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이렇게 생각이 들 거 같습니다. 제가 월요일 날 울산에서 법회가 끝나고 문답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 보살님이 이런 질문을 했어. 자기는 이제까지 자기 자식, 자기 남편. 자기. 이것만 생각하고 살았다는 거요. 남을 생각한다. 이런 건 자기는 거의 생각도 못했는데. 이 정토법당에 와서 스님 법문 들으면서 ‘아~ 내가 그 동안 너무 나만 생각했구나. 남도 좀 생각해야 되겠다.’ 보살사상이 뭔지를 알게 됐다는 거요.
그래서 자기 딴에는 ‘야~ 나도 나만 생각하지 말고 남도 생각해야지.’ 이러고 생각하고 있는데. 지닌 일요일 날, 이웃집 아주머니가, 친구가, 부부가 어디 간다고 애들 둘이 있는데, 애들 둘이를 좀 봐 줄 수 있느냐? 평상시 같으면 안 되는데, 법문 들었기 때문에 어때요? ‘아~ 남의 애도 우리 애 같이 내가 봐야 되겠다.’ 이래서 “그래 봐 줄 꾸마.” 이렇게 했다는 거요. 그런데 원래 그 날, 일요일 날 약속을 남편하고 애들하고 같이, 요즘 봄날이니까, 놀러 가기로 약속을 잡아놨다는 거요.
그런데 자기는 어떻게 생각했냐 하면, 남편 타고, 자기 타고, 애들 둘이 타고, 이래 하기로 했지만. 애가 둘이 더 있어도 4명이기는 하지만은, 애들이 작으니까 뒤에 어때요? 4명이 타고 되잖아. 그죠? 그러니까 가는 길에 둘이 태워가도 되겠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을 해서 좋다고 했는데. 아침에 나가는데 남편이 애가 둘이 와가지고 뒤에 타려고 그러니까, 남편이 “누고?” 이러더라는 거요. 이웃집 애다. “이웃집애가 왜 가는데?” “엄마가 어디 간다고 돌봐 달라 그래가지고 내가 봐주기로 했다.” 그러니까 남편이 “왜 나한테 그럼 미리 얘기 안 했어?”
“뭐 자리도 있는데 타고 가면 되지, 그거 꼭 미리 얘기해야 되나?” 이래서 옥신각신했어. 그러니까 부인이 “아니, 여보. 절에 다니면 보살행도 좀 해야지. 우리 애만 애가? 남의 애도 우리 애라는데?” 이런 식을 했다는 거요. 그러니까 남편이 “니나 보살행위 해라.” 이러면서 키 던져버리고 가버렸다는 거요. 그래서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도 말을 안 한다는 거요. 남편이. 이럴 때 부처님 가르침대로 보살행을 하려면 집에서 마찰이 일어난다 이거야. 남편 말을 들으려면 보살행을 못하고, 보살행을 하려니 남편이 갈등이 생긴다. 이런 경우 많죠?
환경 이거 하려니까 집에 가서 갈등이 생기고, 그렇다고 집안 식구 살자는 대로 맞춰 살면 우리가 아무런 실천도 못하고. 이런 얘기하고 똑같아. 이럴 때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 그런데 여러분들 볼 때는 그게 이 보살행을 하기 때문에 남편하고 갈등이 생긴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아. 자기 의견을 고집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거요. 자기 생각을 고집하기 때문에. 그럼 자기 생각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건, 그럼 남편이 저 애 둘이 안 된다 하면 그럼 버려야 되지 않냐? 꼭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남편에게 미리 얘기를 해서, 허락을 받고, 그 집에다 허락을 해야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면. 남편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잖아. 그죠? 상대가 봐 달라 그러면 “내일 우리 남편하고 어디 가기로 했는데, 그래 잠깐 있어봐, 내가 남편한테 물어보고, 물론 되겠지마는 그래도 한번 물어봐야지.” 이렇게 해가지고 “여보, 옆집에서 이러 이런 문제가 생겼는데, 괜찮을까?” 이렇게 물어보고 결정을 해야 이게 옳았단 말이오. 벌써 물어보지도 않고, “괜찮겠지.” 이것 자체가 벌써 이미 자기 생각대로 하는 거요.
두 번째 떡 왔는데, 남편이 “왠 애들이가?” 이렇게 할 때, ‘아~ 남편이 사전에 얘기를 안 했기 때문에 남편이 좀 당황하겠다. 자기를 무시했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애가 문제가 아니라. 자기를 무시했다는 게 핵심이요. 심리가. 애 둘이 가는 게 문제가 아니오. 자기한테 안 물어보고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그럼 퍼뜩 사과를 해야 된다. ‘앗~ 여보 미안해, 미처 얘기할 여가가 없었는데, 사정이 이래 됐어. 그러니 여보 내가 잘못했는데, 지왕지 이렇게 된 거 어떻게, 요번만 당신이 양보를 해줘. 다음부턴 내가 안 이럴게. 미리 얘기 할게.’
이렇게 하면 이게 해결 될 문제지 해결 안 될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데 뭐라고 했다? “보살행 해야지.” 이렇게 나갔단 말이오. 남편은 이렇게 자기를 무시했다고 기분 나쁜데 그걸 뭐로 갖고 깔아뭉갠다? ‘니 중생이고 보살 아니다’ 이거야. 그러니까 성질이 나니까 열쇠를 던지고, ‘보살행 니 혼자 해라’하고 가버린단 말이오. 원인이 거기 있다는 거요. 그럼 지금 어떻게 하느냐? ‘여보 여보, 내가 잘못했어.’ 이래 가서 사과하면 되느냐? 그런데 그렇지 않아.
왜 그러냐 하면, 남편이 아내가 잘못하고 남편이 잘했다고 남편이 생각을 하면, 아무 말 안하고 이틀간 말안하는 게 아니오. 도저히 안돼서 그날 저녁이라도 다시 불러서 ‘네가 그럴 수가 있냐?’ 이렇게 따지고 달려들 땐 남편이 자기가 잘했다는 거요.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하는 거는 성질은 나지만은 그렇다고 자기가 생각해봐도 자기가 꼭 잘했다곤 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불러서 따지지는 좀 못하는 거요. 자기가 생각해도 이웃집 애 좀 데려가자는데 그거 갖고 성질을 냈으니, 자기도 하여간 마누라가 자기 의견을 무시하고 늘 하는 행위는 밉다, 이 말이오. 그러나 그 사건 자체는 꼭 그걸 갖고 잘했니? 잘못했니? 따지기는 곤란하단 말이오.
그러니까 말을 안 하고 있다, 이 말이오. 그러면 이걸 꺼내가지고 ‘여보, 내가 잘못했어. 다음부터는 이웃집 애 안 데려갈게.’ 이렇게 하면 자기보고 좀생이라 해 놓고, 또 사과도 또 마누라가 탁 먼저 하니까, 자긴 더 뭐가 된다? 좀생이가 되는 거요. 그럼 기분이 더 나빠져. 그러니까 이럴 때는 이 사건을 갖고 얘기하는 거는 이 끝났어. 남편이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거는 이건 이미 끝나버린 거요. 그러니까 그냥 다른 건으로 그냥, 이렇게 재미가 있도록, 마음을 풀도록 해야 돼. 이 건을 갖고 자꾸 거론하면 오히려 그거는 더 마음이 안 풀릴 수가 있다.
그러니까 이럴 때 핵심이 애가 문제가 아니고, 보살행이 문제가 아니고, 자기의견에 대한 고집, 상대의견에 대한 무시. 이런 것이 기분이 나쁘다는 거요. 그럼 이 남편은 꼭 요번 사건만 갖고 이런 건 아니겠지. 평소에 늘 일을 저지를 때는 자기 의견 안 물어 보고 지 맘대로 하는 그런 선입관이 있으니까, 그거하고 연관시켜서 탁~ 나빠졌단 말이오. 그러니까 ‘애들을 데려간다고 남자가 말이야,’ 그걸 가지고, 이렇게 자꾸 따지면 이건 본질이 전혀 아니라는 거요.
이렇게 자기의견을 고집할 때 이런 문제가 생기거든. 그런 것처럼 여기서도. 내 의견이, ‘난 이래야 된다.’ 하는 생각이 강하면 강할수록 상대편의 말이나 행동에 내가 자꾸 걸리게 됩니다. 걸리게 된다는 건 내 중심이 자꾸 없어진다는 얘기에요. 그런데 내가 고집을 하지 않으면 어떠냐? 상대편이 이렇게 말하든 저렇게 말하든 거기에 걸리지를 않게 돼. 걸리지를 않는다는 것은 자기중심성이 있다는 걸 말하는 거요.
그러니까 지금 이 분이 지금 거꾸로 알고 있다, 이거야. 지금 내 중심이 없는 거는 내 의견에 대한 고집이 강하기 때문에 중심이 없는 거요. 자기를 놔버리면 흔들리지를 않아. 오늘 비가 와야 된다. 오늘 맑아야 된다. 자꾸 이런 생각을 하면 어떠냐? 비 오고 맑고 날씨에 자꾸 흔들리는데. 비오면 비 오는 데로 맞춰서 하고, 맑으면 맑은 데로 맞춰서 하고, 놔버리면, 비가와도 좋고 맑아도 좋아.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겠어요?
그러니까 자기 의견을 고집하지 않을 때 중심이 잡히는 거요. 자기 의견을 고집을 할 때 자꾸 중심 없이 흔들리게 된다 이거요. 그러니까 자기 의견이 있으면 중심은 잡히는데 고집이 되고, 자기 의견이 없으면 고집은 하는데 중심이 없고. 이런 게 아니라니까. 자기의견을 고집하지 않아. 의견이 없는 게 아니라 의견을 고집하지 않는다. 고집하지 않을 때 바로 어떤 의견이든지 받아 들일수가 있어요. 이해 할 수가 있고. 또 그 속에 자기의견을 내 놓을 수도 있다.
아까 얘기한 데로 자기 의견을 고집하지 않으면 남편의 의견을 ‘그럴 수도 있겠다.’고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자기 의견도 내 놓을 수가 있나? 없나? 내 놓을 수가 있죠. ‘아~ 여보 미안해. 하면서 사정이 이리 됐으니 애 둘이 데려가자.’ 이렇게 말할 수가 있어. 그런데 남편이 안 데려 가겠다 하고,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결정했나? 이럴 때, 내 의견을 고집해서, ‘그 좀 데려가면 어때?’ 이런 생각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 남편이 싫으니까 뭐다? ‘그래, 네가 싫다면 안 데려가지.’ 이렇게 된단 말이오.
그러니까 애도 못 데려 가고 기분은 기분 데로 나쁜 거요. 그런데 받아들이면 어떠냐? 기분도 안 나쁘고 애도 데려갈 수도 있고 이런 거요. 그러니까 자기 의견을 고집하지 않을 때 오히려 자기의견을 관철시키기가 용의한 거요. 옛날 전에도 한번 얘기했어요. 부인이 남편한테, 옷을 하나 사 달라 그럴 때, ‘여보, 저 옷 예쁜데 하나 사줄래?’ 이러면 남편이 ‘안 돼.’ 이러면 보통 부인들은 어떠냐? ‘꼴랑 거 옷 하나 사달라는데도 내가 뭐 맨날 사 달라 그랬나? 결혼하고 처음인데.’ 이렇게 해서 상대의 의견을 무시한다 이거야. 그러면 안사고 말지. 기분 나쁘게. 이러면 옷도 못 입고 기분만 나쁘고.
그러니까 ‘내가 옷을 하나 샀으면 좋겠다.’ 하는 나의 욕구나, 나의 의견이 있듯이, 남편은 ‘지금은 안 되겠다.’ 하는 의견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돼. ‘오, 그래?’ 받아들이면 돼. ‘알았어.’ 기분 나빠서 ‘알았어.’가 아니고, ‘알았어.’ 그런데 내가 그래도 사고 싶다 하면 기분이 안 나쁘니까 말을 한 번 더 할 수 있나? 없나? 기분이 나쁘면 말이 하기 싫어. 기분이 안 나쁘니까. ‘여보 그래도 하나 사자.’ 이렇게 나갈 수 있는 거요. 그럼 남편이 ‘안 된다니까.’ 이러면 안 된다는데 또 한 번 더 얘기했으니까, 큰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이해가 되면 내가 기분이 나쁘나? 안 나쁘나? 안 나쁘니까, 한 번 더 얘기할 수가 있는 거요.
‘여보~ 다음에 잘할게. 하나 사지.’ 그러면 남편이 사줄 가능성이 높아? 안 높아? 높지. 높다 이 말이오. ‘치사하다’이 말이 나오는 거는 뭘 말하냐 하면, 자기 의견을 고집하고, 상대의견을 무시하기 때문에, 치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요. 상대 의견을 받아들이면. 내가 사고 싶은 것처럼 안 된다는 의견을 상대가. 우리는 상대편의 답을 내가 미리 정해줘. 내가 이렇게 두 번 말할 때는 니는 ‘예’라고 대답해야 돼. 이렇게 정해 놓는단 말이오. 그러면 상대도 자기는 자기 의견도 받아 주니까, 그런데 그냥 ‘그거 갖고 뭘 그래?’ 이래 싸워가지고, 내가 만약에 사게 되면 남편은 사주고도 기분이 나쁘죠? 왜? 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이오. 아시겠어요? 그럼 나는 사고도 나도 기분이 나쁘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거 하나 가지고 말이야. 남자가.’ 이래.
그런데 상대가 ‘꼭 그래 사고 싶어?’ 이래 또 합니다. 보통 그냥 안 사주고. ‘니 꼭 사고 싶나?’ 베푸는 흉내를 좀 내고 싶어. 아시겠어요? ‘그래, 여보 사고 싶어.’ 이러면. ‘그래, 하나 사라.’ 이렇게 늘 이 태도를 보면 생색을 좀 내고 싶어. 그때 ‘아이고, 여보 고마워요. 이거 안 된다는 걸 내가 세 번이나 요구해가지고 미안해요.’ 이렇게 딱 해주면 체면이 서나? 안서나? 체면도 서고, 사주고 기분도 좋고, 나도 받고, 기분도 좋고. 물건은 물건대로 사고. 이런 지혜가 좀 있어야 돼. 이게 자기 의견을 고집하지 않을 때 생기는 거고.
자기 의견을 고집하면 기분은 기분대로 나쁘고, 옷은 옷대로 못 사고. 그래 한 생각 일으켜서 집안에 불란만 일어나. 그러면서 남편이 밉죠. ‘쫀쫀하니 남자가 말이야. 에이그. 내가 눈이 삐었지. 저런 인간하고 결혼하고.’ 이래서 남자도 미워하고, 그런 남자 선택한 나도 미워지고. 중매서준 그 놈도 밉고. 그래서 한 생각이 일어나면 만법이 일어나고, 한 생각이 사라지면 만법이 사라진다. 이게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 물 먹고, 춤추고 부른 노래 아니오. 한 생각이 딱 일어나면 이렇게 ‘네가’ 하는 게 하나가 일어나면 만 가지가 문제가 생기는 거요. 한 생각이 사라지니 만법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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