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시공간이 한 차원 더 높은 차원에서 봤을 때
둥글게 감겨 있다면
지구 북극에서 로켓을 북극성 방향으로 발사해서 계속해서 날아가다 보면
언젠가 그 로켓은 다시 지구 남극에 도착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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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다들 아시다시피 이 노래는 유명한 동요 <앞으로>입니다.
물론 저는 이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가사 중에
온 세상 어린이가 웃으면
그 소리가 달까지 들린다는 내용이 있는데
참고로 달은 사실상 진공이기 때문에
거기까지 소리가 절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만약 달이 진공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나라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에서 나는 소리를
우리가 듣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량은...
아무튼 이 ‘앞으로’라는 동요에서 중요한 부분은
앞으로만 걸어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온다는 패기 넘치는 부분인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2차원 평면으로 지구를 바라봤을 때
지구는 평평해 보이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우주에 나가서 3차원 관점으로 바라보면
지구는 둥글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하는 분들도 존재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2차원 표면적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지구가 평평해 보이는 것이지
조금만 더 자세히 관찰해 보면
분명히 지구는 둥글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우주도 평평하지 않고 둥글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이 얘기를 듣고
“우주가 둥글다는 건 다 아는 거 아닌가?
우주 다큐에서도 빅뱅 같은 거 설명할 때
풍선 같은 거 불면서 그렇게 설명하던데” 라고
의구심을 품는 분들도 계실 텐데
하지만 제가 말하는 건
3차원의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봤을 때
지구의 2차원의 표면적이 휘어져 있었던 것처럼
4차원의 공간에서 우주를 바라봤을 때
우주의 3차원 공간 자체가 휘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주 다큐에서 풍선을 불면서 빅뱅과 우주 팽창을 설명하는 건
빅뱅 이후에 시공간이 커지고 있고
그로 인해 별들 간의 사이가 멀어지는 걸 설명하는 그림이지
시공간 자체가 구형으로 휘어져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2차원 속에 사는 생명체가 있다면
그들한테 “3차원에서 봤을 때 너희가 살고 있는 평면차원은
둥글게 휘어져 있어”라고 100번 천 번 설명해봤자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4차원 시공간에서 봤을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3차원 공간 자체가
둥글게 휘어져 있다고 우리한테 아무리 설명해봐야
직관적으로 우리가 그 내용을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이 문제의 답을 알 수가 없으니까
그냥 찌그러져 있어야 될까요?
뭐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약 정말로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면
시공간이 휘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합니다.
만약 둥글게 휘어진 2차원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한테
“너희 집 앞문으로 나가서 앞으로만 쭉 직진해서 계속 가봐
그러면 너희 집 뒷문이 나올 거야”라고 말해주면
그들도 알게 됩니다.
이게 2차원 생명체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황당하겠지만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자신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걸 알고
놀라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우주의 시공간이 한 차원 더 높은 차원에서 봤을 때
둥글게 감겨 있다면
지구 북극에서 로켓을 북극성 방향으로 발사해서
계속해서 날아가다 보면
언젠가 그 로켓은 다시 지구 남극에 도착해야 합니다.
좀 굉장히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시공간을 크게 휘어버린다는 것이 확인된 지금으로서는
시공간 자체가 휘어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따라서 엄청 멀리서 바라보면
지구가 둥근 모양이었던 것처럼
엄청 멀리서 우주의 형태를 본다면
우주의 시공간 자체가 둥근 모양이라고 해도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닐지도 모르죠.
그런데 과연 이렇게 허무맹랑해 보이는 소리가 사실일까요?
이제 슬슬 소름 돋는 얘기를 해보면
최근 발표된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공간도 엄청 거대한 풍선과도 같이
크게 휘어져 있을 수도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관측되었다는 겁니다.
이 연구는 올해 11월 과학저널인 네이처 어스트로노미에 기재가 되었습니다.
이 내용을 보면 클로즈드 유니버스에 대한 Planck 증거를 찾았다고 나오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클로즈 유니버스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한쪽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면
원래 방향으로 돌아오게 되는 우주의 형태를 말합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99%의 신뢰 수준으로
마이크로의 배경복사 관측으로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증거가 관측이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는
우주가 생겨났을 때 있었던 빅뱅의 장광이고
우리는 이 배경복사를 이용해서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게 됩니다.
이번 연구에서 마이크로 배경복사의 곡률이
기존 중력렌즈로 인해 발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휘어져 있었다는 겁니다.
이 얘기는 상당히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이번 증거가 닫힌 우주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닫힌 우주라면
우주에서 레이저를 쏘면
언젠가는 우주를 한 바퀴 돌아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온다는 것이죠.
이건 기존의 물리법칙을 크게 바꿔버릴지도 모르는 엄청난 사실이지만
초끈이론 입장에서는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전에 초끈이론 편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생긴 이유를
초끈이론은 설명할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그 이야기의 전제가
모순이 안 생기고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이
닫힌 우주여야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건 왜일까요?
초끈이론 관점에서는
거리나 길이, 크기 같은 것들이
매우 상대적인 수치인 것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예를 들어
10cm 정도 길이의 볼펜의 길이를 재기 위해서는
이 10cm보다 작은 단위를 잴 수 있는 자가 필요한 것이고
그 자를 이루고 있는 원자들은
6차원 초미세 차원 위에 있기 때문에
만약 6차원의 초미세 차원이 커지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작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야 합니다.
반대의 경우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겠죠.
그런데 만약 4차원 시공간이 닫힌 우주가 아니라면
이 차이는 무한히 벌어질 것이고 모순이 발생하겠지만
우주가 닫힌 차원이라면
언젠가는 이 초미세 차원과 시공간의 상대적 크기 차이가 줄어들고
두 종류 차원의 상대적 크기 차이가 제로가 되면
다시 빅뱅이 발생하고
새로운 우주가 창조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초끈이론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어릴 때 자기 전에 누워서 무한대를 상상하면
무한대라는 값에 대한 모순에 빠져서 멘탈이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우주의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어야 되는데
과연 끝이 있다면 이 끝은 영원히 끝나는 것일까?
시작과 끝이 없다면 무한대라는 것인데
무한이라는 값은 감도 안 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초끈이론에서는 우주가 왜 생겼고 왜 팽창하는지를
2개의 차원의 상대적인 크기 차이로 설명하는 것을 이해하자마자
이런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해방되었고
그 때문에 초끈이론을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이래서 개인적으로 초끈이론은 아름다운 이론인 것 같습니다.
그럼 아무튼 그럼 이런 다친 우주 주장에
기존의 플릿 우주론이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지게 될지
아니면 만약 다친 우주가 정설이 된 미래에도
우주는 평평하다며, 평평한 우주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될지
궁금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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