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ye Sophia] 불교의 깨달음은 점(點)으로 끝난다!

 

 

 

어느 무엇에 의해 생겨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것을 가리켜

실존(實存)이라 합니다.

 

여기에 대한 명칭은 수도 없이 많은데

대승불교에서 쓰는 ‘空’이라는 철학적 표현이 단연 돋보입니다.

 

空이란

“有도 無도 아닌 제3의 존재 형태”라 할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수행자들이 이해하기에는 꽤 난해합니다.

그래서 수학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생깁니다.

 

空을 수학적으로 기술하면 재밌게도 점(點)이 됩니다.

자, 點을 한번 찍어 봅시다.

좀 크게 찍긴 했지만 아무튼 點은 點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어떤 공간을 조금이라도 차지하면

이건 사실 點이 아니라 면적입니다.

 

點이란

위치는 있지만 면적이 없는 것

다시 말해 ‘면적이 없는 위치’를 말합니다.

있긴 있는데 면적이 없어 그 실체가 없다는 얘기이지요.

 

참으로 아리송한 말입니다.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실체가 분명히 있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이처럼 비유비무(非有非無)한 것이 點이고

불교 철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空입니다.

 

空은 실체가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서

무언가가 창출되는 형상을 취한 글자입니다.

그래서 空과 點은 여러모로 상통합니다.

 

[화엄경]에 보면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란 말이 나옵니다.

이 얘기는 먼지 한 톨과 우주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點 하나라는 뜻이지요.

자존(自存)하며 삼라만상을 창조해 주재하는 조물주 空이

한낱 點이라는 사실에 의아할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點 하나가 삼라만상의 본래면목입니다.

 

 

그렇다면 點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요?

 

사실 이런 질문은 3차원에 살기 때문에 나올 수 있습니다.

3차원은 有와 無로 가르면서 생성된 곳이기에

이곳에 사는 생물은 예외 없이 有와 無를 점멸하며 생각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點이 켜진 有의 시각에서 보면

참나, 불성, 본성, 實相 같은 것들이 부각됩니다.

 

반면에 點이 꺼진 無의 관점에서 보면

無我, 입멸, 적멸, 해탈 같은 것들이 중심을 잡게 됩니다.

 

세상에 즐비한 철학이나 사상도 결국은

點이 점멸하는 가운데 홀생홀유(忽生忽有)하는 환영의 파동인 것이지요.

 

點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간차원에 대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點은 차원으로 보면 0차원인 동시에 5차원입니다.

3차원에 갇힌 우리의 의식은 4차원을 이해하는 것도 벅차지만

그냥 생략하고 5차원 點으로 점프해 버리는 편이 더 빠르고 쉬울 수도 있습니다.

 

點은 면적이 없어 모든 곳에 동시에 있고

위치가 있어 뭐든지 그려낼 수 있습니다.

 

點은 면적이 없어서 연결될 수 없지만

특정한 곳에 동시에 존재하면

그것이 마치 연결된 것처럼 보여 1차원 선(線)이란 개념이 생깁니다.

 

선(線)은 시작점과 끝점의 변화에 의해 시간 개념이 생깁니다.

그리고 시작점과 끝점이 다른 방향으로 연결되면

시종(始終)이 없는 2차원 면(面)이 됩니다.

 

이때부터 공간의 개념이 따라붙습니다.

결국 點이 시간을 느끼면서 선(線)이 되고

공간을 느끼면서 면(面)이 됩니다.

 

연이어 면(面)이

다른 방향으로 높이를 세우면 3차원 입체가 생겨납니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입체들이 자유롭게 뒤섞이면서 4차원 초입체가 펼쳐집니다.

 

이때까지 걸린 총 시간은 너무 짧아 시간으로 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찰나’라는 표현으로 대치합니다.

순식간에 5차원 點에서 4차원까지 생겨난 것이지요.

 

그 이후는 4차원과 3차원만 환유(幻有)의 상태로 존재하는데

그 둘이 마치 바늘과 실처럼 붙어 바람에 나풀대는 것 같은 형국이 펼쳐지게 됩니다.

그리고 4차원의 정보들이 뭔가를 그려내다 보면

너무 응축하여 3차원으로 짜부라 듭니다.

 

또한 3차원의 물질들도 쪼개지다 보면

폐쇄성이 감소하여 4차원으로 다시 기어 올라가게 됩니다.

이것이 마치 파도가 넘실대는 것 같은 진동을 일으키며

시공(時空)의 축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온갖 변화와 창조물이 가득 들어차는데

그 모든 것을 합해 보면 결국 남는 것은 點 하나밖에 없게 됩니다.

 

點에 머무름(着心)이 생기면서

1·2·3·4차원이 동시에 생겨난 것이지요.

그리고 3·4차원의 그림이 그런대로 보기 좋아

이곳에 주로 머무르게 되니

소위 말하는 질서, 즉 천지창조도 발생합니다.

 

머무름이 보다 강성해지니 물질에 이어 생명도 생겨나고

여기서 더욱 초점을 맞추니 인간으로까지 진화하여 감상의 포인트도 갖게 된 것입니다.

 

點의 머무름으로 인해

모든 것이 구체적으로 그 윤곽을 드러낸 것이지요.

그래서 인류사상 가장 위대한 성인인 싯다르타의 깨달음은

바로 點 하나로 귀결됩니다.

세존은 한 點을 깨달아 무상정등각을 이루었고

그 點을 佛法에 담아 후세에 전하게 됩니다.

 

결국 點 하나 잘 찍을 줄 알면 모든 공부는 끝이 납니다.

머릿속에 點 하나 제대로 찍으면

득도니 깨달음이니 성불이니 하는 문제는

그걸로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입니다.

실존과 창조와 열반의 열쇠는 點 하나에 달려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點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그 點이 지금 오감을 통해

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