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1)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_저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어요

Buddhastudy 2021. 2. 15. 18:38

 

 

 

5살 딸아이를 가진 30대 아기 엄마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자가면역질환으로 지금껏 병원에서 약을 먹으며 지내왔는데 최근 들어 신장기능이 많이 떨어져 곧 투석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제 30대이고 투석을 아무 이벤트 없이 해도 10년 정도만 가능하고 그 후엔 이식을 하지 않으면 죽게 되는 그런 병입니다.//

 

 

지금 죽음을 생각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생길까?

죽기 때문에 두려움이 생길까요?

 

아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죽기 때문에 두려움이 생길까?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두려움이 생길까?

죽는다는 생각을 안하면 되잖아.

 

아니, 그러니까 신장 안 나쁜 나도 100년 안에는 죽는다니까.

그러면 내가 지금 70이니까 평균 나이로 생각하면 더 일찍 죽을 수도 있지만

많이 살아야 15, 남자 평균나이로 계산하면 이렇게 되잖아. 그죠.

그럼 자기하고 나하고 비슷한데... 남은게..

 

그런데 왜 자기는 왜 그렇게 걱정이고?

자기는 나보고 그러겠지

스님은 나이가 많잖아요?” 이런다든지

스님은 혼자잖아요. 이런다든지.

그게 다 핑계에요.

 

지금 10년 살려면 엄청나게 남았는데.

초로 한번 계산해 봐요. 몇초 나오는지...

 

그러니까 부모가 죽고 아이들이 혼자 남은 아이들,

3, 5살 때 부모 여의어도 훌륭한 사람이 되는 사람이 있고

10살에 부모 죽고도 훌륭한 사람이 되는 사람이 다 있잖아요.

세상에 살아있는 생명은 다 살게 되어 있어요.

자기가 걱정한다고 잘살게 되고, 걱정 안한다고 못살게 되고 이런 거 아니잖아요.

 

자기는 자기 살아있는 동안에

자기 생명을 행복하게 살면 돼요.

 

그러면 자기가 만약에 남보다 조금 빨리 죽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지금 건강한 사람 중에도 교통사고 나서 죽든, 어떤 이유로 급병을 해서 죽든

자기보다 먼저 죽을 사람 많을까? 없을까요?

 

자기보다 먼저 죽을 사람이 많은데도 왜 그 사람들은 걱정을 안 해요?

그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 안하니까 걱정을 안하는 거고.

자기는 지금 죽음을 생각하니까 걱정을 하는 거요.

 

예를 들어서 남보다 조금 먼저 죽는다 그러면

좀 오래 남은 사람은 근심하고 걱정하고 괴로워하다가 화내고 짜증 내다가 죽어도 좋은 생활 보내고 죽을 기회가 있지만

자기같이 만약에 510년밖에 못 산다 그러면

그러면 괴로워하고 근심하고 걱정할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나?

웃는 일만 해도, 즐거운 일만 해도 부족하잖아.

 

그런데 죽기 때문에 괴로운 게 아니라

죽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1년을 살고 5년을 살기 때문에

지금부터 내내 괴로워하다 자기는 죽게 되는 거요.

바보같은 짓 아닐까요?

 

자기가 남보다 조금 빨리 죽을 거 같으면

자기는 다른 사람보다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할까? 적게 가져야 할까?

그래. 하루하루 즐거워하다 죽어야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생이 짧게 남을수록 더 걱정을 할 게 아니라

마음을 가볍게 가지고 기쁘게 가지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가져야 하는 거요.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래에는 지금 알 수도 없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15년 정도 지나면 의학기술이 더 발전할까? 안 할까?

또 그래서 변화가 생길 수도 있고.

나 같으면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만 더 살고 싶으면 그때 냉동인간으로 놔놨다가 100년 후에 나와서 살면 돼요.

뭐 그렇게 걱정을 해요?

 

그래서 이것은 일어나지도 않는 미래에 지금 사로잡혀 있다.

아까 어떤 자살하는 분이

나는 필요 없는 인간이야. 내가 죽는게 엄마한테도 좋아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살을 시도하는 것처럼

 

자기는

나는 곧 죽을 거야, 이래이래 죽을 거야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기는 지금 괴로워하고 있는 것뿐이다.

 

병은 치료하면 되고, 치료를 못하면

그냥 냉동 인간으로 들어갔다가 나중에 나와서 치료해도 되고

또 살 만큼 살았으니까 왕후장상도 다 때가 되면 죽는데 뭐 그게 큰일이라고 그래요.

 

이렇게 생이 짧다고 생각할수록 더 삶을 보람있게 보내야 한다.

관점을 그렇게 가지면 좋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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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기가 애하고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애가 어릴 때

엄마가 늘 눈물짓고 보내야 애에게 좋은 추억이 될까요?

맨날 울고 보내야 좋은 추억이 될까요?

안 그러면 웃어야 할까요?

 

그래, 그럼 애하고도 오래 지낼 수 없다 그럴수록

더 가볍고 웃으면서 보내야 아이가 나중에 엄마가 설령 죽었다 하더라도

아이고, 우리 엄마 참 훌륭하시다, 우리 엄마는 죽을 때까지도 미소 짓고 죽었다.

아이고, 우리 엄마는 참 내 어릴 때 돌아가셨지마는 좋은 추억이 남을..”

 

엄마만 생각하면

늘 짜증내고 울고 괴로워하는 이미지를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예를 들어서 일찍 죽는다 하더라도.

 

일찍 죽는다 해도 어떻게 할 거냐?

또 죽는다는 보장도 없어요.

재수 없으면 자기 같은 사람이 더 오래 살 수도 있어요.

재수 없으면 이 말이오.

 

오래 사는게 재수 좋아서 오래 사는 거 아니에요.

재수가 없어서 오래 사는 거요.

 

그래도 오래 살면 재수 없어도 그런 재수 없는 건 괜찮다.

이런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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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위해서도? 누구를 위해서?

첫째는 나를 위해서

두 번째 아기를 위해서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