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께서 시동생 사업 자금을 대주느라
그동안 은행에 빚을 4억 정도 내셨는데요.
최근 대출 원리금이 연체되면서 카드론을 이용하시다가
그것도 힘들어지니까
장남인 제 남편에게 5,000만 원만 도와달라는 연락을 주었습니다.
사실 예전 같았으면
남편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냈을 텐데
스님 즉문즉설을 많이 듣다 보니까
마음공부가 됐는지
남편이 하자는 대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돈을 마련해 드렸어요.
그런데 문제는 시어머니께서 그 뒤로 자꾸만 전화를 해서
멀쩡한 우리 집을 팔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너무 화가 나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안 팔면 되죠. 물어볼 게 뭐 있어요?
시어머니 생각에는 큰아들이든 작은아들이든 같은 아들인데,
지금 작은아들이 빚에 쪼들려서 어렵잖아요.
그러니 시어머니는
‘큰아들이 집을 팔아서 작은아들 빚을 갚아주면 해결이 되지 않느냐?’
‘너희는 월세나 전세를 살고 나중에 갚아주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시어머니는 자신의 아들 두 명을 하나의 가족 공동체라고 생각하는데,
질문자는 시어머니 가족 따로, 동생 가족 따로, 내 가족 따로 생각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내 남편과 내 아이가 하나의 경제 공동체인 거죠.
그래서 질문자가 볼 때는 남을 위해서
내 집을 팔기는 싫다는 겁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질문자의 생각과 다릅니다.
이것은 견해가 다른 것이지
시어머니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질문자가 시어머니 하자는 대로 다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어머니, 죄송합니다. 저는 제 집에서 살겠습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그게 뭐 별일이라고 괴로워합니까?
질문자도 나중에 애를 낳아서 키워 봐요.
큰애와 작은애가 있고, 큰애는 잘살고 작은애는 못 산다면
질문자가 생각할 때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작은애한테 주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시어머니한테는
모두 하나의 경제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설 명절에 엄마하고 아빠하고 자식 둘하고
같이 화투를 쳐서 돈을 따거나 잃었다고 합시다.
엄마나 아빠가 보기에는
큰애가 따든 작은애가 따든 아내가 따든 남편이 따든
그게 그 돈 아니에요?
주머니 안에 돈이 이리저리 간 것밖에 아니잖아요.
그래서 부모는 누가 따든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형제는 ‘동생이 따느냐, 형이 따느냐’ 하는 차이가 큽니다.
...
집이 누구 명의로 돼 있어요?”
...
그런데 왜 싸워요?
내 명의로 되어 있으니까 싸울 필요가 없고
‘좋은 의견입니다. 그런데 저는 팔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되죠.
...
당연하죠, 질문자가 소유한 집이니까요.
제 말은 서로 싸우지 말라는 거예요.
시어머니가 돈을 달라고 해도
‘네, 알겠습니다. 돈이 필요한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줄 형편이 못 됩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남편이 집을 팔자고 하면
‘당신 뜻은 알겠는데, 나는 팔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싸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남편이 화를 내고 물건을 집어 던지면
‘그래, 당신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날 만하다.
그런데 나는 애들도 있고 하니까 집은 못 팔겠다’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남편은 시어머니와 시동생이 자기 가족이니까 도와주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 남편의 의견에
‘당신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렇게 하자’하고 말해도 되고
질문자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 집은 내 명의로 되어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안 하겠습니다’ 하고 말해도 됩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줄도 아는 것이 수행입니다.
...
남편의 뜻을 따를 수 있으면 좋지요.
집이 없으면 어때요.
월세나 전세를 얻어서 살면 되죠.
‘당신 원하면 그러세요. 집 없이 살면 되죠!’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과 싸우지는 말라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집 없이 사는 것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면
‘당신 의견은 알겠는데, 저는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하면 됩니다.
질문자는 불교를 거꾸로 알고 있어요.
만약 어떤 여성이 저한테 와서
‘스님, 저하고 결혼 안 하면 죽어버리겠어요!’ 이러면
여성이 지금 죽는다고 하니까 제가 결혼을 해야 하나요?
‘당신의 종교 때문에 한 사람이 죽는 걸 방관해서 되겠습니까?
한 사람도 구제 못 하면서 무슨 인류를 구제합니까?’
이렇게 질문하면 어떻게 할래요?
...
질문자는 시어머니를 도와주지 않아서
가족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과
돈 5천만 원 도와줘서 갈등을 완화하는 것과
어느 것이 더 나은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후자를 선택한 겁니다.
법륜스님 때문에 도와줬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소리예요.
어떤 여자가 결혼해 주지 않으면 죽는다고 할 때도
내 속에 결혼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결혼하는 것이지
‘이 여자가 죽는다고 해서 할 수 없이 결혼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됩니다.
나에게 그런 욕구가 있는데
결혼해서 생기는 세상의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결혼을 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해서 내가 결정한 겁니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너무 간절히 원하니까
5천만 원 정도는 손실을 보더라도 도와주기로 한 거예요.
그런데 집은 몇억이나 되니까
그렇게는 못 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거예요.
질문자가 ‘예’ 해도 아무 문제 없어요.
5천만 원에 ‘예’ 해도 되고, 5억에 ‘예’ 해도 되고, 50억에 ‘예’ 해도 됩니다.
반대로 ‘아니오’ 해도 됩니다. 그
런데 어떤 경우에도 상대는 나쁘고
나는 옳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 이상은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하면
도와주지 않으면 됩니다.
그건 질문자의 권리입니다.
부처님은 남을 때리거나 죽이거나
물건을 뺏거나 훔치거나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거나
거짓말하거나 욕설하거나
술 먹고 취해서 남을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
남이 나한테 뭘 달라고 할 때
안 줬다고 해서 내가 죄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주고 안 주고는 내가 선택하는 거예요.
그러니 남편하고 싸우지는 마세요.
그들이 도와달라고 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에요.
심정은 이해하면서 나는 도와주지 않으면 됩니다.
시어머니는 자식을 포함한 한 가족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이고
나는 내 가족의 관점에서 얘기하는 것이니까
입장이 서로 다를 뿐입니다.
시어머니가 틀린 것도 아니고, 내가 옳은 것도 아닙니다.
시어머니가 옳고, 내가 틀린 것도 아닙니다.
서로 견해가 다를 뿐입니다.
시어머니의 견해에 맞춰 줄 수 있으면 맞춰 주고,
못 맞추면
‘어머니, 죄송합니다. 저는 그렇게 못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안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 중에서
나는 안 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이 대화가 끝나고 남편에게 가서
‘법륜 스님한테 물어보니
어머니 말을 안 들어도 된다고 합니다’라는 식으로 말할 위험이 매우 커요.
그렇게 무책임하게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안 됩니다.
‘법륜 스님이 주라고 해서 줬다’라고 하거나
‘법륜 스님이 주지 말라고 해서 안 줬다’라고 하는 것은
아직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모르는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는 것도 내가 결정하고,
안 주는 것도 내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내가 가진 것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주고 안 주고를 내가 결정하면 됩니다.
안 주면 당연히 욕을 먹고, 부부 사이에 갈등도 생기지요.
시어머니로부터 비난도 받지요.
그게 더 중요한지 5천만 원이 더 중요한지 선택하면 됩니다.
‘5천만 원 버리고 비난과 갈등을 피하는 게 낫겠다’라고 결정을 하거나
‘비난을 받으면 받았지 집을 파는 건 안 된다’라고 결정을 하거나
질문자가 결정하면 됩니다.
아무리 시어머니가 비난하고
부부 관계가 나빠지고 남편이 난리를 피워도
‘나는 자식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그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말해도 됩니다.
반대로
‘돈이 뭐 중요합니까, 가족관계가 더 중요하죠.
그러니 집을 팔 테니 그 돈으로 빚을 갚으세요’
이렇게 말해도 됩니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질문자가 결정하면 됩니다.
정해진 법은 없어요.
...
돈을 준 것도 질문자가 결정한 것이고,
돈을 안 주는 것도 질문자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스님의 얘기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스님의 얘기는 주고 안 주고는 질문자가 알아서 해라는 겁니다.
남을 때리거나 남의 돈을 훔치는 행위는
당장 멈춰야 합니다.
그러나 질문자가 시어머니에게 돈을 줄 의무는 없습니다.
어머니에게 돈을 주는 것은 선한 행위이므로 선택 사항입니다.
내가 시어머니의 돈을 뺏는 것은 멈춰야 할 행위입니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어도
자식이 그걸 줘야 할 의무는 없어요.
그러나 자식이 어머니를 고려해서 돈을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습니다.
줄 수 있으면 드리면 되고, 줄 수 없으면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어머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죄송합니다.
저도 살아야 하니까 드릴 수가 없습니다’라고 얘기하면 되지,
부부싸움을 할 일도 아니고,
화를 낼 일도 아니고,
놀랄 일도 아니고,
두려워할 일도 아닙니다.
세상은 늘 요구하고, 우리는 그걸 수용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는 겁니다.
저도 지금 강의해 달라는 요구가 수도 없이 들어오지만
다 응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 ‘죄송합니다. 시간이 안 됩니다’ 하고 거절을 합니다.
또 시간이 되어서 요청에 응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왜 저쪽은 해주고, 이쪽은 안 해주냐고 시비가 들어오겠죠?
그런데 저는 강연을 해도 돈을 받지 않으니까
크게 문제가 안 돼요.
저는 이런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돈을 안 받습니다.
돈을 안 받으니까
해주고 안 해주고를 제가 결정할 수 있어요.
저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을 우선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군대나 경찰, 공무원 단체나 자선 기구에서 강연을 해달라고 하면
그런 요청을 우선합니다.
기업에서 해달라고 하면
어떤 행사인지 충분히 보고 결정합니다.
어차피 강연을 하는 것이라면
많은 대중에게 이익을 줘야 하니까
10여 명 규모보다는 100여 명 규모의 행사로 결정합니다.
이런 원칙을 가지고 제 시간을 고려하여 결정을 하거든요.
질문자도 ‘5천만 원까지는 드릴 수 있고 그 이상은 안 된다’,
‘있는 돈을 드리는 건 되지만 집을 팔아야 하는 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자기 나름대로 원칙을 정해서 대응하면 됩니다.
놀랄 일도 아니고,
시어머니가 잘못한 일도 아니고,
남편이 잘못한 일도 아닙니다.
사람은 각자 이해관계를 갖고 말할 뿐입니다.
집이 내 명의로 되어 있으니
그 처분에 대한 결정은 내 권리잖아요.
내 권리를 어떻게 행사할 건지는
내가 결정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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