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남편한테 화가 올라오는데
이를 어떻게 없애면 좋을까요?
몇 년 전 직장에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그 사람 성격도 괜찮고 나도 그 사람이랑 잘 어울리는데도
미운 마음이 무의식중에 올라왔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지만 답을 찾지 못했어요.
그러다 작년부터 천일결사와 명상을 한 뒤로는 화가 거의 안 납니다.
그런데 유독 남편에 대해서는 가끔 화가 납니다.
예를 들면
제가 택배 상자를 일부러 문밖에 뒀는데
남편이 식탁 위에 가져다 놓았길래
제가 ‘보자기는 좀 벗기고 올려놓지.’ 그랬더니
남편은 쓸데없는 소리 한다면서
당신이 못 봐서 갖고 들어왔는데 하며 언성을 높이고 화를 냈습니다.
그 순간 저도 화가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면서
‘이러다가는 내가 남편을 때리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다음날 정진하는데 이 화의 근원은
엄마의 마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아버지한테 미운 감정과 화난 감정을 품었는데
그 마음의 영향을 받아서
나도 이렇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화는
꼭 남편이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자신의 화의 뿌리에 관해서
탐구를 해나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내가 화가 났는데
스님한테 묻는다고 답이 나올 리는 없잖아요?
스님이 화를 냈으면
‘당신 왜 화를 냅니까?’ 하고 물을 수 있는데,
자기가 화를 내놓고 스님한테
‘제가 왜 화를 냅니까?’ 이렇게 묻는 것은 모순입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스스로
‘남편이 물건을 밥상 위에 올려놨는데 왜 화가 날까?’
이렇게 화난 그때로 돌아가서 탐구하는 게 중요합니다.
탐구를 하면,
첫째, 내가 화를 잘 내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성질은 자기가 형성한 것도 있지만
어릴 때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주로 형성됩니다.
엄마가 화를 잘 내면 그 까르마를 내가 답습하게 되는 겁니다.
둘째, 그런 까르마가 있다고 해도
어떤 자극이 와야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편의 행동이 자극을 주니까 내가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인데,
이때 마치 남편 때문에 화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그런 까르마가 없으면 반응을 안 하게 됩니다.
또 내가 그런 까르마를 가지고 있어도
남편이 자극을 안 주면 반응을 안 하게 되고요.
남편을 고쳐서 자극을 안 주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남편을 고치는 것은 남편 스스로 해야 할 일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내 까르마는 놔두고 상대를 탓하게 되죠.
그렇게 해서는 자유로워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해결책은
첫째, 남편의 이런 행동에 내가 이렇게 반응하고,
남편의 저런 행동에 내가 저렇게 반응하는 것을
계속 탐구하는 겁니다.
‘내 까르마가 이렇게 형성되어서 이런 반응을 하는구나’ 하는 것을
계속 알아차려야 합니다.
둘째, 이렇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
남편의 자극에 화를 내긴 하지만
적어도 남편 탓은 안 할 수 있습니다.
내 성질 때문인 것을 알기 때문에
남편 탓을 안 하니까
남편에게 화를 내도 싸우지는 않게 됩니다.
벌컥 화는 낼지라도 내가 잘했다고 우기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제가 성질이 더러워서 그랬습니다’ 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셋째, 이렇게 내 까르마에 문제가 있는 것을 자각했다면
이 까르마에 반응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것을 ‘알아차림’이라고 해요.
마음에 불편함이 올라올 때
‘너 또 성질내려고 그러네?’
이렇게 자기를 알아차리면 마음이 일어나다 사라집니다.
이렇게 알아차림을 통해서 일어난 것이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바깥으로 드러나 버렸을 때는
‘죄송합니다’ 하고 빨리 사과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인간관계를 맺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자기 자신을 더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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