있습니다.
그것이 없으면 사람을 자립시켜 키우기가 어렵다, 이런 얘기입니다.
가슴은 아파하면서.
그러고도 아주 냉정해야 됩니다.
정말 자식을 사랑한다면./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좀 섭섭하시면
집에서 기도하세요.
“저를 위해서 우리 아들 잘 되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면
자식이 나쁜 사람이 돼요.
왜?
“우리 아들 공부 잘하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했는데
공부를 잘 안 하면 애가 나쁜 놈이 되잖아, 그죠?
그래요? 안 그래요?
부모 말 안 들었으니 불효 아니에요. 그죠?
“우리 아들 잘 되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했는데
나중에 잘 안 되면
부처님 원망하게 되죠.
기도가
내 자식을 미워하고
내 자식을 불효 만들고
부처님을 원망하는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이거는
재앙을 자초하는 기도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복을 구하는 기도가 아니다.
/그러니까 절을 하면서
“아이고, 나도 그때 생각해 보면
애들이 참 공부하기 싫을 거야.
이 따뜻한 봄날, 꽃 피고 새 우는데 놀러 다니지, 앉아 공부하면 얼마나 힘들까?
이 여름 더운 날, 앉아 공부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이 가을에 좋은 날, 구경 다니지. 공부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아이고 우리 아들 고생한다.
아이고 부처님 우리 아들 고생합니다.
그 고생하는 아들 마음이 엄마가 좀 돼 주겠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가져야 돼.
그러면 아이가 공부가 결과가 안 좋아도
“아이고, 그래도 너 고생했다.”
그래서 재기할 수 있는,
다시 도전할 때, 본인이 실망했을 때, 부모가 격려해 줄 수 있다.
“괜찮아 괜찮아 그래도 고생했지 않느냐, 그만하기 다행이다.”
이렇게 해서 격려가 된다.
자기도 안 되니까 실망했는데
거기다 부모까지.
“그냥 내 돈을 얼마나 보내줬는데 너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악을악을 쓰고 이러면
집안만 시끄러워져요.
그러니까 하루를 살아도
내가 편하게 살 뿐만 아니라
남에게 득 되게 살아야 되는데
우리는 지금 거꾸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좀 돌아봐야 돼요.
'법륜스님 > 2001년 그 시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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