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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THATch] 세계관과 인식론 (2/2)

Buddhastudy 2024. 10. 28. 19:23

 

 

 

근대 서구철학의 인식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하나는 합리론, 이성주의라고 부르고

-또 하나는 경험론, 감각주의라고 불러요.

 

말뜻 그대로

우리에게 이성이 있어서 뭔가 아는 선험적 능력이 있다는 생각과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거라는 생각입니다.

 

이성주의는

참된 인식을 감각경험이 아닌

이성의 논리적 사유에서 찾고자 합니다.

이성의 사고에 의한 인식이

진리를 보증한다고 하는 견해죠.

 

이성은 타고나는 것이고

이성의 힘이 모든 지식의 근본이라는 주장입니다.

이것 역시 극단적으로는 인식론이 아니라

형이상학, 종교적 교리와 다를 바가 없게 됩니다.

 

경험주의는

감각적 경험을 통해 안다는 입장이지만,

극단적으로는 결국 감각 말고는 근거가 없으니

알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불가지론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 학자인 흄은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것은

직접적인 감각적 경험인 인상의 흐름이라서

이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고

자아라는 것도 이러한 인상의 묶음을 말할 뿐이라고 합니다.

 

이성주의와 경험주의는 모두

중세 신학적 세계관이 설득력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자 했던 경향성입니다.

 

그래서 근대의 서구인들에게 신뢰를 주는 기준이라는 것이

수학이나 자연과학이 제공하는

이성적 추론이나 감각적 경험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아주 쉽게 표현하면

한쪽은 생각주의,

한쪽은 감각주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대조적인 견해는

칸트라는 철학자에 이르러

지금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 정리됩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런 겁니다.

사람은 감각 능력인 감성과

생각 능력인 오성을 갖고 태어납니다.

 

감성은 경험을 통해 대상을 받아들이고

오성은 사고를 해서 개념을 적용시킵니다.

이게 인식입니다.

 

철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저서인 순수 이성 비판에서

칸트는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라는 경구를 남겼는데요.

 

앞서 본 이성주의와 경험주의를 종합한 듯 보이는

사고와 직관이라는 그의 개념들은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 주입되어 사용되고 있죠.

 

하지만 사실상 칸트 인식론은

이후의 철학자들에게 논쟁의 기초를 제공했을 뿐

통합과는 거리가 멉니다.

감성, 오성, 직관, 사고, 이성 같은 어지러운 용어들에서 보듯

칸트는 인간의 사고 능력에 대해

그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늘 고민했고

인간의 인식은 물 자체

즉 진실 자체를 알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진리는 인간의 인식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칸트 이후를

현대 인식론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언어 구조를 탐구하는 경향으로 나갑니다.

 

분석철학자들은

언어 일반의 개념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려 시도합니다.

또 그와 대립되는 경향으로는

의식으로부터 궁극적 지식을 얻어낼 수 없다고 보는

현상학자들의 입장이 있습니다.

 

이렇게 서구철학의 인식론이

언어에 대해 천착하는 경향으로 바뀌면서

근대 이후의 인식론은

백가쟁명의 경향을 보입니다.

 

여기에 진화생물학, 정신분석학, 뇌과학 같은 과학의 질료들이

인식론에 이런저런 이론을 보태고 있어서

수많은 앎의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아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많은 생각들을 필요할 때 불러올 겁니다.

 

여기서는 서구철학의 인식론이 무엇이고,

그게 왜 과학이 이렇게 발달한 21세기에도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는 논쟁거리인지 정도만

이해하고 가겠습니다.

 

이렇게 훑어보니 정말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지요.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에 대해

우리 인류의 석학들조차

제대로 된 정의와 이치에 대해

모두 동의하는 결론으로 정리하지 못했다는 사실 앞에서

저는 아연실색 했더랬습니다.

사람이 뭔가를 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이렇게 복잡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이 혼란상을 스스로 정리하게 된 것은

불교를 통해서였습니다.

이미 천년 전에 불교의 유식학은

서구철학이 제기하는 모든 인식의 문제들을

정말 깔끔하게 정리해 놓고 있었습니다.

 

제가 유식학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의 어설픈 학습만으로도

유식학이 인식론의 문제만큼은

치밀하고 정밀하게 체계화했다는 점을 의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식론 시리즈에서는

많은 부분을 불교의 유식학에서 제시하는

의식 체계와 작용에 대해 할애하게 될 것입니다.

 

유식을 통해

인식론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저의 믿음을 실현하기에 앞서서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겼던 인식론들이

얼마나 허술하기 그지없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서구철학의 인식론을 지식 탐험해 봤습니다.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그러므로 공 가운데에는 실체가 없고

감각, 생각, 행동, 의식도 없다

-반야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