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다투셨습니다.
아빠는 술을 좋아하셨고 엄마는 그걸 싫어하셨어요.
저는 엄마의 이야기만 듣고 아빠를 미워하기도 하며
엄마의 감정을 받아내면서 자랐습니다.
결혼 후에도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 같은 역할을 해 왔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그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습니다.
엄마는 변하지 않는 아빠를 증오하는 악심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헤어지라고 얘기해 보지만
엄마는 복수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하십니다.
가족들이 엄마에게 등을 돌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될 것 같아 걱정됩니다.
저는 엄마와 아빠를 무척 사랑합니다.
엄마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질문자가 너무 과도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볼 때는 부모가 서로 싸우고 원수같이 지내는 것 같지만
좋은 점도 있기 때문에 한집에서 오래 사는 겁니다.
나쁜 점만 있다면 그렇게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엄마 말을 그냥 귓등으로 듣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고, 그러셨어요?,
‘아빠 때문에 참 힘드셨죠?’ 이러고 말아야 해요.
어릴 때처럼 엄마 얘기만 듣고 아빠를 미워하거나,
또 아빠한테 전화해서
‘엄마를 괴롭히지 말라’ 하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안 돼요.
그건 부모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힘드니까 어릴 때부터 늘 하소연해 온 딸에게
또 하소연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냥 들어주면 되지
‘그런 말을 하지 마라’ 이렇게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질문자는 내가 해결해 줄 능력이 없다면
‘안 듣는 게 낫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또 엄마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려면
‘내 말을 들어라’ 하는 자기 주장이 있는 겁니다.
이런 문제는 해결이 될 수가 없는 일이에요.
또 해결이 안 돼도 괜찮아요.
그렇게 오랫동안 싸우면서도 아직 안 헤어지고 살잖아요.
질문자는 형제가 몇이에요?
그러면 부모님은 자식 둘을 낳고 키워서 결혼까지 시켰잖아요.
또 손자도 둘이나 있는 아주 훌륭한 부모예요.
훌륭한 할머니이고, 훌륭한 할아버지입니다.
젊을 때도 서로 다투면서 안 헤어지고 살았는데
손자 손녀까지 있는데 지금 헤어지겠어요?
물론 황혼 이혼이란 것이 있어서 헤어질 수는 있지만
이제는 ‘이게 일상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커피 마시는 습관처럼 부모님은
그냥 욕을 하면서 사는 게 이미 습관화되어 버렸어요.
그걸 질문자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전화가 오면
‘어머니, 힘드시죠?’ 이렇게 받아주고 끊으면 됩니다.
질문자가 자꾸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전화하지 말라’ 하는 자기 생각을 고집하고 있어서 지금 괴로운 겁니다.
어머니는 전화할 데가 딸밖에 없잖아요.
질문자와 어릴 때부터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부끄러울 것도 없습니다.
지금 새삼스럽게 남한테 전화해서 그런 얘기를 하려면 힘들어요.
남한테는 그렇게 싸우는 척도 안 합니다.
그런데 자기는 어릴 때부터 한집에 살았으니까 숨길 것이 없는 겁니다.
어머니는 질문자한테 하소연을 좀 하면 감정이 풀리는 거예요.
'앞으로 절대 같이 안 산다'
이러면서 지금 30년을 더 살았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질문자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요?
첫째, 그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둘째, 해결이 안 되어도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부모님은 해결을 안 하고도 지금까지 잘 살았어요.
그러니 그냥 하나의 사는 모습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상담한 사람 중에
남편과 진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서로 하면서도
계속 같이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 부인한테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남편이 어디 가고 없어서 혼자 자야 하는데
도저히 무서워서 혼자서는 못 자겠더랍니다.
그래서 제가 '같이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 후에는 그분이 아무리 힘들다고 하거나
동네를 시끄럽게 해도 그냥 웃으면서 듣습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욕을 하시면 안 됩니다’ 하면서
남편 분한테 가서 말하고
아내 분한테도 ‘그렇다고 해서 욕을 너무 하지 마세요’
이렇게 주제넘은 얘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다시 돌아보니까
'남의 집 살림에 내가 쓸데없는 간섭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은 그냥 하소연을 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그냥 들어주세요.
해결을 안 해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해결을 안 하고도
지금까지 40년을 잘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걸 왜 새삼스럽게 해결하려고 해요?
그냥 두면 됩니다.
오히려 부모님을 위해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스님이 노인들을 위해
즉문즉설을 한 동영상을 몇 개 찾아서 보내주는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기본적으로는 질문자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래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싸우면서도 잘 살고 있습니다.
서로 싸우면서 벌써 40년을 살았기 때문에
20년을 더 사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러니 그냥 가볍게 들으면 됩니다.
자꾸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 문제는 해결될 수도 없고, 또 해결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렇게 싸우시면서도 나를 공부시켜 주고 시집 보내주고 다 했잖아요.
그러니 나는 그것만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하면 되지
자기들끼리 싸우는 건 내가 시비할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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