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0대 중반이고 프리랜서로 20년 넘게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일을 쉰 지 3개월이 되었습니다.
일할 때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아서
적게 벌고 적게 쓰자고 마음먹고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그만두고 나니까
돈이 없는데도 씀씀이를 줄이기가 힘듭니다.
돈을 적게 써야 하는 저 자신이 궁상스럽고 초라하게 느껴져서
조금 위축이 되더라고요.
당장 제가 파산되는 것도 아닌데
저만 마이너스 인생으로 가는 것 같아서 두려움도 생겼습니다.
돈이 적어도 마음의 심지를 꼿꼿하게 세워서 사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질문자의 증상은 소비 중독 증상이에요.
소비하다가 멈춰야 하니까 마치 담배를 피우다가 끊을 때처럼
저항이 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단 증상의 대처 방법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다시 담배를 피우는 것입니다.
'얼마나 오래 살려고 담배를 안 피우나',
'담배 안 피워서 하루 더 살면 뭐 하나. 담배 피우고 하루 일찍 죽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대로 피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계속 목이 아프다고 걱정합니다.
그러면 담배를 안 피우면 되잖아요.
아무리 피우고 싶어도, 죽을 것 같아도 안 피워야 합니다.
'담배 없이 무슨 재미로 사나?' 하고 말한다면
모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를 계속하려면 일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할 때마다 '오늘 일 하나 끝내면 커피가 한 잔이다',
'이틀 동안 일하면 목도리 하나 살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즐겁게 일을 하세요.
일이 힘들고 지치면
일을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행복하게 살려고 일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힘들면서 일은 왜 하는 건가요?
누가 하라고 시키는 것도 아니고,
안 하면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일을 안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대신 내가 수입이 적으면 적게 쓰면 돼요.
집안의 불도 조금 어둡게 하고, 먹는 것도 조금 아끼고,
새 물건은 아예 안 사는 겁니다.
여기 정토사회문화회관에 오면
아나바다 장터가 열립니다.
내가 입지 않는 옷이나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서
나한테 필요한 것으로 교환해 가면 됩니다.
거기 가면 쓸 만한 물건이 꽤 많아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보시하고 가져가면 돼요.
사실 돈을 안 주고 가져가도 되긴 하는데,
그냥 가져가는 게 조금 눈치가 보이니까
그런 물건이 필요하면 보시를 조금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활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한 달간 물건 안 사기' 프로그램에 한 번 참여해 보세요.
한 달 동안 현금을 주고 물건 사는 일은 중단해 보는 겁니다.
음식도 이미 구입한 것만 먹고, 옷도 이미 가진 것만 입고
이렇게 살아보는 거예요.
100명이 함께 시작하면
자기도 모르게 뭔가를 구입한 사람들은 중간에 탈락합니다.
나중에 한 달이 지나면 스무 명쯤 남아요.
이런 시도를 한번 해보는 겁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돈을 안 쓰거나 수중에 돈이 없으면 불안할 것 같은데,
이런 경험을 몇 번 해보면
돈이 없어도 사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실제로 돈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돈 안 쓰기를 100일 정도 해보면
소비를 안 하는 게 아주 쉬워집니다.
그런데 그동안 살아온 습관이 있어서
많이 쓰다가 조금 쓰는 것이 무척 어려워요.
소비를 적게 하는 걸 연습하려면
한 번 소비를 멈추어 보아야 합니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소비가 줄어들면 기분이 굉장히 좋습니다.
고급 식당의 맛있는 음식을 사 먹지 않고도
길거리에 파는 떡볶이만 사서 먹어도
기분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이렇게 소비를 줄이는 연습을 해서 극복을 하든지
그게 어려우면
밤낮으로 일을 해서 돈 버는 족족 계속 쓰든지,
그건 질문자의 선택입니다.
...
마음이 불안하다면
이미 소비에 중독이 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돈 없이 살아보기를 한 달 정도만 해보면 괜찮아집니다.
수중에 돈이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옛날 사람들은 돈 없이도 잘 살았습니다.
여러분도 옛날에는 핸드폰 없이도 잘 살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핸드폰이 없으면 연락이 안 되니까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핸드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핸드폰이 고장 나 버리면
굉장히 불편함을 느끼게 되죠.
돈이 없으면 불안한 것처럼
핸드폰을 안 보면 불안한 것도 일종의 중독 증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간 명상수련을 가서 핸드폰 없이 살아보면
전혀 불안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불안하다면 이미 습관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핸드폰이 없어도 먹고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관성의 법칙처럼
우리가 늘 해오던 걸 멈췄기 때문에 불안해지는 겁니다.
...
한 달 동안 소비 안 하기 운동은 혼자 하면 어렵지만
다 같이 해보면 비교적 쉽습니다.
일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소비 안 하기 프로그램에 한 번 가입해서 해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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