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맞벌이 부부인데 어떻게 하면 아이와 잘 소통할 수 있을까요? (2024.04.29.)

Buddhastudy 2024. 5. 7. 19:47

 

 

저는 8살 아이 키우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맞벌이 부부인데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짧거든요.

짧은 시간 동안

아이와 어떻게 뜻깊고 값진 추억과 소통을 나눌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기만족을 위해서예요? 아이를 위해서예요?

 

...

 

정말 그럴까요?

아이가 엄마랑 있는 걸 좋아해요? 오히려 늦게 오는 걸 좋아해요?

 

...

 

질문자가 아빠를 하면 됩니다.

꼭 엄마 아빠가 성별로만 역할이 나눠지는 게 아니에요.

암컷이 엄마 역할을 하고

수컷은 무책임하게 지내는 게 자연생태계 아닙니까?

 

그런데 인간은 이걸 바꿔서

남자가 엄마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여자가 무책임하게 살 수도 있는 거예요.

 

다만 현재 다수의 사람들은

여성이 엄마 역할을 하고 살기 때문에

남성이 엄마 역할을 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사회 적응을 하는 게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형태가 보편화되면 어떨까요?

아무 문제가 없어집니다.

다만 소수일 때는 항상 다수하고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신적인 갈등이 있을 수 있죠.

그렇다고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심리가 그렇게 형성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아이를 할머니한테 맡겨 키우면서 여러분들은

내 딸이다’, ‘할머니 손녀다하고 생각하지만

아이의 무의식 세계에서 엄마로 그려지는 건 누구일까요?

할머니예요.

할머니가 엄마입니다.

용어만 할머니이지 자신의 정신적인 모델은 할머니예요.

 

옛날 왕들은 왕비가 있더라도

아이를 낳으면 유모에게 맡기잖아요.

그러면 유모가 정신적 엄마가 됩니다.

옛날 왕조사회에서 유모는 신분이 하인이잖아요.

그래서 아이의 입장에서는

하인의 심성을 가지고

지위는 왕으로 자라니까

심리적인 불균형이 생깁니다.

 

그래서 보통 왕조가 3대를 내려가면

대부분의 왕들이 정신 불안 증세나 분열증이 생깁니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왕조가 유지되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거예요.

 

앞으로는 시대가 변할 테니까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바뀌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질문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면 됩니다.

 

아이가 엄마가 데리러 왔으면 좋겠다고 하면

시간을 내서 데리러 가면 됩니다.

만약 못 데리러 간다면

아이에게 충분한 해명을 해야 합니다.

 

엄마는 널 사랑하지만

직장이 늦게 끝나서 오늘은 데리러 가지 못하고 아빠가 가게 되었다.

대신에 다른 걸 엄마가 해 줄게이런 식으로요.

 

자아 형성기인 3살 때까지는 엄마가 키워주면 좋습니다.

왜냐하면 남이 키우면 남을 닮기 때문이에요.

내 성질이 나빠도 아이가 나를 닮는 게 낫지, 남을 닮는 건

내 아이가 아니잖아요.

 

3살 이후부터는 엄마가 설명을 잘하면서 키우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주로 3살 전에 자꾸 남의 손에 맡겨 키우니까

나중에 아이에게 형성된 자아를 잘 모르잖아요.

어디서 어떤 분란이 있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모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손으로 이렇게 키워지면

겉모습은 멀쩡하겠지만

심리는 안정이 안 됩니다.

 

그래서 국가가 정말 국민을 아낀다면

부모에게 아이가 3살 때까지

유급휴가를 지급하는 정책을 펴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만약 3년 유급휴가가 어렵다면

1년은 유급휴가를, 2년은 무급휴가라도 줘야 합니다.

무급휴가라도 준다는 것은

경력 단절이 되지 않도록 직장을 보장해 준다는 말입니다.

 

남자가 국가를 위해 군대 가는 것 이상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일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개인의 일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큰 역할이라고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와 잘 보낼 수 있을까?’

자꾸 이렇게 머리를 쓰지 마세요.

외간 남자를 만난다면

잘 보이려고 여러 가지 기교를 부려야 하겠지만

아이한테는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아이에게는 엄마의 무의식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그냥 솔직하게 대하면 됩니다.

 

주로 학교 선생님을 부모로 둔 아이들이

말썽을 더 많이 피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갔을 때는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만

반대로 집에 오면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행동하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을 부모로 두면

부모가 집에서도 선생님 역할을 합니다.

밖에서 볼 때는 모범적일 수 있겠지만

심리적으로는 굉장히 억압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면 나중에 어떤 계기로 인해

억압된 심리가 한번 터지기 시작해서

막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그냥 아이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6.25 전쟁으로 남편이 죽어서

애를 둘 다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상상해 봅시다.

남한테 맡기려니까

등에 업힌 애를 맡기면 좋겠지만

누가 받아주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손에 잡은 애를 친척 중에 잘 사는 집에 맡겨서

밥도 제대로 먹이고, 공부도 제대로 하게 해 준 거예요.

반면에 등에 업은 애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업고 다니면서 키운 거죠.

그 애들이 크면 심리적으로 누가 더 불안할까요?

 

잘 먹이고 좋은 학교에 보내고

이런 것으로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이 김밥 장사를 한다고 하면

아기를 업고 장사를 하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김밥 장사를 하면서

그 사실을 숨기고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사립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사장이거나 회장인데

어느 날 우리 엄마가 김밥 장사를 한다는 걸 알게 되면

아이는 엄청난 열등의식을 갖게 됩니다.

 

이게 자식을 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에 엄청난 상처를 주는 거예요.

가난한 것은 자기가 나중에 돈을 벌어서 극복하면 되지만

잘 사는 집 부모를 보고 부러워하면

부모를 바꿀 수도 없잖아요.

저는 그동안 이렇게 정신적인 문제를 겪은 사람들을

수도 없이 상담해 왔습니다.

 

그런데 애를 등에 업고 김밥 장사를 해서

엄마가 어떤 고생을 하는지, 애가 알면서 자라면

엄마에 대한 열등감이 없어져요.

 

미국 시애틀에 한국 여성과 흑인 군인이 결혼해서 낳은 아이가

연방 하원의원이 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군 부대 주위에 있던 한국 여성과 미군이 결혼한 것인데

그분이 엄마에 대한 자긍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어요.

 

국회를 개원하는 날,

그분이 한복을 입고 참가를 한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왜 그랬냐?’ 하고 물으니

우리 어머니가 나를 빨리 알아볼 수 있게 하려고 그랬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열등의식이 없으니까

어머니를 숨기는 게 아니라

더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보여줄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자녀를 자존감 있게 키워야 합니다.

내 신분을 숨기고 사는 것은 좋은 게 아니에요.

그러니 내가 열등감을 가지면

아이들도 열등감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시골에서 자랐어도 열등감이 별로 없었어요.

왜냐하면 나만 가난한 게 아니라

온 동네가 다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도회지에서 자란 가난한 아이들은

굉장한 열등감이 있어요.

왜냐하면 반에 있는 애들이 다 부잣집 애들인데

자기는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고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약 아이가 먼저

왜 우리 집은 가난하냐?’ 하고 따지면

부모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부자라고 좋은 게 아니란다.

부자라고 많이 소비하면서

남한테도 막 함부로 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지금 같은 기후 위기 시대에

소비가 많은 건 범죄야.

검소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이렇게 열등의식 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아이가 당당해질 수 있는 거예요.

여성이 아기를 갖고 싶어서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구입 해 인공 수정으로 아이를 낳아 키운다면

남편이 없는 것에 대해 열등의식을 가질까요?

안 가져요.

 

그러면 아이에게도

아버지가 없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혼했거나 남편이 죽거나 하면

남자 없는 것에 대해서 애한테 늘 미안해합니다.

그래서 아빠 없는 애가 되는 겁니다.

 

만약 내가 이혼해서 애를 혼자 키우고 있다면

애가 아빠를 찾을 때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아빠가 왜 필요하니? 내가 네 아빠다.

나는 엄마 역할도 하고 아빠 역할도 한다.

뭐 부족한 거 있어?’

이렇게 당당하게 키워야 하는 거예요.

 

우리 역사에도 보면

유화부인이 남편 없이도 고주몽을 훌륭하게 키웠잖아요.

 

여러분들의 심리가

아이의 심리가 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너무 위축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처녀가 유아교육과를 전공해서

애를 돌보는 게 애한테 좋을까요?

아니면 아이 셋을 키워본 40대 아줌마가

애를 돌보는 게 좋을까요?

 

누가 더 전문가예요?

애를 맡기려면 애를 둘셋 키워본 사람한테 맡겨야

제대로 돌봐줄 수 있는 거예요.

 

애하고 교감하는 것은

이성으로 되는 게 아니라 정서로 되는 겁니다.

 

그러니 자꾸

뭐가 더 잘하는 걸까?’ 하고

머리를 쓰지 않아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