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법륜스님의 하루

[법륜스님의 하루] 제가 지금까지 바른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이분 덕분입니다. (2025.03.26.)

Buddhastudy 2025. 4. 1. 19:45

 

 

  • 집착을 내려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해야 합니다.
  • 진정한 깨달음은 외부의 가르침뿐 아니라, 스스로의 경험과 성찰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 서암 큰스님의 가르침은 단순한 말 이상의 깊은 울림을 주며, 삶의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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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제 마음부터 정화하기 위해

1989년 하안거 기간에는 봉암사에 가서 부목을 한 철 살았습니다.

 

서암 큰스님께서는 이미 잘하고 있는데 왜 부목 생활을 하느냐고 물으셨고,

그간 사회 활동을 하면서 묻은 마음의 때를 정화하고자

대중들이 모르게 조용히 부목 생활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부목이란

절에서 일하는 머슴을 말합니다.

그때 저는 부목 일을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습니다.

뭐든 열심히 하는 성향이고, 나중에 제가 누군지 알려졌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게을렀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하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지 못하고 그런 부담을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나를 버린다는 마음으로 부목으로 들어가 놓고선

결국 나를 못 버린 셈이죠.

 

하루는 땀을 흘리며 장작을 패고 있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서암 큰스님께서 지팡이를 짚고는 물끄러미 저를 바라보고 계셨어요.

인사를 드렸더니 지나가듯 말씀하셨습니다.

 

자네 없어도 이제까지 봉암사는 잘 있었네.’

 

그때 저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든 집착을 놓기 위해서

다 버리고 부목 생활을 하러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또 부목 생활에 집착하고 있었던 거예요.

본분을 놓치고 일에만 집착하는 저를

그렇게 은근히 깨우쳐 주셨던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에 저는 심하게 몸살을 앓았습니다.

낮에는 부목으로 열심히 일하고,

또 마음속에는 내가 중이다하는 상이 있어서

새벽예불도 하고, 또 저녁예불까지 하다가

몸이 못 견딘 거예요.

 

그때 봉암사를 찾아온 거지를 설득해서 함께 부목 생활을 했는데,

그 사람이 제가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놀렸어요.

너는 중도 아닌데 뭣 땜에

새벽에 일어나서 예불하고 또 저녁 예불도 하면서 중처럼 지내냐?’ 하면서요.

 

저는 봉암사에서 부목 생활을 하면서

큰스님으로부터 또 한 번 큰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버렸다고 하지만

다른 것을 또 붙잡기가 쉽습니다.

그만큼 집착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잘 살펴야 바르게 정진할 수가 있습니다.

 

저 자신도 모르게 집착을 하고 있었는데,

큰스님께서는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단 한마디로 깨우쳐 주셨습니다.

 

오늘날 제가 이렇게 바른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서암 큰스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큰스님께서는 몸소 청빈한 삶을 사시면서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비록 큰스님처럼 살지는 못하더라도

항상 저 자신을 돌아보는 기준으로 삼으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