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나이를 먹을수록 아이처럼 행동하는 남편이 쪼잔하게 느껴집니다. (2025.02.16)

Buddhastudy 2025. 2. 20. 19:51

 

 

저는 작년 8월부터 정토불교대학 진행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와서 남편이 저한테

정토회에 너무 깊이 빠져있는 것 같다고

종교 활동을 너무 깊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고요.

남편의 말에 저는 좀 억울한 마음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정토회를 통해 불교를 만나서

제 가정이 매우 편안해졌고, 남편도 그런 부분을 인정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한다는 걸 제가 알거든요.

그리고 딸이 청년 불교대학에서 지금 돕는 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여보, 내가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혹시 당신한테 손해 끼친 거 있어요?’하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남편이 대답을 못 하더라고요.

남편은 제가 정토회 활동을 계속하면 자기하고 보내는 시간이 줄고

그러다 보면 부부 관계가 멀어질 것 같다고 말합니다.

어쩜 저렇게 아이같이 말할까 싶어

남자가 쪼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남자가 쪼잔해요.

 

조금 어렵겠어요.

8차 백일기도 입재식에서 수행 사례담을 발표한 분이 부부 갈등이 많았는데,

그걸 극복하고

이제는 남편이 굉장히 협조적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렇게 되려면 남편이 나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시종일관 남편이 내 덕을 보고 있으면서

그것을 모르고 오히려 방해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래서 딸하고 뒷담화나 하면서

어떻게 남편을 다루면 내 말을 잘 들을까 하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이건 수행과는 정반대 방향의 관점입니다.

 

남편이 질문자에게 다시는 인도에 안 보내줄 거야라고 말할 때는

제가 너무 장시간 집을 비워서 미안합니다.

가능하면 집을 길게 안 비울게요.

이번에 보내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말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당신이 정토회 활동을 하면 부부 사이가 좀 멀어질 것 같아라고 말하면

남편의 우려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어린애같이 군다고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이가 드니까 나한테 의지하고 싶구나하고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남편이 나한테 협조하기는커녕 방해가 된다는 생각은 수

행적 관점이 아닙니다.

 

질문자는 남편이 나이가 들면서 외로워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정토회 일도 중요하지만,

남편을 좀 더 챙겨야겠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여보, 미안해요.

정토회 일을 한다고 당신과 같이 못 놀아줘서 섭섭하죠?

나쁜 일 하는 거 아니고,

세상을 좀 변화시키고자 좋은 일 하는 거예요.’

 

이렇게 서로 대화해 가는 자세를 가져야

결과적으로 남편이 나를 이해해 주는 협조자가 됩니다.

그런데 남편을 어떻게 다스려서 협조자를 만들까?’ 하고 궁리한다면,

남편은 자기 관점에서

아내를 어떻게 정토회에 못 나가게 만들까?’ 하고 궁리해서

결국 질문자의 생각과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이런 관점은 세속적인 관점이에요.

 

우리가 물건을 사고팔 때,

사는 사람은 가게 주인을 어떻게 구슬려서 좀 싸게 살까 궁리하고

파는 사람은 손님을 어떻게 구슬려서 제값 받고 팔까 궁리하면서

신경전을 벌인단 말이에요.

그것처럼 질문자는 세속적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질문자가 자기 생각을 움켜쥐고 있는 거예요.

남편의 행동이 좀 아니꼽지만

그래도 내가 수행자니까 이해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상대방은 겉으로만 저러는구나하고 느끼게 됩니다.

 

제가 상담을 한 사람 중에 남편보다

훨씬 더 학벌이 높고 똑똑한 분이 있었어요.

결혼해서 사는 동안 남편이 잘 맞춰줘서 큰 갈등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서 20년 정도 수행을 하고 60살이 되었을 때,

어느 날 남편이 이제 내가 안심했다

이렇게 말했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야? 여보, 결혼해서 아이도 있는데?’라고 했더니,

나는 결혼하고 지금까지

당신이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불안감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제야 내 곁을 안 떠나겠다는 믿음이 생겼어라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표현은 안 하지만

사실은 속으로 늘 자기 나름대로 불안감을 느끼고 살아갈 수가 있는 겁니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에 정토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움막을 치고 살 때의 일입니다.

당시 저한테는 큰 금액인 1억 원 이상의 보시를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정토회 회원도 아니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하고 나서 고백하기를

결혼해서 남편하고 살아보니까 언젠가 내 곁을 떠날 것 같았다고 합니다.

이분은 공무원이었는데 월급 받은 것 중에 일부를 떼어서

만일을 대비하여 저축을 했는데

거의 30년 가까이 모이니 목돈이 된 거예요.

깨달음의 장을 하고 나서 돌아보니까

자기 괴로움의 원인이 불안이었습니다.

이 불안이 없어지고 나니까

그 돈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남편도 모르고 나만 알고 있는 돈이고

이 돈 없이도 잘 사는데

굳이 이 얘기를 꺼낼 필요가 있나 싶었답니다.

오히려 내 불안을 없앤 곳에 보시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저한테 보시를 한 거예요.

이런 경우처럼 질문자의 남편도 내면에 불안이 있는 것입니다.

 

나도 상대방을 향해 불안감을 느낄 수 있고

상대방도 나한테 불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상대에게 말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기만이 가진 고민이 되는 겁니다.

서로를 신뢰하려면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싸우지 않는 것만으로 두 사람이 신뢰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에요.

서로 자존심이 너무 강해도 안 싸웁니다.

싸우는 것 자체를 자기가 용납 못 하는 거예요.

내 자존심에 어떻게 부부간에 싸우냐면서

조금 기분이 나빠도 말 안 하고 넘어가지만

그게 편안한 상황은 아닙니다.

이렇게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기에

항상 그런 문제가 있을 때는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게 필요합니다.

 

남편을 위해서 기도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다만 남편이 힘들다고 할 때 내치지 말고

어린애처럼 굴 때 징그럽다고 쳐내지 말고

아이 달래듯이 등도 두드려 주고 대화도 하면서

맛있는 것도 해주라는 거예요.

아이가 힘들다고 하면 원하는 것을 다 해주잖아요?

아이는 자기 배속에서 나왔다고 다 해주면서

남편은 안 해주는 것은 좀 안 맞아요.

남의 배에서 나왔더라도

내 배에서 나온 사람처럼 조금 보살펴 주는 게 필요합니다.

 

남자들은 외적으로나 강하지,

심리적으로는 여성보다 약합니다.

실제로 생존적 관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여자는 아이를 낳아서 키운 경험으로 인해 내면이 강합니다.

보살이 대부분 여성으로 표현되잖아요.

여자는 무언가 남을 보살피고 살리는 역할에 강한 반면

남자는 밖에서 경쟁하고 싸워서 이기는 역할에 강하지

자기 몸을 희생해서 누군가를 보살피며 살아본 경험이 없어요.

 

그래서 바깥으로는 강인한 척하며 제 잘난 맛에 사는 것 같지만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면 남자는 굉장히 약합니다.

특히 나이 들수록 그 경향이 더 심해져서

버림받을까 봐 겁을 내요.

왜냐하면 엄마 품에서 자란 카르마 때문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