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 저는 돈에 대한 가치관이 너무 다릅니다.
유복하게 자라온 신랑과 달리 저는 절약이 필수인 가난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신랑은 화려하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가전제품, 차, 옷, 문화생활을 원합니다.
아내인 저도 고급스러운 차림을 하고 다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저는 명품이나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어요.
제가 부끄럽다고 부부 모임에 경리 사원을 대신 데리고 간 적도 있습니다.
신랑은 다방면으로 사업과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식당을 두 번 말아먹었고요. 술집도 한 번 말아먹었습니다.
부동산 사기에도 연루돼서 대략 10억쯤 손해를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사업장이 일곱 개인 걸로 알고 있어요.
가게는 늘어나는데 생활비 주는 것은 거의 10년째 그대로입니다.
신랑은 이번 연도에만 해외여행을 세 번째 가고 있습니다.
골프장, 잦은 술자리, 아는 누님이라는 사람한테 전화가 오고,
그다음 날 새벽에 들어옵니다.
이런 일들을 저는 다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정토회에 들어와 새벽 기도를 하게 되면서
1년 동안 계속 신랑에게 ‘감사합니다’ 하고 참회 기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300배로 늘려서 참회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참회 기도에 대해 조금 회의가 생깁니다.
신랑에게 ‘돈 벌어다 주어서 감사합니다’ 하고 계속 감사 기도를 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신랑은 신랑대로, 저는 저대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게요’ 하면서
크게 망할 때를 대비해서
그냥 같이 돈을 써버리고 싸우지 않는 게 나을까요?//
왜 신랑이랑 같이 돈을 써버리고 안 싸우려고 그래요.
돈을 안 쓰고 안 싸워도 되잖아요.
사람의 가치관은 쉽게 바뀔 수 없습니다.
나는 돈을 쓰더라도 화려하게 살고 싶은데 신랑이 구두쇠인 경우와
신랑은 생활을 화려하게 하고 싶은데 나는 절약하는 경우
이 둘 중에 어느 상황에서 생기는 갈등이
본인한테 덜 힘들 것 같아요?
즉문즉설을 하다 보면
신랑이 구두쇠라서 돈을 콱 틀어쥐고 낡은 구두 신고
다 떨어진 양복을 20년째 입으면서
부인한테 돈도 안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인이 뭐 하나 사려고 해도 잔소리를 하며
돈을 못 쓰게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렇게 극단적으로 구두쇠인 남편하고 사는 것과
나보다 더 소비하고 사치하는 남편과 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살기가 쉬울까요?
...
그 문제는 뒤에 얘기하고, 우선은 이 생각부터 해보세요.
구두쇠인 신랑하고 사는 게 더 힘들겠습니까?
질문자의 신랑처럼 돈을 많이 쓰고 사는 사람하고 사는 게 더 힘들겠습니까?
...
그럼, 여기 있는 청중들한테 물어봅시다.
구두쇠 신랑하고 사는 것이
돈 펑펑 쓰는 신랑하고 사는 것보다
쉽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
질문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딱 두 사람만 있네요.
나는 절약을 하고 싶은데
신랑이 내 돈을 가져가서 써버린다면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남편이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든, 자기가 벌어서든
자기 돈을 쓰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런 사람하고 살면서도 내가 근검절약하며 살고 싶으면
나만 돈을 아껴 쓰면 됩니다.
그런데 신랑이 완전히 구두쇠인 경우에는 내가 더 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질문자의 상황이 훨씬 쉽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래, 나도 돈을 펑펑 써서 같이 망해버리자’ 하고 마음먹으면 안 됩니다. 신랑과 부부 동반으로 외출할 때는
신랑의 체면을 생각해서 약간은 차려입고 나가 주는 것은 괜찮다는 거예요.
과시하기를 좋아하면
가짜 귀걸이와 목걸이, 반지 같은 것을 사서 장식을 좀 해줘요.
진짜냐 가짜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신랑이 원하는 것을 걸치고 가주면 됩니다.
질문자는 지금 법사가 되었습니까?
정토경전대학을 졸업했으면 오계도 못 받았네요.
그러면 장신구 같은 것은 좀 해도 괜찮아요.
일반회원인 수행자가 지켜야 하는 오계에는
귀걸이, 목걸이를 달면 안 된다는 계율이 없습니다.
‘죽이지 마라’, ‘때리지 마라’, ‘훔치지 마라’,
‘성추행하지 마라’, ‘거짓말하고 욕설하지 마라’,
‘술 먹고 취해서 행패 부리지 마라’ 하는 내용들만 있어요.
그런데 법사가 되면
서원 행자들이 지키는 계율을 따라야 합니다.
검소하게 살아야 하고, 겸손하게 살아야 합니다.
사치품을 쓰면 안 되고
돈 좀 있다고 목에 힘주고 교만하게 살면 안 됩니다.
‘부어라, 마셔라’ 하고 기분 나는 대로 놀아도 안 됩니다.
즉 마음이 들뜨는 것을 즐기면 안 됩니다.
질문자가 남편의 취향을 조금 맞춰주는 정도는
오계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기후 위기 시대에, 절약에 대한 신념이 뚜렷해서
남편의 요구를 맞춰줄 수 없다면,
그럴 때는 ‘여보, 죄송합니다.
저는 수행자로서 검소하게 살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당신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습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별문제 아니에요.
남편이 본인이 돈을 좀 버니까 그렇게 쓰겠지요.
괜찮습니다.
원래 은행 돈이라는 게
사업하는 사람한테 빌려주기 위해서 마련한 돈이니까요.
그건 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저를 쫓아다니면서 빌려달라고 하고 있고,
다음에는 또 5억 원짜리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남편한테 각서를 받아요.
...
남편이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질문자가 간섭할 일은 아닙니다.
‘남편에게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하시고, 잔소리를 하지 마세요.
어쨌든 질문자가 벌어서 먹고살아요?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먹고살아요?”
(신랑이 대부분을 벌고, 저는 저대로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전체 생활비를 신랑한테 얻어서 씁니까?
질문자가 자립하고 있습니까?
(얻어서 씁니다.)
그렇다면 감사 기도는 해야 합니다.
신랑이 많이 쓰든 적게 쓰든 그것은 그 사람의 돈이잖아요.
간섭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내가 그 사람한테 돈을 받아서 쓰면
그건 고마운 일이에요.
신랑이 검소하게 살든 말든 그 사람이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질문자가 간섭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니 내 마음에 안 들게 산다고 해서
그 사람의 돈을 받아서 쓰면서도 감사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법륜 스님한테 매달 100만 원을 얻어 쓰면서
‘법륜 스님은 아침 예불도 안 하더라’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예불을 하든 말든 그것은 법륜 스님의 사정이고,
내가 매달 100만 원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해야 하는 거예요.
법륜 스님이 오계를 어기고
아주 나쁜 범죄 행위를 해서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돈은 안 받아야 하는 겁니다.
질문자의 남편이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남편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본인이 정토행자로서 검소하게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남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채식을 한다고 해서
남이 고기 먹는 것을 욕하면 안 되잖아요.
‘네가 고기를 먹는 것은 너의 사정이고,
나는 내 생각대로 채식한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남편과 부부로 계속 같이 살아야 하니까
계율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약간 비위를 맞춰주는 게 좋겠습니다.
내가 보기엔 질문자가 약간 고지식한 것 같아요.
검소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검소하게 산다면
그것은 수행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그렇습니다.
저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못 씁니다.
좋은 음식을 사 먹으라고 해도 못 사 먹습니다.
비싸고 편한 데 가서 자라고 해도 못 갑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게 써본 적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검소하게 산다고 해도 뛰어난 수행자가 아니에요.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생긴 습관일 뿐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남편을 나무라지 말고
‘죄송합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살아도 만족합니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남편과 이혼할 게 아니라면
남편이 친구들 앞에서 잠깐 비위를 맞춰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주는 게 좋습니다.
괜찮은 남자 같은데 이혼할 것까지는 없잖아요.
이혼하더라도 그 사람이 망한 뒤에 이혼해야죠.
지금 결혼한 지 얼마나 됐어요?
20년 동안 망할 것 같았는데, 지금까지 안 망하고 살잖아요.
남편을 그냥 놔둬 봐요.
그러다 망하면 그때부터는 둘이 함께 같이 직장 다니면서 의좋게 사세요.
남편이 하는 일이 큰 범죄만 아니라면 조금 양해하고 사세요.
내 가치관과 맞지 않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가 동조할 일도 아니에요.
그러나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두 번 정도는 ‘환경을 생각해서 낭비하지 말고 아껴 씁시다’ 하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 좋겠지만 안 들어도 놔두는 수밖에 없어요.
달리 방법이 없는 일을 가지고 자꾸 애끓어 하면 자기만 손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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