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고함치고 화내는 어머니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요? (2024.02.23.)

Buddhastudy 2024. 3. 6. 19:51

 

 

30년 전에는 어머니께 다녀올 때마다 제정신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트집 하나를 잡으시면 다른 일이 생길 때까지 계속 큰소리를 치셨습니다.

그때는 누나도 함께 달려들어서 저는 죽다 살아났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울증 때문에 죽을 지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6년 정도 어머니께 안 갔습니다.

저부터 살려고요.

그런데 이런 행동이 무슨 좋은 것이라고 대물림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화내는 습관의 대물림을 끊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병원에 안 가시려고 합니다.

약 한 시간 동안 실랑이를 하고 나서야 억지로 병원에 모시고 갑니다.

그리고 약을 받아오면 한동안 드시다가 절반 정도 남으면 더 이상 드시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머니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질문자의 문제예요.

어머니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몸이 아프더라도 어머니께서 병원에 가기 싫다면 안 가도 됩니다.

또 약을 받아왔다가 먹기 싫으시다면 안 드셔도 됩니다.

그건 어머니의 자유예요.

그런데 그걸 질문자가 지나치게 간섭해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

 

어머니께서 불평을 하시면 병원에 모시면 되고

또 가자고 하셨다가 마음을 바꾸시면

안 가시려고요? , 알겠습니다하고 말씀드리고 안 가면 됩니다.

질문자가 어머니를 병원에 억지로 끌고 가려다가 잘 안되니까

다음부터는 어머니 병원 진료에 동행하지 않겠다하고

자기식 대로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의 문제라고 말하는 겁니다.

 

어머니가 병원에 가자고 연락을 하면 병원으로 모시고 가면 되고,

가지 않겠다고 하시면 그냥 두면 됩니다.

아무리 아프다고 하시더라도 어머니께서 가시지 않겠다고 하시면

그냥 두면 됩니다.

질문자가 간섭만 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어머니를 질문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니까 생긴 문제입니다.

왜 아무 죄 없는 어머니 탓을 합니까?

 

질문자부터 정신과 진료를 먼저 받아 보면 좋겠어요.

연세 드신 분들은 원래 오늘 이렇게 말했다가 내일은 저렇게 말합니다.

 

다른 집들은 어떤가 한 번 보세요.

그렇지 않은 분들이 거의 없어요.

농촌에서 고령의 부모님들을 모시고 한 번 지내보세요.

저녁만 되면 허리가 아파 죽겠다고 맨날 죽는소리를 하십니다.

그러면 자식들은

제가 일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내일부터 일하지 마세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면 부모님은 그럴께!’ 하시고는

다음 날 아침에 또 호미 들고 밭에 가서 일하십니다.

저녁이 되면 또 아프다고 하시고요.

그리고 농사철에 바빠지면 일손을 돕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십니다.

인생이 다 그렇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을 갖고 살면 됩니다.

 

어머니가 그런 건 어머니의 사정이고

질문자는 질문자 나름대로 살면 됩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화나 짜증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저녁에 아프시다면 좀 주물러 드리면 됩니다.

다음 날 아침에 호미를 찾으시면 찾아 드리면 됩니다.

 

또 병원에 가자고 하시면 모셔다드리고

가지 않으시겠다면 안 가면 됩니다.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화를 냅니까?

질문자가 어머니께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면

그건 질문자의 성질이 더러워서 그런 겁니다.

 

...

 

어머니는 약간 정신적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라고 보셔야 합니다.

환자에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예요.

약간 치매가 있거나 정신 질환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머니는 치료가 필요한 분입니다.

 

...

 

그건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아이들이 그런 할머니를 힘들어하면

아이들을 할머니께 데리고 가지 않으면 되지, 왜 자꾸 어머니를 고치려고 하세요?

어머니께 가지 않으면 됩니다.

 

...

 

그러면 집을 분리하세요.

옆에 집을 따로 얻으세요.

 

...

 

그냥 두세요.

할머니는 손주를 시비하고

손주는 할머니를 시비한다면

질문자는 그 둘을 시비하고 있는 겁니다.

셋이 다 똑같은 겁니다.

셋 중 누구 하나라도 시비를 멈춰야죠.

 

아이가 할머니를 그냥 두던지, 할머니가 아이를 그냥 두던지,

아니면 그 둘을 시비하는 질문자가 멈춰야죠.

누구 하나가 멈춰야 끝이 날 수 있는데,

셋이 모두 시비하고 있어요.

 

질문자도 왜 서로 싸우냐?’ 하면서 시비하고 있는 겁니다.

질문자부터 시비를 안 할 수 있으면

아이에게도 시비하지 말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질문자도 그들을 시비하면서

아이에게 시비하지 말라고 하니 어떻게 설득이 되겠어요?

그러니 둘의 문제에는 신경 쓰지 마세요.

 

어머니가 병원에 데려달라고 하시면 모셔다 드리고

가기 싫다고 하면 그냥 두세요.

또 이튿날 가자고 하시면 가고, 가지 않으시겠다면 그냥 두면 됩니다.

아이가 밥 먹다가 할머니가 쳐다본다고

숟가락 놓고 방에 들어가면 그냥 두세요.

그런다고 아이의 건강이 나빠지지 않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질문자라도 그들을 내버려 둘 수 있으면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질문자부터 한 번 그들을 그냥 두어 보세요.

이것을 경계에 끌려다니지 않는다하고 말합니다.

 

...

 

그건 어머니의 병입니다.

어머니는 환자라고 생각하세요.

어머니께 고기를 사드렸는데 썩었다고 하시면

죄송합니다하고 버리면 됩니다.

 

또 고기를 안 사 왔다고 뭐라고 하시면

제가 깜박 잊었습니다. 금방 사 오겠습니다하고 바로 사드리면 됩니다.

그러면 잔소리가 3일까지 안 갑니다.

하루 만에 끝납니다.

질문자가 대응을 좀 잘해보세요.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사 오니까 썩었다고 하고, 안 사 오니까 불평하네!’

이렇게 불평만 하니까 질문자가 피곤한 겁니다.

 

30년 전 이야기를 지금 해서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질문자도 계속 옛날이야기만 하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