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고지대 계곡에 위치한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 시티는
북미에서 그리고 스페인어 사용 도시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도시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사실 불과 500년 전만 해도
이 지역은 도시가 아니라 물이 넘쳐 흐르는 호수였는데요.
먼저 이 도시의 기원에 대해 알아볼게요.
이 멕시코 일대에는
700년대부터 1100년대 말까진 톨텍족이 문명을 일구었습니다.
자연재해 등으로 톨텍족이 쇠퇴하면서
북쪽에서 아즈텍족이 멕시코 쪽으로 내려왔죠.
아즈텍족들은 스스로를 멕시카라 불렀는데
이게 현재 멕시코 국명의 어원이라고 하네요.
아즈텍족의 전설에 의하면
그들이 믿는 수호신 “우이칠로포치틀니가
날아가는 독수리가
뱀을 물고 선인장 위에 앉는 곳에 정착하거라” 라고 했는데,
멕시코 국기에 있는 독수리, 뱀, 선인장이 바로 그 계시에 나온 것들이죠.
1325년 그 계시를 통해 발견한 곳이
바로 오늘날의 멕시코 시티가 위치한 곳인데요.
근데 그 지역은 원래 텍스코코 호수 위에 있는
작은 섬 형태의 늪지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즈텍인들은
호수 바닥에 갈대로 튼튼하게 엮어 만든 틀을 고정하고
그 위에 흙을 쌓아 올려
여의도 약 4배 수준의 인공섬을 만들었죠.
또 해당 지역에 기존에 자리 잡고 있었던
아스카포찰코란 세력이 있었는데
주변 세력들과 동맹을 맺어
1428년 아스카포찰코 세력을 몰아내죠.
이때 동맹을 맺은 아즈텍, 텍스코코, 타쿠바가
아스테카 왕국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스테카 왕국은 점차 영향력을 키워갔고
더 많은 땅을 정복하고 약탈하며
정복지로부터 착취한 수많은 곡물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죠.
아즈텍족은
“내 너희들을 이 세상 어디서나 왕으로 만들 것이니
너희가 왕이 되는 날 모든 족 곡물을 바치리라” 라는
수호신 우이칠로포틀리의 예언이 실현되었다고 믿으며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했습니다.
1500년대 목테수마 2세 치하에선
최대 영토를 다스리게 되고
현재 과테말라 국경에 이르는 광활한 땅을 다스리게 되죠.
이때 중앙아메리카 대부분을 지배하는
강력한 제국으로 성장한 아스테카 왕국과 마찬가지로
중심 도시였던 테노치티틀란의 위용도 대단했습니다.
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부양할 수 있는 큰 섬이 되었으며
하루 2만 명의 시민이 왕래하는 대규모 시장
섬의 특성상 식량 조달이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
땅 사이 수로를 만들어
옥수수나 호박을 키우는 ‘치남파’라는 매우 생산적인 수경 농법도 개발했죠.
또 인공섬은 미관적으로 아름다워
훗날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 테노치티틀란을
아메리카의 베네치아라고 불렀기도 했는데요.
보시는 것과 같은 호수에 만든 인공섬의 형태는
사방으로 쳐들어오는 왜적을 막을 수 있는 천연 요새이기도 했죠.
이렇게 찬란했던 아스테카 문명도
허무하게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아스테카 문명이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던 16세기
잠시 바다 건너 스페인으로 시선을 옮겨볼까요?
스페인의 코르테스는 1504년
현재 도미니카 공화국이 위치한 히스파니올라섬으로 첫 원정을 떠나고
1511년 쿠바를 정복해 세상에 이름을 떨치죠.
그리고 1519년 코르테스는
탐험대를 꾸려 유카탄반도에 상륙하고
그곳에서 황금이 넘치는 아스테카 왕국의 존재와
호수 위 테노치티틀란에서 군림하는 목테수마 2세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당시 중미 지역은 대부분의 지역이
아스테카 왕국의 영향력 안에 있었는데요.
아스테카 왕국에 복속된 부족들은
엄청난 곡물과 희생자를 바치며
불만이 절정에 달해 있던 때였죠.
특히 태양의 소멸을 통한 종말을 피하기 위해 아즈텍인들은
태양신에게 재물을 바쳐야 한다고 믿었는데
재물은 바로 산 사람의 심장이었습니다.
아즈텍인들은 부족들을 복속하고
그때마다 포로를 잡아 인신공양 제사를 했는데
이렇게 잡아 죽인 포로만 연간 2만 명에 달했죠.
주변 부족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겠죠.
이 점을 노린 코르테스는
불만 세력들과 손을 잡고 테노티치틀란으로 쳐들어가게 되죠.
그때 목테수마 2세는 한 가지 예언을 믿고 있었는데요.
케찰코아틀리라는 신이
언젠가 금발의 흰 덕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신화였죠.
그런데 갑자기 금발의 백인인 코르테스 일행이
목테수마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신화가 현실이 된 것으로 믿은 목테수마 2세는
적군인 스페인 군을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했죠.
하지만 코르테스는 아스테카 왕국을 공격했고
계속된 충돌과 함께
스페인 원정대가 들고 온 공포의 전염병 천연두가
아즈텍인들을 초토화시켰습니다.
결국 스페인과 10만 명이 넘는 주변 원주민 연합군들이 함께
아즈텍 군을 공격하여
테노티치틀란을 함락시키고
1523년 아스테카 왕국의 마지막 황제 쿠아우테목을 처형하게 되며
아스테카 왕국은 멸망하게 됩니다.
이렇게 멸망한 테노치티틀란 위에
스페인식의 새로운 도시를 세우고
아스텍 사원 위에 가톨릭 교회를 세웠죠.
얼마 후 도시 이름도 스페인 식인 멕시코로 바꾸게 되고
현재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 시티가 되었죠.
그런데 이 도시의 문제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곳의 고도는 2,240미터 정도로 매우 높지만
주변에 5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둘러싸고 있었다는 것이죠.
이 말은 이곳의 물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시는 인구가 성장해 감에 따라
호숫가까지 땅을 쓰게 되었습니다.
또 호수 수심의 변화에 따라
멕시코 시티는 주기적으로 홍수도 겪게 되고
홍수 기간 동안, 배설물이 도시를 오염시키고 질병을 퍼뜨리는 등
건강에도 문제가 되었죠.
이렇게 문제가 있으면 다른 곳에 중점도시를 다시 지을 법도 한데
스페인은 원주민들을 동원하여
터널과 배수로를 만들어
수백 년에 걸쳐 물을 빼고 도시를 확장시켜 나가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점차 물과 습지가 줄어들며
수인성 질병이나 모기로 인한 피해, 홍수까지 줄어드는 반면
건물을 건설할 땅은 점차 늘어났죠.
처음에는 기술이 좋지 못해 배수가 효과적이지 않았지만
점점 배수 기술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특히 1900년대 산업화 이후
기회를 찾아 중심 도시로 엄청나게 모여드는 사람들로 인해
땅도 더욱 필요하다 보니
물을 토지로 만드는 작업이 더 가속화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것처럼
멕시코 시티의 땅은 점점 커지는 반면, 호수는 줄어갔죠.
1950년의 멕시코 시티 인구는 330만 명 정도였는데요.
현재는 2천만 명이 넘을 정도로 엄청나게 인구가 늘었고
이것은 북미 도시 최대의 인구라 볼 있습니다.
물 위에 지은 도시인데
이제는 이 물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북미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인 만큼
많은 물이 필요하게 됩니다.
사실 기후를 보시면 비가 적게 오는 지역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이 온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과거와 달리 텍스코코 호수같이
주변에서 물을 공급해 줄 수원이 없습니다.
또 현대 도시에서 땅은
콘크리트와 같이 물이 투과되기 어려운 형태의 자재로
도로와 건물들을 짓고 있죠.
이런 상황이다 보니
멕시코 시티는 대부분의 담수를
호수 같은 수원이 아닌
지하층에서 물을 퍼 올려 얻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죠.
도시 자체가 땅의 물을 빼서 지은 것이기에 기반 자체가 약합니다.
점토 위에 지어진 도시라 해야 할까요?
그런 데다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
많은 물을 쓰게 되고
물이 줄어드는 만큼 도시가 가라앉는 것이죠.
땅이 가라앉으면 더 깊은 곳까지 지하수 파이프를 뚫어야 하고
그러면 더 가라앉게 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죠.
또 땅이 가라앉으면서
땅에 있던 파이프가 터지게 되고
그러면 새는 물이 많아져 지하수 공급의 효율을 떨어뜨리는데
이런 과정들도 악순환되는 것이죠.
20세기 동안 이미 수십 미터가 가라앉았고
이번 세기 20m에서 최대 30m 정도까지 가라앉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얼마 전 소개해 드린 칠레와 마찬가지로
이곳 또한 코코스판과 북미판이 만나는 지역으로
불의 고리에 속해 있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죠.
지진이 발생하면
이 모래와 흙 위에 세워진 도시의 점토 같은 기반은
과장일 수 있겠지만
마치 액체처럼 흔들릴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1985년 규모 8의 지진이 있었는데요.
이때 수백 채의 건물이 붕괴함과 동시에
1만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어마어마한 피해죠.
멕시코는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의 다른 호수에서 물을 끌어오는 방법도 쓰고는 있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최대 높이 5천 미터 이상에 이르는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만큼
변화무쌍한 지형의 파이프를 건설하여
물을 끌어다 쓰는 방법은
에너지 손실이 매우 크고, 돈이 많이 들며
고장 나도 수리가 어렵죠.
그래서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효율이 매우 낮은 파이프가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 하루 몇 시간만 물을 틀 수 있거나
다른 지역에서 트럭을 통해 물을 옮겨오거나
가정마다 물탱크를 설치하는 등
여러방법들을 쓰고 있는데
이 역시 비효율적이거나 비용과 공간이 많이 드는 방법들이죠.
또 기후 변화로 인해 2050년이 되면
멕시코 시티의 강수량이 10~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요.
점점 더 가뭄은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하게 땅이 꺼지고 있는 도시로
인도네시아에 자카르타가 있으며
최근 수도를 보르네오섬 쪽으로 옮긴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죠.
멕시코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영상은 임소미 저자가 집필한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의 첫 번째 파트
아스테카 문명 부분을 바탕으로 제작하였습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상 모든 뉴스의 이면은
역사를 알지 못하며 절대 알 수 없습니다.
6천 년의 방대한 분량이
역사 공부를 주저하게 하지만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세계사만 쏙쏙 뽑아 담았는데요.
세계 문명의 탄생부터 패권 전쟁까지
복잡한 6천 년의 역사를
쉬운 설명과 스토리텔링, 다양한 그림으로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세계사에 대한 기본적인 교양을 얻고 싶으신 분들께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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