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시래기?
강의를 마치고 금만로로 가는데
지나가던 아무머니가 나를 보고 그러시는 거예요.
“배추가 실갈이가 되아부렸네”
호남에서는 시래기를 실갈이라는 표현으로 쓰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야, 이게 참 좋은 변화다.”
우리가 흔히 배추는 싱싱하고 좋은 것
시래기는 오래되어 버리는 것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시래기가 더 위대하는 생각이 드는 게
시래기는 우선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는 묵은 아름다움이라고 그럴까
이 시대의 어르신들의 상징하는 그런 표현이 아닐까
배추보다는 싱싱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변화는 상황 속에서
자리를 잡아주시는 어른들 같은 존재가
바로 ‘시래기’가 아닌가 싶어
처음에는 좀 쑥스러웠는데
내 나이에 ‘시래기’라고 하니까
시래기 같은 존재가 되어야 겠다.
Q 배추머리?
8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을 할 때 담당PD 선생께서
“뭔가 별명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배삼룡 선생은 비실이, 서영춘 선생은 살살이, 또 우리 구봉서 선생님은 막둥이, 또 우리 이상룡 선배는 뽀빠이 이런 별명이 있어서
사실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는 코미디나 개그 하는 입장에서는 별명을 부르는 게 좋지 않겠냐?” 이래서
내가 원래 대학 다닐 때 별명이 ‘배추 머리’였어요.
지금은 내가 짧게 하고 내가 스프레이 좀 뿌려서 이런 건데!
‘배추머리라는 별명이 좋겠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더니
마침 그때 미국에서 배추머리 인형이 인기가 있을 때야.
그래서 시기상으로 맞아 떨어졌고.
한국적인 코미디를 지향하는 사람으로써 우리나라를 가장 대표하는 음식이 배추 김치니까. 김치.
또 김치는 배추로 만들고.
그래서 배추가 한국적이다 그래서 그런 별명을 갖게 됐는데
그러다보니 이제는 시래기가 됐구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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