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연기를 하고 있는 33살 청년입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 좋아하는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할 정도로 소심했습니다.
그래서 마음고생도 하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힘들었는데요.
그런 제가 연기를 하게 되면서 표현의 자유와 행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연기는 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디션도 많이 보고, 친구들과 극단을 만들어서 연극도 무대에 올리고
영화도 제작하며 열심히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경제적인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최근에는 10년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연기로 생계유지가 안 되는 상황에서
내가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연기를 계속하는 것이 개인적인 욕심 같고
이제 그만둬야 되나 고민이 됩니다.
그런데 연기를 안 하고는 도저히 못 살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삶을 선택해야 내 인생에도 도움이 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자기 의사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
연기를 하면서 조금씩 소심함을 극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수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통해서 [자기 극복]을 하면
그게 무엇이든지 [수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농사하면서 자기 극복을 하면 농사가 수행이고
노래를 통해서 자기 극복을 하면 노래도 수행이 됩니다.
수행이라는 게 형식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든, 괴로움을 극복하든, 소심함을 극복하든,
어떤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것은 모두 수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질문자는 연기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으니까
질문자에게 있어서 연기는 수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고
그걸로 생계도 해결할 수 있으면 제일 좋습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걸로 먹고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노래를 좋아하는데
노래를 부르는 걸로 돈을 벌어서 그걸로 먹고살 수 있으면 제일 좋아요.
그런데 내가 노래를 해서는 먹고살 수가 없다면
먹고살 수 있는 돈을 버는 직업을 따로 갖고
노래는 취미로 해야 됩니다.
즉 아마추어로 노래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내가 연기를 해서 먹고살 수 있으면 제일 좋은데,
연기로 먹고살 수 없으면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따로 가져야 합니다.
연기는 직장인들이 모여서 연습하는 극단에 가입해서
취미 생활로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내가 좋아하는 연기는 직업이 아닌 취미 생활로 하는 거예요.
좋아하는 일과 돈 버는 일이 일치하면 제일 좋지만
그게 안 되면 이렇게 직업을 따로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아직 혼자서 사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밥만 먹고살면 되는데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되니까 고민이라는 거잖아요.
제가 볼 때 그건 욕심이에요.
가령 나는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최저 생계비 정도만 벌고
만약 그걸로 생활이 안 된다면
내가 공사장 막일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연기를 하겠다는 결심까지 했다면,
배우자가 될 사람도 그걸 이해해 주어야 합니다.
만약 배우자가 될 사람이
‘집안일은 당신이 하면서 연기를 하고,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그 수입으로 생활을 하자.
그러다가 유명한 배우가 되면 다행이고,
안 되더라도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런 정도로 마음을 낸다면 결혼을 해도 좋습니다.
그런데 배우자 될 사람이
‘결혼하려면 집도 있어야 하고, 아이가 생기면 돈도 벌어야 하는데,
우리는 돈이 없어서 결혼을 할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결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질문자가 선택을 해야 합니다.
배우자와 서로 합의해서
연기를 하면서 돈은 최소한으로 벌고
막노동이라도 해서 생활을 하든지,
배우자와 서로 합의가 안 되면
직장을 다니면서 연기는 취미로 하든지,
연기를 꼭 해야겠으면 결혼을 포기하든지요.
물론 연기도 하고 돈도 벌고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현재 상태로는 금방 그렇게 되기가 어렵지 않겠어요?
연기로 돈을 벌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결혼을 미룬다고 해도
연극 영화 산업이 점점 하향세이기 때문에
결혼해서 아내한테 큰소리치면서 살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의논해서
‘나는 연기를 하면서 용돈만 벌테니
대신 집안일도 하고 아이도 돌볼게.
당신이 직장을 다녀라’ 이렇게 하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질문자가 연극을 주말에 취미로만 하고
직장을 구해서 돈을 버는 방법이 있습니다.
안 그러면 지금 사귀는 사람과 친구로만 지내고
결혼은 목표에서 빼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중에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요.
결혼하겠다는 것이 왜 욕심이냐고 반문할 수가 있는데
제 말은 결혼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같은 결혼생활을 할 형편이 안 되는데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게 욕심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결혼생활을 하려고 하면,
하느님한테 빌어야 되고, 부처님한테 빌어야 되고,
조상을 탓해야 되고, 전생을 탓해야 되는
불쌍한 인생이 되기가 쉽습니다.
여자친구와 10년 사귀었다고 해도
결혼이란 서로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질 수가 없잖아요.
결혼은 현실이기 때문에
서로 진지하게 대화를 해서
아쉽지만 결혼은 다른 사람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서로 좋아한다고 다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오히려 질문자는 정말 결혼을 하고 싶다면
본인이 연기하는 것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거나,
질문자의 상황을 양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됩니다.
10년 동안 사귀면서 아직까지 결혼을 안 하고 지내왔다는 건
어느 정도 돈을 모아서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미루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결혼이 성사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냥 셋방 하나 얻어서
둘이서 밥그릇 몇 개와 숟가락만 가지고
형편 되는 대로 살겠다고 해야 결혼이 성사되지,
남들처럼 다 갖춰서 살겠다고 하면
10년을 더 기다린다고 해도 결혼은 어렵지 않겠어요?
...
진정한 친구라면 헤어져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살필 수 있어야
친구라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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