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법륜스님의 하루

[법륜스님의 하루] 정토회는 왜 자원봉사자에 의해서만 운영될까요? (2025.05.18.)

Buddhastudy 2025. 5. 22. 19:56

 

 

  • 수행자 중심의 공동체: 정토회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수행자이기 때문에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수행자는 다른 사람을 고용하여 불평등한 관계를 만들 수 없습니다 [15:59].
  • 자립의 원칙: 정토회는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토회 내부의 일은 회원이 아닌 사람에게 도움받는 것이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20:42], [20:51].
  • 공덕의 의미: 자원봉사는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덕이 됩니다. 이는 대가를 주고받는 매매 관계와는 다른 사랑의 관계를 형성합니다 [18:13], [18:55].
  • 수행자의 자세: 수행자는 이익을 추구하는 노동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돈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는 자원봉사는 자기 수행의 한 방법입니다 [11:23], [12:08].
  • 공동체 생활의 원칙: 수행 공동체에서는 직책에 상관없이 공양 당번이나 청소 당번을 돌아가면서 해야 합니다. 누군가 해놓은 것에 기대어 누리려고만 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15:25], [15:35].

 

 

이런 원칙에 따라 정토회는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수행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수행자는 누구를 고용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고용하게 되면 고용주와 피고용인이라는

불평등한 관계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회사 사장인데, 정토회에 수행하러 왔다고 합시다.

그때 비서를 데려왔다면,

비서는 밖에 두고 혼자 안으로 들어와서 수행자로 머무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 비서도 정토회 회원이어서 함께 법당 안으로 들어온다면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은 도반 관계입니다.

더 이상 사장과 비서의 관계가 아니에요.

만약 여전히 사장과 비서의 관계로 머문다면

정토회는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가 되어 버립니다.

그것은 수행 공동체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둘 다 정토회 회원 자격이 없거나

최소한 그중 한 사람은 수행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겁니다.

 

해외에 가 보면 부유한 한국 사람들이 현지에 정착하면서

가정부나 운전기사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이 운전사나 가정부를 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부처님도 바깥세상 일까지 일일이 관여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법당 청소를 집에 있는 가정부가 대신하거나

법당에서 밥하는 일을 가정부가 맡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주인이 같이 가자고 하니까 따라와서 일을 하는 겁니다.

이런 일은 정토회에서 금지되어 있습니다.

법당 밖에서 하는 일은 상관없지만,

법당 안에서는 가정부가 청소하거나 밥 짓는 일을 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밥을 먹으려면

직접 밥을 해서 먹어야 합니다.

집에서 음식을 가져오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법당 안에서는 스스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정토회가 수행자들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은 일반적인 사찰처럼 복을 빌어 주고

그 대가로 보시를 받아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며 운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맡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여러분이 낸 보시금도

어떤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낸 것이기 때문에

그 보시는 온전히 공덕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의 봉사 역시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덕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어떤 곳에 강의하러 가서 강사료로 100만 원을 받았다면

저는 노동자로서 임금을 받은 것이 됩니다.

행사 주최 측에서는 100만 원을 지급했으니

서로 간에 거래가 있었을 뿐입니다.

여기에는 거래만 있지 공덕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료로 강의를 했다면

봉사를 한 것이 되니 공덕이 됩니다.

또한 행사 주최 측에서도 JTS에 보시를 하면

그 또한 공덕이 됩니다.

그러니 이 관계는 매매 관계가 아니라

서로 공덕을 짓는 관계가 됩니다.

 

서로 공덕을 짓는 관계를 우리는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대가를 주고받는 것은 매매이지만

대가 없이 서로를 위한 마음은 사랑이라고 불러요.

정토회가 자원봉사에 기반해 어렵게 운영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정토회는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냐고

반대하는 사람도 많아요.

사실 저도 이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 확신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이 원칙을 지켜나가 보자는 마음으로 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원칙을 실제로 지키며

정토회가 지금까지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여러분이 봉사를 해 주신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