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퇴직 후 제일 먼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2024.10.10.)

Buddhastudy 2024. 10. 15. 19:44

 

 

저는 올해 12월이면 직장 생활을 한 지 30년이 됩니다.

앞으로 3년 후에는 정년퇴직을 해야 됩니다.

막상 질문지를 작성하고 보니까

이 질문에 스님이 답변하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질문 드릴 내용이 가정 생활과 직장 정년에 관한 것인데

둘 다 스님께서 안 해보신 경험이라 묻는 것이 송구스럽습니다.//

 

. 묻는 게 예의가 아니지요.

 

정년을 3년 남긴 시점에서 돌아보니까

지난 30년 중에 집사람과 보낸 시간보다

직장 동료와 보낸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 동료들의 얼굴을 가만히 보면

언제부터인가 권태가 느껴집니다.

저도 그 사람들의 얼굴이나 눈빛만 봐도 다 아니까 재미가 없고요.

거기다 정년이 얼마 안 남아서 하는 일도 재미가 없습니다.

일에 대한 권태기인가 싶을 정도로

일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저는 솔직히 현재의 회사 생활보다

퇴직 후의 삶에 더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직장에서는 하라는 일과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됐지만

이제 나가서는 제가 일을 찾아서 해야 하고

또 그 속에서 행복도 찾아야 되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에 사회에 나가서 인생 2막을 살아갈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를 말씀해 주시면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지금 직장 다니는 게 별로 재미가 없으면

명예 퇴직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조기 퇴직이라고도 하고요.

그걸 신청하면 됩니다.

그게 무슨 큰 고민거리라고 묻습니까?

명예 퇴직하면 퇴직금을 더 받을 수 있으니

목돈도 챙길 수도 있잖아요.

 

퇴직을 하고 나와서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 목표가 직장 생활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돈 벌 궁리를 하는 것 같거든요.

질문 내용을 들어보니

곧 퇴직금까지 말아먹겠구나 싶습니다

 

퇴직을 하고 사회로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세 가지 중에 하나예요.

가지고 있는 돈만으로

곶감 빼 먹듯 쓰면서 살 수만은 없으니까요.

 

첫째, 자영업입니다.

치킨집을 낸다든지 가게를 내는 거죠.

그런데 자영업이라는 게

사회 전체적인 트렌드에 비춰보면

조금씩 말아먹을 걸 한꺼번에 말아먹는 방법밖에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둘째, 주식 투자든 코인투자든 투자를 하는 겁니다.

투자를 하는 게 그래도 낫지 않나 싶을 텐데

이것도 한꺼번에 퇴직금을 말아먹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셋째, 사기를 당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지인이 찾아와서

작은 회사를 새로 시작하는데, 네가 3억만 투자하면 월급도 주고

사장 자리도 줄게하는 제안을 합니다.

질문자가 그래도 한 30년 회사에 근무하면서

직급이 부장 이상 정도는 되었을 텐데

어디 가서 수위를 할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자원봉사를 할 것도 아니고요.

내 품위에 맞는 직책과 월급이 나오는 자리를 투자 조건으로 제시하면

거기에 금방 속아 넘어갑니다.

거기에 투자하면 거의 100% 돈을 날리게 됩니다.

주로 군인 출신, 경찰 출신, 공무원 출신 퇴직자가

이런 사기에 많이 걸려듭니다.

굉장히 영리한 사람들인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는 대단히 어리석습니다.

 

퇴직하고 사회에 나와서 뭔가 해봐야겠다하고 시도하는 것은

90퍼센트 이상이 실패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면 퇴직하고 나서 뭘 해야 되느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앞치마를 두르는 것입니다.

 

(, 그거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퇴직하자마자 아무것도 하지 말고

부인한테 가서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여보, 지난 30년간 나랑 살면서 고생 많았지요.

내가 항상 당신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직장일 하느라 못 도와줬다.

어차피 도와주지도 못하는데, 말로만 도와주고 싶다고 하면

진정성이 없어 보이니까 내가 말도 제대로 못 했어.

그런데 이제 퇴직을 했으니까

집안 일은 내가 할게.

당신은 집안일에서는 손을 떼라.

내가 매일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다 할게.’

 

이렇게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첫 번째로 할 일입니다.

이것이 돈 얼마를 더 버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이렇게 3년만 앞치마를 두르고 집안일을 하게 되면

앞에서 말한 사기 당할 세 가지 위험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퇴직한 직후가 사기를 당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3년 정도 지나면 사기를 당할 확률이 줄어듭니다.

3년을 넘기면 사기 당할 일들이 눈에 안 들어오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부간에 보이지 않는 냉랭함도 없어지고

신혼부부처럼 지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하면 처음에는 부인이 기고만장해져서 더 밟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약을 처음 먹으면 나타나는 반응처럼

약간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과 같아요.

밟는 대로 밟히고 나서 회복을 해야 됩니다.

 

부인에게는 그동안 나에게 억눌렸던 감정이 있기 때문에

내가 숙이고 내려가면

나를 존중해 주는 게 아니고 확 밟아버립니다.

이때 화를 참지 못하고

내가 숙여줬더니, 이게 어디서?’ 하면 안 되고,

이 위기를 잘 극복해야 됩니다.

그래서 좀 밟혀줘야 됩니다.

왜냐하면 부인도 분풀이를 좀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를 넘기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부부관계가 평등해집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30년은 더 살아야 되잖아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한 사람은 밥하고, 한 사람은 책 읽는 관계가 아니고,

누구든지 그저 한 사람이 밥 하면

한 사람이 설거지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한 사람이 밥하면 한 사람이 청소해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늙어가는 가운데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 이사할 때, 나만 두고 갈 위험이 있습니다.

애완견보다 집안 내 서열이 낮아집니다.

 

둘째, 수명이 짧아집니다.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평균 수명이 7년 정도 짧은데

그 이유는 권위주의를 버리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솔선수범 하지 않고 대우만 받으려고 하는데

그러면 부인이 대우를 안 해줍니다.

부인도 남편이 돈을 벌 때는 참고 살았는데

이제 돈도 안 버니까 너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입만 있나?’

이렇게 나옵니다.

 

남편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속이 상하게 되죠.

안 그래도 직장 그만두고 위축되어 있는데

마누라까지 나를 무시하나 하는 생각에 화가 불같이 납니다.

 

그러면 부인은 더 기분이 나빠져서

돈도 못 버는 주제에 큰소리치네하고 맞대응을 합니다.

그래서 싸움이 점점 커져요.

 

이미 일본에서는 황혼 이혼이 증가하고 있고

이혼을 하면 법적인 절차가 복잡하니까

졸혼이라는 것도 나왔습니다.

 

요즘은 시댁과의 관계를 단절하기 위해서

사후 이혼이라는 것도 나왔습니다.

남편이 죽더라도 시댁과의 관계는 계속되잖아요.

그래서 사후 이혼을 해서 시댁과의 관계도 끊는 겁니다.

 

젊은 세대는 안 그렇지만, 나이 든 세대의 여성들은

어쨌든 시댁에 메여 살았잖아요.

일본의 사회 현상이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서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걸 보면 우리나라도 어떻게 되겠는지 대충 예측이 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퇴직하자마자 앞치마 두르기 3년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만 실천할 수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뭘 해도 좋아요.

퇴직금으로 검소하게 살면서

여러분들이 가진 재능을 세상을 위해서

10년 정도 쓸 수도 있습니다.

그게 바로 자원봉사입니다.

 

우리나라 안에서 봉사하는 것도 좋지만

전 세계로 나가서 봉사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큽니다.

지금 정년 퇴직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60대인데

어릴 때 어깨너머로 아버지 농사짓는 것도 보고,

아버지가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봤기 때문에

비록 평생 사무직으로 일을 했어도

농사나 기술을 사용하는 일에 대한 감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을 가든, 태국을 가든, 라오스를 가든

처음에 서툴러도 금방 일에 익숙해집니다.

왜냐하면 어릴 때에 본 게 있기 때문이에요.

 

퇴직 후에는 스스로 보람도 느끼고

세상에 도움도 되는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원봉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더라도

먼저 부인과 상의를 해야 됩니다.

그래서 군복무 하듯이

앞치마 두르기 3년을 한 뒤에

그 후에는 자원봉사를 하러 전 세계로 나가면 좋겠습니다.

절대로 투자니 뭐니

이런 머리는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과 같은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형편이라면

퇴직한 뒤에 바로 하지 말고

지금부터 미리 연습 삼아 조금씩 해야 됩니다.

 

퇴직 후에 빵집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주말마다 빵집에 가서 봉사를 하는 거예요.

파트타임으로 배달도 해보는 겁니다.

 

만약에 사회 운동을 하겠다고 해도

시민 단체에 가서 자원봉사를 해봐야 합니다.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짓겠다 하더라도

주말이나 휴가 때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지어봐야 합니다.

 

퇴직하고 바로 시골로 내려가서 농사를 지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3년 동안 연습을 해보면

이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 알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방법도 알 수가 있어요.

 

만약 경제 활동을 하겠다면 그렇게 해야 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퇴직하고 앞치마를 두르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세 가지는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첫째가 뭐라고요?

 

투자한다고 해서 헛돈은 아니에요.

다 돈을 벌 수 있는 일인데, 만만치가 않다는 뜻입니다.

투자를 요청하는 게 대부분 퇴직금을 노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기를 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한 세 가지는 꼭 주의를 해야 됩니다.

 

앞치마를 3년 두른 뒤에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은 괜찮아요.

3년 정도 지나면 마음이 안정이 되어서 조급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투자 제안이 와도 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직장을 딱 그만두면

부인이 나를 무시하니까

사람의 심리가 내가 어떤 사람인데하면서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집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나를 무시한 인간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심리가 일어나기 때문에

어떤 판단을 할 때 잘 따져보지 않고

자기도 모르게 속아서 넘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3년 정도 있다가 해야 됩니다.

퇴직하자마자 최소 3년은

가정일을 도맡아서 하겠다는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