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언가를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저 스스로 이상하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고 무시할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 항상 올라옵니다.
제가 의도하는 것은 아닌데 저절로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에는 어릴 때부터 겪어왔던
부모님과의 갈등이 상처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로는 20대의 절반 이상을
일도 하기 싫고 사람도 만나기 싫은 상태로 무기력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배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갑작스럽게 난소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수술하고 항암 치료를 하면서 그나마 연락을 하던 사람들과도 멀어지고
심지어 가족들과도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모든 것이 내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제가 너무나 한심스럽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원망스러운 감정이 계속 올라옵니다.
저 스스로를 괴롭히고 세상을 미워하는 저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수행해야 할까요?//
인간의 자아는 자란 환경에 따라서 형성됩니다.
자아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태어나서 세 살 때까지 형성이 됩니다.
자아가 형성되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중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옛날에는 자아가 생년월시에 의해 타고난다든가
전생에 의해서 타고난다든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다든가
이렇게 타고나는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많은 학자들은
자아가 세 살 때까지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사람 마음의 중심이 되어서
배움이라는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세 살까지는 건강한 자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억압하거나 학대하지 않고
엄마의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자아는
한 인간의 인생에서 죽을 때까지
매우 중요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자아가 잘 형성되도록 키우면
나중에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심리가 안정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불안한 심리를 갖고도
유명한 정치인이 될 수도 있고
훌륭한 학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서 지위가 높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지식이 많은 것과
그들의 인격은 별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생님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
‘판사가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
‘대통령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 하면서
직업과 인격을 일치시켜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직업과 인격은 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여기는 것은
기술이나 지식 같은 능력이죠.
그러나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된 심리 상태입니다.
농사를 짓거나 일반 직장에 다녀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 하려면 심리가 안정이 되어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질문자의 심리가 불안정하게 형성이 되어있다면
부모를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것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형성된 자아가 자기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고
질문자는 평생 그 자아의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이쁘네’ 하면서 어깨를 툭 치고 가면
누군가는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네’ 하면서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내가 성추행 당했구나’ 하면서
잠을 못 자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것처럼 형성된 자아에 따라
같은 자극에 대한 심리 반응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이 얘기를 하다가 쌍욕을 한다면
누군가는 ‘저 사람은 참 말을 더럽게 하네’ 하고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일 년 내내 그 영향을 받아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상대가 성추행을 해서 원수가 되었다’,
‘상대가 욕을 험하게 해서 원수가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외부적인 환경도 매우 중요합니다.
심리 상태가 약한 상태에서
누군가 욕을 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지만
애초에 욕을 안 하면 상처를 받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성추행 하지 마라’, ‘남을 때리거나 욕설 하지 마라’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나의 모든 괴로움이
다른 사람이 잘못해서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일상적인 일도 나의 심리가 불안정하면
모든 게 다 고통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나의 심리가 불안하면
상대가 나를 무시한 것 같고
나를 욕하는 것 같고
나를 왕따 시킨 것 같게 느껴지는 거죠.
수행이란
나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마음을 강하게 만드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은
훈련이나 단련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경계에 구애받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누가 내 어깨를 툭 한번 쳤다 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일은 별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함으로 해서
내가 세상의 영향을 덜 받고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처럼
어릴 때 입은 상처로 심리 상태가 약해져 있다면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의 한마디 말에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세상이 원망스러워지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괴롭히는 것처럼 생각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을 보고
‘성격이 더럽다’ 이렇게 표현했는데,
요즘은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면
병이라고 진단합니다.
--첫째,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치료가 좀 필요해 보여요.
그래서 혼자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일 수 있습니다.
쉽게 지치기 쉽고, 해결도 잘 안 됩니다.
오히려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도움을 받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저도 지금 목이 아픈데 한두 달 버티면 언젠가는 나을 거예요.
하지만 폐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강의가 끝나면
이비인후과에 가서 목 상태를 체크 해보고
기관지로 전이되진 않았는지 확인해 볼 거예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병원에 가서 의사의 조언대로
상담 치료를 받든지 약물 치료를 받든지 하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둘째, 비록 질문자가 자아 형성 과정에서
심리가 좀 약하게 형성되었다고 해도
그 범위 안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심리가 약한 상태로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어요.
두 다리로 못 걸어도 휠체어를 타고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눈이 안 보여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귀가 안 들려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고, 두 다리로 못 걷는 사람이
남처럼 보고 듣고 걸으려고 하면
괴로움에서 못 벗어나요.
그러나 한계를 인정한 범위 안에서는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 심리가 좀 약한 문제는 치료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있지만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100퍼센트 해결되는 것은 아니에요.
치료를 받으면 내 병이라고 자각하기 때문에
남을 원망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사건은 똑같이 일어나는데
예전에는 상대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 문제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셋째, 내가 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기도를 해보면 좋겠어요.
‘저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행복하게 살겠다고 기도하면 안 돼요.
행복하게 살겠다는 것은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나는 행복합니다’ 이렇게 기도해야 해요.
‘안 행복한데요?’ 하는 생각이 든다면
기도를 잘못하고 있는 겁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팔이 하나 없더라도 문제없고
눈이 안 보이더라도 문제없어요.
좀 불편할 뿐이죠.
이렇게 자기 자신을 긍정해야 돼요.
나는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하고,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자꾸 움츠러들수록
세상은 나를 돌봐주는 것이 아니고
더 무시합니다.
거지라도 양복을 입고 구걸하면
욕하면서도 천 원짜리를 줘요.
그런데 다 떨어진 옷을 입고 깡통을 들고 구걸하면
백 원짜리를 줍니다.
자꾸 남으로부터 동정을 받으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그럴수록 사람들이 나를 무시해요.
불쌍히 여겨 주지만 속으로는 무시합니다.
비록 밥을 못 먹고 옷이 다 떨어져도
정신적으로는 당당해야 합니다.
왜 여러분들은 자꾸 구걸하는 인생을 살려고 합니까?
이렇게 질문자가 자꾸 구걸하면
사람들이 불쌍하게는 여겨도 속으로는 무시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나는 당당합니다.
내가 좀 도와드릴까요?’
이런 마음을 내야 합니다.
왜 나를 안 돕고 보살펴 주지 않느냐고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늘 거지 짓을 하다가 죽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서 치료를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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