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에 정토경전대학을 졸업한 학생입니다.
졸업 후 꾸준히 수행 정진을 하겠다고 결심했는데,
몇 년 동안 만났던 남자친구가 종교인은 부담스럽다며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 친구에 대한 원망은 없지만,
나이에 대한 초조함도 있고,
앞으로 새벽 5시 정진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을지 불안감이 듭니다.
제가 이 상황에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굉장히 좋은 얘기 같지만 사실 그게 욕심입니다.
결혼이 우선이라면 정진을 그만두고
지금 당장 그 남자에게 전화해서
‘내가 정진을 그만뒀으니 결혼하자’라고 하면 되겠죠.
반대로 정진이 더 중요하다고 선택했다면
‘정진을 이해해 줄 남자가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남자가 있으면 결혼하고, 그런 남자가 없으면 안 한다’
이렇게 입장을 가지는 것이 정진입니다.
정진이 정말 중요하다면
내가 이 길을 가는 걸 이해하고 같이 살 사람이 있으면 결혼을 고려해 보고,
그런 사람이 없으면
‘법륜스님도 혼자 사는데 나라고 못 살 이유가 있나?’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결혼을 하고 싶은 욕심과
수행을 하고 싶은 욕심 모두 붙잡고 있어요.
정진을 한다고 하니 발심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욕심이 하나 더 붙은 거예요.
남자에다가 정진이라는 욕심이 플러스 알파로 더 붙은 겁니다.
결혼이 더 중요하다면
그 남자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됩니다.
‘내가 정진을 포기할 테니까 결혼하자’라고 지금 당장 전화하면 되죠.
하지만 그 관계가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질문자는 알아야 합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정진한다는 이유로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한다면
그 남자의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있잖아요.
정진이 특별한 종교 활동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헤어지자고 했다면,
사실 평소에도 망설임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핑계거리가 없으니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던 거죠.
‘어떤 핑계를 대고 헤어질까?’ 고민하다가
마침 질문자가 정진을 하겠다고 하니
‘나는 종교적인 거 싫어’라는 좋은 핑계가 생긴 겁니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한 것이지
정진이 진짜 이유가 아닙니다.
이건 질문자가 직접 테스트해 보면 돼요.
지금 전화해서
‘내가 정진을 그만둘 테니까 다시 만나자’라고 해 보세요.
그러면 또 다른 이유를 댈 겁니다.
그러니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남자친구는 정진 때문에 헤어진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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