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대가 있는 그곳이 아니면 어떻게 찾겠습니까?
선문답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걱정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모르는 분은 몰라서, 아는 분은 알아서, 뭐 어쩌라고? 하는 상황입니다.
선문답의 결론은 알고 모르고가 아닙니다.
알면 안다고, 모르면 모른다고 스스로 끝을 내버리는 것은
선공부가 아닙니다.
2021년에 입적하신 고우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화두 참구하는 자세는 정견을 바로 세우는 데에서 출발한다.
특히 수행자는 삼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선에서 삼매는 의심하는 그 자리에서 생각의 길도, 말 길도 끊어진 상태를 말한다.
만약 그 자리에 조금의 알음알이가 붙으면 삼매가 아니다.
삼매는 생각과 말이 끊긴 그 순간이다.
그때 의심이 일어나 알고자 하는 강렬한 마음이 바로 삼매다.”
그렇습니다.
선문답을 모르고 알고, 대답할 수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공부하는 사람이 그 말뜻을 모르고 답을 못하겠다면
그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들었을 때 답답함이 밀려와야 합니다.
그 답답함이 생각을 터트리는 에너지가 되어야 답이 보입니다.
답을 해보겠다고 말을 따라가면 당연히 어긋납니다.
그러나 따라가지 않겠다고 피해도 어긋납니다.
선문답은 진퇴양난의 견디기 힘든 긴장을 조성합니다.
말해도 틀렸고 말하지 않아도 틀렸다는데 어찌해야 하나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습니까?
맞다, 틀렸다, 안다, 모른다는 것이
모두 우리의 인식, 이해, 생각, 판단입니다.
선문답의 목표는
그 알음알이의 작동을 멈추려는 것입니다.
충분히 삼매를 이해한 수행자라면
생각과 말이 끊긴 그 자리를 순간 찾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대화 자체에서 직접 돌아보게 하려는 질문들은
초심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마음가짐을 삼매의 그것으로 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수행의 횟수가 꽤 된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런 자세로 들어가야 합니다.
“어떤 것이 스님의 가르침입니까?”
“묻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는가?”
“어떤 것이 삼매입니까?”
“귀로 듣고 알아먹는가?”
“저는 귀 먹지 않았습니다.”
“과연 귀가 어둡구나”
“어떤 것이 바르게 듣는 것입니까?”
“귀로 들어간 것이 아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듣기나 했는가?”
이런 선문답이 전형적으로
묻고 답하는 이의 보물 창고를 직지하는 것입니다.
모두 보고 듣고 말하고 답하는 성품을 직지하기 위해
알음알이를 깨트리는 방편입니다.
질문 자체를 되돌리는 선문답도 있습니다.
“불법의 저쪽 편은 어떻습니까?”
“오줌 싸는 소리 하지 마라.”
“깨치고 난 뒤에는 어떻습니까?”
“아이고 똥까지 싸는구나.”
“어떤 것이 한 법도 어둠이 없는 것입니까?”
“너의 말이 있기를 기다렸다.”
“어떻게 해야 모든 법을 얻겠습니까?”
“어찌하여 정신을 못 차리는가?”
“마하가섭이 부처에게 친히 들은 말이 무엇입니까?”
“속히 토해버려라.”
바로 눈앞에서 말하고 듣는 사람의 성품 작용을 알려주려는 것이
이런 선문답의 정체입니다.
이런 종류의 선문답은
직접 가지고 누리는 감각과 지각으로 시선을 되돌림으로써
감각과 지각을 누리는 그것을 발견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들어보았어도
그것은 모두 생각 속에서 탁구를 치며
멋진 경기를 감상하는 것이라서
실제를 보는 연습이 아닙니다.
그래서 열심히 전경 공부를 하면서도
기회만 되면 이렇듯 머리에 쥐가 나게 만드는 말과 글, 생각 이전의 직지를 향해
나를 투신해야 합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움직이는 손가락이 아니라
그 손가락을 보고 있는 내가 곧 각성이라고
백 번을 외워봐야
한 번 들이받는 것만 못합니다.
정혜쌍수, 지관겸수입니다.
깨달음 공부에서 삼매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이 삼계를 벗어나겠습니까?”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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