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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시간여행은 가능할까?│스티븐 호킹의 대답

Buddhastudy 2021. 10. 8. 18:20

 

 

 

면은 2차원이고 공간은 3차원입니다.

만약 지구 표면에 2차원의 세계에서만 사는 생명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예를 들어 고개를 들 수 없고 수평으로만 움직이는 어느 거북이를 그 생명체로 가정해 보는 것입니다.

 

거북이는 지구 표면에 거대한 삼각형을 그려보기로 합니다.

거대한 삼각형이라 해도 삼각형 내각의 합은 언제나 180도라는 2차원 세계의 법칙을 증명해 보려는 것이죠.

 

거북이는 적도에서 출발해 런던을 지나는 경위 0도를 따라 북국까지 도달하고

다기 꺾어져 방글라데시를 지나는 동경 90도를 잇는 삼각형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삼각형 내각의 합은 놀랍게도 180도가 아니라 270도가 나왔습니다.

2차원의 법칙에 공간을 적용하니 그 법칙이 깨진 것입니다.

평생을 평면에서만 살아온 거북이에겐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만약 거북이가 고개를 들어 공간을 인지하게 된다면

평생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삼각형을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3차원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 차원을 이동하고 차원을 이용한 셈입니다.

 

지구 표면에 사는 2차원의 생명체를 상상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3차원의 세계도

다른 차원 안에 있는 공간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위도, 경도, 높이의 3차원 공간에 시간을 더해

시공간이라는 4차원의 개념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은 불가분하게 서로 얽혀 있습니다.

점에서 점으로 이동하고

공간과 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거북이가 공간을 인지한다면 3차원의 세계를 이용할 수 있듯이

우리도 3차원의 시공간을 인지한다면

시간과 공간을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3차원에서는 상상조차 못 했던 방식으로 공간을 이동하고 시간을 바꿀 수도 있을까요?

 

이 질문을 다르게 말하자면

과연 시간여행이 가능할까요?

 

--

오랫동안 사람들은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1905년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시간은 관찰자가 움직이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인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 관찰자들의 상대적인 속도 차가 커질수록 시간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빛의 속도에 가까운 우주선을 타고 있는 관찰자가 있다면

그의 시간은 우주선 외부에서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간보다 느리게 흐릅니다.

예를 들어 우주선에 탄 관찰자의 1초는 외부의 관찰자에겐 2초로 느껴지며

이 말은 우주선의 관찰자는 외부의 관찰자보다 1초 빨리 미래에 도착한다는 의미입니다.

 

비록 상대적인 시간이지만

우주선의 관찰자는 일종의 시간여행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SF적 상상에 빠져든 우리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시간여행을 기대합니다.

더 먼 미래로 이동하거나 과거로 이동하는 것 말입니다.

 

단순히 생각해서 우주선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울수록 시간이 단축된다면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우주선은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치 마이너스 통장처럼 음의 시간 개념을 가진다면

우주선 발사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가능할까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은

이러한 시간여행의 이론적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빛보다 빠르게 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점 역시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여행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결국 시공간을 휘어지게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이어 1915년에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고 가정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습니다.

시공간의 휨이 가능하다는 일반상대성 이론은

마치 거북이의 고개처럼 우주를 생각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지적 혁명이었습니다.

 

실제로 지구와 별 사이에 태양이 있을 때

태양의 중력에 의해 별의 위치가 살짝 옮겨가는 것이 관측되었습니다.

이 차이는 비록 1천분의 1도로 정도로 작은 값이지만

높은 정확도로 측정되면서 일반 상대성 이론의 예측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시공간의 휨은 존재하는 것이며

이제 그것을 마음먹은 모양으로 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휨의 크기는 아주 작습니다.

태양계의 전체 중력장 세계는 매우 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블랙홀과 같이 아주 강력한 중력장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시공간의 휨이 더 크게 일어납니다.

 

만약 시공간을 말 안장 모양으로 크게 휘게하고

그사이에 작은 관, 즉 웜홀을 이용한다면

그리고 웜홀 양 끝이 상대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이론적으로 과거로 여행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시공간을 말 안장 모양으로 휘게 하기 위해서는

음에너지를 가진 물질이 필요합니다.

최근에 과학기술은 양자이론을 통해 소량의 음에너지를 가진 물질을 검출하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공간을 많이 휘게 하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음에너지 물질이 필요합니다.

이는 현재로선 불가능한 기술입니다.

아마 수백 년, 수천 년 미래 문명에서나 가능한 일일지 모릅니다.

 

만약 미래 문명이 시간여행 기술을 개발한다면 혹은 개발했다면

왜 이곳이 미래 관광객들로 북적이지 않을까요?

 

스티븐 호킹은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2009년에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TV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시간 여행자를 초대하는 파티를 연 것입니다.

녹화 방송으로 전파를 탔기 때문에 미래에선 이 흥미로운 파티의 시간과 장소를 알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파티장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파티장이 텅 빈 이후로 3가지 가능성을 들었습니다.

 

1. 시공간이 휨이 가능하다 해도 오직 미래로 여행하는 것만 가능하다.

2. 과거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해도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3. 혹은 우주에는 다중의 역사가 존재한다.

 

파티는 실패했지만 스티븐 호킹은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실험적 증거를 확보했고

양자이론을 통해 시공간을 휘게 할 수 있다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기술의 뒷받침만 있으면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호킹은 물리적 법칙이 증명된 사실에 대해선

대체로 기술개발이 뒤따르게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시간여행에 대한 오늘 영상은

스티븐 호킹의 유작에 있는 내용 중 하나입니다.

유작을 집필하는 과학자의 깊은 통찰을 접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