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혼을 했습니다.
이혼 후 3년 동안은 남편이 너무나 밉고,
결혼 생활로 얻은 화병의 기운이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요즘은 좀 편안해지니까
오히려 죄의식과 후회가 굉장히 큽니다.
이혼의 원인은 어떤 큰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니고
그냥 점점 사이가 안 좋아지면서
딱히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의 가장 큰 후회는 제가 좀 더 잘났었다면
상대의 못난 점도 잘 커버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청소 때문에 싸웠을 때
제가 청소를 진짜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남편이 청소를 못하는 게 전혀 문제가 아니었을 겁니다.
또 육아 문제로 싸웠을 때도
제가 자존감이 높았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겁니다.
후회와 죄의식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꾸 ‘남이 잘못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됩니다.
반대로 ‘내가 잘못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를 미워하는 것이
자책감과 후회입니다.
남편을 향해서 ‘술만 안 먹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보지만
그 사람 수준에서는 그게 안 되는 걸 어떡해요?
안 되는 걸 내가 자꾸 원하고 있기 때문에
미움이 생기는 겁니다.
‘내가 조금만 자존감이 있었으면,
‘내가 조금만 마음이 넓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질문자의 수준으로는 그렇게 하는 게 안 되었잖아요.
그런 행동을 두고 ‘과대망상’이라고 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비난을 받았다고 펄쩍펄쩍 뛰어요.
본인이 없는 데서 자기들끼리 뒷말을 했다고 아주 괴로워합니다.
그러면 제가
‘당신은 부처님보다 잘 났습니까?’ 이렇게 물어봅니다.
그러면 ‘아니요’ 하고 대답합니다.
우리가 훌륭한 분이라고 여기는 부처님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부처님 당시에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욕하는 정도가 아니라
혹세무민 하는 자라고 해서 십자가에 못을 박아 죽였어요.
그런데 내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욕을 안 얻어먹으려고 합니까?
그래서 과대망상이라고 하는 겁니다.
질문자도 ‘조금만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늘 생기지만
질문자는 정작 그 ‘조금’을 하는 게 잘 안 되잖아요.
그러니 ‘저 사람이 조금만 잘했으면 이혼을 안 했을 텐데’ 하는 말과
‘내가 조금만 잘했으면 이혼을 안 했을 텐데’ 하는 말은
둘 다 똑같은 말입니다.
질문자의 생각에는
자신이 조금 발전한 것 같다고 하지만
하나도 발전한 게 없어요. 똑같아요.
단지 이혼에 대한 책임을 저쪽으로 가져갔다가
지금은 이쪽으로 가져왔다는 그 차이밖에 없습니다.
남을 미워하면서 내가 괴로워하나
나를 미워하면서 내가 괴로워하나 마찬가지예요.
발전은 무슨 발전입니까?
저기 있던 걸 여기로 옮겨놓은 것일 뿐이죠.
‘내가 부족해서 그런 일이 생겼다,
그때 잘못을 안 했더라면’
이런 얘기는 필요 없는 얘기이고
이미 다 지나간 얘기입니다.
그때 잘못한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래. 그때 내가 어리석어서 이혼을 했다’
이렇게 사실을 인정하고 끝나야 돼요.
'앞으로 내가 만약에 누군가를 새로 만난다면
이걸 참고해서 좀 덜 어리석어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때는 미운 감정에 사로잡혀서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몰랐는데,
이렇게 헤어지고 보니
그 사람의 괜찮은 점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는 얘기인 것 같네요.
원래 옛날부터
‘나 먹기는 싫어도 남 주기는 아깝다’ 하는 말처럼
지금 질문자도
남에게 주고 보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는 항상 가지고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잘 모르다가
막상 내놓고 나면
그제야 좋은 점들을 보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어요.
그런데 나와 같이 있을 때는
좋은 점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쁜 점들만 보이는 겁니다.
또 헤어지면
나쁜 점은 안 보이고 좋은 점들만 보입니다.
그러니 이런 감정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미련이 남는다면
그냥 전화해서 솔직하게 얘기하면 돼요.
“여보, 우리 다시 만나자,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당신의 좋은 점을 몰랐다.
내가 미쳐서 귀한 보배를 알아보지 못하고 버렸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당신만 한 사람도 없더라. 내가 사과할게.”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됩니다.
미련이 남는다면 최선을 다해 다시 시도해 봐야 합니다.
체면을 따지면 안 돼요.
그렇게 해봐야 미련이 안 남거든요.
‘내가 다시 노력해도 소용이 없구나’
이렇게 결론이 나야
혼자 살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든 후회가 없습니다.
만약 미련을 계속 갖고 있으면
‘그때 내가 더 해 볼 걸’ 하고 후회를 자꾸 하게 되어
내 삶에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니 만약 미련이 남는다면
그 사람을 보기보다는 자신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술을 마신다’, ‘바람을 피운다’ 이런 걸 따지면서
상대가 바뀌기를 바라지 말고,
‘그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이 사람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네’ 하고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처음에는 상대가 100점짜리인 줄 알고 결혼을 했는데
살아보니 70점밖에 안 돼요.
그래서 이혼하고 다른 사람을 찾으려고 하면
50점짜리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혼하고 나서 후회를 하게 되는 겁니다.
100점짜리인 줄 알고 차를 샀는데
흠집이 나서 70점밖에 안 되길래
중고차 시장에 내놓고 다른 중고차를 보러 갔더니
그만한 차가 없는 겁니다.
그러면 다시 중고차를 사야 할까요?
원래 차를 팔지 말아야 할까요?
...
그래서 항상 헤어질 때도
감정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어차피 다른 중고차들도 다른 사람들이 타던 겁니다.
새 차를 살 게 아니라면
그래도 내가 오래 탄 중고차가 낫지 않나요?
남이 실컷 탄 중고차가 더 낫습니까?
저는 후회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 말하는 겁니다.
결혼을 할 때 좋은 점만 보고 성급하게 결정을 했기 때문에
막상 살아보면 후회가 생기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이혼을 할 때는 안 좋은 점만 보고
덜컥 결정을 합니다.
결혼할 때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점을 반성했다면,
이혼할 때는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여러분은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어요.
한번 후회하면 됐지 왜 두 번이나 후회해요?
첫 번째는 몰라서 그랬다 하더라도
두 번째는 경험이 있으니
조금 더 지혜로워져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혼하라거나 이혼하지 말라거나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결혼할 때 덜 신중했기 때문에
이혼할 때는 좀 더 신중하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결혼을 하든 이혼을 하든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게 중요한 일이겠어요?
산에 사는 동물들이 어느 동물과 교미하든 그게 뭐가 중요해요?
자연생태계 전체를 놓고 보면
하등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 동물과 살든, 저 동물과 살든, 상대를 열 번을 바꾸든,
저는 그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혼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안 합니다.
다만 결혼할 때 잘못했다고 이미 후회를 해놓고서는
또 똑같은 방식으로 이혼하고 후회를 하려고 하니까
제가 한 번 점검해 주는 것입니다.
바보 같은 짓을 똑같이 되풀이하지 말라는 얘기인데
여러분들은 이걸 이혼하지 말라는 얘기로 받아들여요.
저는 여러분들이 결혼하든, 이혼하든, 돈을 벌든, 돈을 벌지 않든
그런 것들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문제로 괴로워하기 때문에
제가 몇 마디 조언을 해주는 겁니다.
결혼을 해도 괴롭지 않아야 하고,
이혼을 해도 괴롭지 않아야 합니다.
혼자 살아도 괴롭지 않고, 둘이 살아도 괴롭지 않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매일매일 한 사람씩 바꿔 살아도 괴롭지 않다면
그것도 괜찮아요.
그건 자유니까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요.
그런데 여러분들의 문제는
자신이 선택해 놓고 책임도 지지 않고 괴로워한다는 겁니다.
질문자는 한국에 살아도 되는데
자기가 원해서 스위스에 와놓고는
스위스를 욕하면 모순이잖아요.
그것처럼 수많은 남자 중에
제일 좋다고 생각해서 선택해 놓고는
상대를 나쁜 인간이라고 욕하면 모순 아니에요?
그렇게 본인이 선택한 사람을 나쁜 인간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제가 질문자를 우습게 보는 거예요.
질문자의 눈을 어떻게 믿을 수 있으며
질문자의 정신 상태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요?
그러니 이혼을 했다 하더라도
상대를 욕하면 안 됩니다.
서로 안 맞는 게 있으니까 헤어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를 욕할 이유는 없다는 거예요.
자식이 부모를 계속 욕하면 어떻게 될까요?
자식은 부모의 육체적인 것만 닮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정신적인 면도 많이 닮게 됩니다.
그러니 부모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면
자신에게도 그 나쁜 면이 전이가 되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떨어져요.
부모님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자존감이 생길 수 있겠습니까?
만약 여러분이 자신의 배우자에게
‘너는 짐승보다도 못한 사람이야’ 이렇게 말하면,
자기 자식도 짐승보다 못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아내나 남편을 욕하지 말라는 거예요.
자식이 없으면 배우자를 욕해도 됩니다.
그러나 자식이 있으면 그 자식은 짐승의 자식이 되잖아요.
결국 자기를 욕하는 것이 되는 겁니다.
자신의 자존감을 없애는 행위예요.
이혼한 뒤에도 아이들 앞에서 배우자를 욕하게 되면
아이들의 자존감이 없어집니다.
남이 자신의 부모를 욕할 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상처가 안 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상대가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모가 배우자를 욕하게 되면
예를 들어
엄마가 아빠의 욕을 하게 되면,
그 말이 맞으면 아빠가 나쁜 사람이 되고,
그 말이 틀리면 엄마가 나쁜 사람이 됩니다.
왜냐하면 엄마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래도 저래도 아이에게는 정신분열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들이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혼하는 것은 자유인데
절대로 아이들 앞에서 아내나 남편을 비난하면 안 됩니다.
항상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 너희 아빠는 좋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아이에게 말해야
나에게도 좋고, 남편에게도 좋고, 아이에게도 좋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좋은 길을 가야 합니다.
꼭 이혼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 입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를 비난하고 미워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를 입게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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