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아이가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겠다고 해요, 어떡하죠? (2024.04.27.)

Buddhastudy 2024. 5. 6. 20:40

 

 

아이가 고2 여름방학을 시작할 무렵에 진지하게 상의할 게 있다고 하더니

자퇴를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1년에 두 번 있는 검정고시를 거쳐 정시로 대학을 가겠다며

야무지게 계획을 짜서 논리적으로 들이밀더라고요.

아이 말을 들어보니

아이는 기숙사라는 감옥에 갇혀서 수없이 주어지는

수행평가, 원서들을 감당하려고

주말도 없이 쪽잠을 자며 최선을 다해도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번 아웃이 온 상태였습니다.

아이가 죽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일반고로 전학을 시켰어요.

그런데 일반고에서 3주 정도는 잘 다니는 것 같더니

어차피 정시로 대학을 갈 것이고

수업 시간 중에 다른 공부를 할 수도 없는데

학교를 다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또다시 자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지금 고3이고 수능까지 8개월이 남은 상황입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아이의 속도에 맞춰가는 게 맞는 걸까요?//

 

 

아이가 죽은 것도 아닌데 왜 눈물을 글썽거리고 그래요.

우선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정신과 검진을 먼저 받아보세요.

 

...

 

의사는 아이에게 정신적인 질환이 있다고 합니까?

 

...

 

그러면 질문자는 아이의 건강이 더 중요해요, 공부가 더 중요해요?

 

...

 

질문자의 말은 아이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공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같이 들리는데요.

그래서 만약에 아이가 옥상에서 몸을 던지거나

수면제를 먹고 죽어버리거나 한다면

질문자는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될 거예요.

 

지금은 아이가 환자이기 때문에

일단 요양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가 원한다고 아이의 말을 다 들어줄 수는 없잖아요.

 

질문자처럼

아이가 원하는데 그것을 들어줘야 하느냐, 안 들어줘야 하느냐하는 관점으로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아이가 원하는 일이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불안 상태에서 비롯된 문제인지

이것이 먼저 점검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검진 결과

아이가 심리 불안이나 우울증이라고 하면

먼저 치료를 받게 해야 합니다.

아이는 환자니까요.

 

다리가 부러진 아이에게

정신 차리고 학교 가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깁스를 하고 치료를 받게 해야지요.

 

그런데 아이가 정신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는데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학교생활이 싫다’, ‘자유롭게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면

저는 수용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근대적인 학교 교육의 말기에 속하기 때문이에요.

마치 조선시대 말엽에 서당이 폐지되던 것과 비슷하지요.

 

한 시대가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대 변화를 보면

마치 우리나라의 19세기 중엽과 같아 보입니다.

 

1800년대 중반을 돌아보면

그로부터 20~30년이 지나면

과거가 폐지되고 서당이 거의 다 없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제까지 학교 교육은

산업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노동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후기 산업 사회,

즉 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전환해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20년 내지 30년이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전문직들이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어요.

변호사나 의사들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의사나 변호사는

수입이 높고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 직업입니다.

부모 세대는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에게 그런 직업을 갖기를 요구합니다.

선생님도, 교육 공무원들의 경험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살아갈 세상은

지금의 세상이 아니라 적어도 20년 후의 세상입니다.

조선 말기에도 일찍 머리가 트인 사람은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에 갔습니다.

만약 양반 자제가 그런 학교에 간다고 하면

집에서는 난리가 났어요.

언문을 배워 어디에 쓰겠느냐’,

상놈들이나 하는 기술을 배워서 뭐 하느냐하며 반대했습니다.

지금 상황도 그와 유사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만약 아이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한 번 해보게 놔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어디에 가서 취업을 한다든지

다시 학교를 가겠다든지

자기 필요에 의해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면 괜찮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학년이 다르거나

나이 차이가 발생하는 데에 너무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검진을 받아보니

아이가 육체적 질환이나 정신적 질환이 있다면

치료하는데 초점을 둬야 합니다.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든지, 외국어고를 보낸다든지

이런 걸 엄마가 결정해선 안 됩니다.

 

의사 선생님과 의논해서

약간 쉬는 게 좋을지,

약을 복용하면서 학교에 다닐 수가 있는지 확인을 해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의사 소견으로

지금 우울증이 많이 심한 상태라고 하니까

지금은 아이가 학습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1년간 휴학을 시킨다고 마음을 먹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검정고시를 준비한다고 했는데

공부 안 하고 놀고 있어도

그 모습을 보고

너 검정고시 열심히 공부하기로 해놓고 왜 약속을 안 지키니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됩니다.

 

반대로 의사가 학업을 잠시 쉬는 게 좋다고 해서 아이에게

너 몸 아프니까 학업은 잠시 내려놓아라

이렇게 극단적으로 말해도 아이가 낙담하게 됩니다.

 

항상 객관적으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서

아이의 건강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게 좋습니다.

 

일반고를 가겠다고 하면 한번 다녀보라고 하고,

한 달 지나서 검정고시를 치겠다고 하면 그때도 해보라고 말하고

다시 한 달 있다가 다시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그렇게 해보라고 얘기하면 됩니다.

 

행동이 계속 바뀐다고 해서

너 한 달 전에는 학교 다닌다고 하지 않았냐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정상적인 아이를 상대로 할 때 하는 얘기이지

환자에게 그렇게 요구하거나 말하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이 상태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

학업이 아이에게 압박감을 줘서 질병을 더 악화시킬지

진단을 받아 건강상태를 먼저 검토해 봐야 해요.

 

아이의 치료를 우선으로 한 다음

의사가 허용해 주는 범위 안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든지, 학원을 다니든지,

아이와 대화해 보면 됩니다.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욕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객관적으로 아이의 상태를 파악해서

아이의 상태에 따라 의논해서 진로를 결정해야 합니다.

 

선생님이나 사회인이라면

사회적 역할을 더 중요하게 여기지만

엄마라면 아이의 사회적 역할보다 건강을 가장 중요시해야 합니다.

몇 개월만 더 공부하면 대학에 가는데

그때까지만 참고 공부하면 안 될까?’

이렇게 아이에게 말하는 것은 올바른 부모의 관점이 아닙니다.

 

...

 

그런 말은 없습니다.

수험생들에게 격려의 말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말은

결국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을 잘 듣도록

스님이 얘기해 달라는 뜻이잖아요.

 

...

 

그런 것도 없어요.

목표가 잘못됐습니다.

공부를 잘하도록, 힘이 되도록, 건강하도록

끊임없이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아이에게 반영시킵니다.

이건 잘못된 관점입니다.

 

아이의 현재 상태가 어떤가를 가장 먼저 점검하고

아이의 상태에 맞게끔

한발 두발 차근차근 나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계단을 오르지 않고, 바로 높은 위치에 갈 수 있도록

아이를 격려하려는 것은 잘못된 관점입니다.

 

지금 질문자가 갖고 있는 관점을 봤을 때

아이의 병을 고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자기 생각을 내려놓고

아이의 건강에 맞춰서 도움을 줘야 되는데

질문자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갖고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부터 자기 생각과 목표를 버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늘 엄마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다이렇게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면 결국 엄마와는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