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꽃게를 해부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 미슐랭 가이드의 선정된
간장게장 집에 다녀왔습니다.
같이 간 친구는 극찬을 하며 먹었지만
저는 사실 간장게장을 즐겨 먹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해산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생물의 신체 구조를 잘 알게 되면
먹을 때 생각보다 너무 많은 것이 보이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간장게장의 각 부위들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오늘은 제가 간장게장을 먹을 때 보이는 것들을 함께 알아보시죠.
먼저 가을은 꽃게 철이기 때문에
꽃게를 구하기 위해 수산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시장에는 살아있는 싱싱한 꽃게들이 아주 많았지만
저는 살아있는 꽃게는 필요 없어서
죽어있는 꽃게들을 구매해왔습니다.
짜잔~! 이것이 바로 꽃게입니다.
먼저 우리가 등딱지라 부르는 이 부분은
머리와 가슴이 합쳐진 두흉부라는 부분입니다.
꽃게는 두흉부의 갑각 끝이 이렇게 날카롭게 나와 있어서
곶이라는 의미에서 꽃게라는 이름이 붙었죠.
이 부분 외에도 꽃게의 두흉부 갑각은
뾰족한 곳이 많기 때문에
만질 때 손을 다치지 않게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꽃게는 두흉부 윗부분에 눈이 위치하는데
게들은 대부분 갑각 내부에 눈을 숨기는 구간을 가지고 있어서
위급 상황에 눈을 갑각 안으로 넣을 수 있죠.
이러한 꽃게는 절지동물 갑각류 중 10각목에 해당하는 생물로
5쌍의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5쌍의 다리는 각각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
먼저 가장 윗부분은 집게다리로
먹잇감을 사냥하거나 적을 위협하는 용도입니다.
집게다리는 이렇게 양쪽 모두 움직이는 것 같지만
한쪽은 고정되어 있고 다른 한쪽만 움직이는 형태죠.
제가 산 꽃게는 집게다리가 모두 잘려있었는데
꽃게는 수조 안에서 서로의 다리를 잘라버릴 위험이 있어서
잡은 직후에 집게를 잘라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조금 슬프죠?
그리고 집게다리 아래에 3쌍의 다리는
걷는 용도로 쓰이는 다리이고
마지막 한 쌍의 다리는 노처럼 넓게 변형되어
꽃게가 물속에서 헤엄을 치는 데 사용되는 다리입니다.
꽃게는 헤엄다리를 노처럼 저으며
물속에서 꽤나 자유롭게 헤엄치는 생물이죠.
신기하죠?
이렇듯 꽃게는 가슴 부분에 10개의 다리가 있어서 십각목이라 분류되지만
같은 십각목인 새우가 많은 부속지들을 가졌던 것처럼
꽃게도 신체에 많은 부속지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머리 부분부터 내려오며 관찰해보면
머리 부분에는 2쌍의 더듬이가 있습니다.
수조 속 게를 관찰해보면
이렇게 입 부분이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는데
꽃게는 집게다리로 먹이를 잡은 다음
입 주변 여러 쌍의 부속지들로 섬세한 컨트롤을 하여 먹이를 잡아먹죠.
부속지들을 치우면 보이는 이 부분이
바로 꽃게 턱입니다.
이 턱으로 먹이를 끊어 먹는 거죠.
조금 무섭죠?
사실 개는 전혀 맛있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꽃게의 아랫면에는 이렇게 접힌 부분이 있는데
이 부위는 바로 꽃게의 배입니다.
게는 새우, 랍스터와 아주 가까운 생물이지만
생김새가 많이 달라 보이는데
그 이유는 게에서 배부분이 접히고
갑각이 납작해지는 방향에 진화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게의 배를 펼친 다음 관찰해보면
새우 랍스터와 유사한 신체구조를 가지는 것을 볼 수 있죠.
새우나 랍스터의 배부분의 부속지가 있는 것처럼
꽃게의 배에도 부속지들이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꽃게는 배가 접힌 형태지만
내부 소화관은 여전히 입에서 배의 끝쪽으로 쭉 이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 배 끝부분이 항문이기 때문에
여기를 눌러보면 이렇게 똥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죠.
그리고 배부분의 부속 지대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 부속지들은 생식과 관련된 기능을 합니다.
우선 꽃게는 암컷과 수컷이 배의 형태부터 다른데
암컷 꽃게는 이렇게 넓은 형태의 배를 가지고 있고
수컷은 T자 모양의 좁은 배를 가지고 있죠.
그리고 수컷의 배부분을 펼쳐보면
놀랍게도 수컷의 부속지는 암컷과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의 형태와 부속지 구성의 차이는
꽃게가 새끼를 낳는 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선 수컷의 배에 위치한 부속지는
암컷에게 정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암컷의 두흉부 안쪽을 보면 이렇게 생식공이 한쌍이 있는데
암컷과 수컷이 이렇게 배를 맞대고 짝짓기를 할 때
수컷은 부속지를 이용해 암컷의 생식공 내부로 정자를 주입하는 거죠.
짝짓기가 끝난 암컷은
갑각 내부에 저장낭이란 곳에 정자를 보관했다가
산란기의 알을 정자와 수정시켜서 이 생식공으로 내보냅니다.
암컷은 생식공을 통해 내보낸 알들을 배와 가슴 사이에 품어서 부화시키는데
이때 암컷의 배에 위치하는 부속지들은
알들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산란기의 게들이 이렇게 배에 알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홍게나 대게의 경우 개체수 유지를 위해
암컷의 포획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꽃게는 산란에 이르는 시간도 짧고 번식력이 좋아서
금어기인 6월에서 8월을 제외한 기간에는
암컷의 포획과 섭취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번 꽃게 해부는 암컷 꽃게를 위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꽃게 내부를 보겠습니다.
먼저 꽃게의 해부는 두흉부를 잘라서 열어줘야 합니다.
두흉부 갑각은 단단하기 때문에
이렇게 조심해서 잘라서
갑각을 열어주면
이렇게 내부를 볼 수 있습니다.
내부의 막들도 제거해주면
냉동되었던 꽃게라 내부가 완전하진 않지만
꽤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가 간장게장으로 먹는 부분들이 궁금하시죠?
우선 우리가 먹는 꽃게의 살 부분은 꽃게의 근육 부위이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초록빛을 띠는 부위와 주황색 부위의 정체는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간췌장이라는 기관과
꽃게의 성숙한 생식소입니다.
주황색 부분은 알이라고 많이 불리는데
정확히 말하면 이 부위는 수정이 되기 전에 성숙한 난자들이 가득 찬
암컷 꽃게의 성숙한 난소이죠.
이러한 주황빛 부분은 난소이기 때문에
암컷에서만 보이는 부위이고
수컷은 크림색의 정소를 가집니다.
사람들은 간장게장에서 이러한 난소 부분을 좋아하기 때문에
간장게장은 대부분 암컷 꽃게로 담그고
수컷 꽃게는 주로 무침용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신기하죠?
다음으로 꽃게 두흉부 중간 부분에는 심장이 위치하고
심장 양옆에는 호흡기관인 아가미가 위치합니다.
그런데 꽃게 아가미를 들춰보니 아가미에 무언가 붙어 있습니다.
다른 꽃게 아가미에도 잔뜩 붙어 있었는데
이것은 놀랍게도 게 아가미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게속살이’라는 생물입니다.
게속살이는 예전에 보여드렸던
거북손 조개삿갓과 같은 만각류에 속하는 생물입니다.
그래서 게속살이도 거북손, 조개삿갓과 유사한 신체 구조를 가지는 것을 볼 수 있죠.
만각류는 대부분 물이 드나드는 곳에 사는데
게의 아가미도 만각류인 게속살이에게 살기 좋은 장소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게의 소화관을 보면
여기 공기가 팽창해 있는 부분은 게의 소화관인 위입니다.
위를 당겨보면 식도와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그리고 위를 잘라서 내부를 보면
위 내부에 이렇게 이빨이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게는 위에서도 음식을 한 번 더 씹어먹는 신기한 생물이죠.
위와 이어지는 장은 제대로 관찰되지 않았는데
게의 소화관은 배 끝의 항문까지 쭉 이어져 있는 형태이고
이러한 소화관을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간췌장이 넓게 둘러싸고 있어서
우리는 이 간췌장 부분과 생식소 부분을 간장에 담가 간장게장으로 먹는 것입니다.
신기하죠?
이제 간장게장을 드시면 꽤 많은 부위들이 보이실 겁니다
꽃게의 해부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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