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진리입니다.
그런데 진리는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잘만 쓰면 영적 성장을 하지만
잘못 쓰면 종교나 관념에 빠져 패가망신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리란 무엇일까요?
단적으로 말해 진리는
삼라만상 모든 것입니다.
그냥 의미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광범위해서는 진리에 대해 감을 잡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범위를 대폭 좁히고 핵심만 추릴 필요가 있습니다.
진리라고 하면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하면 안 되겠지요?
시공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영원한 것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 수학의 공식이나 과학적 사실들은 어떨까요?
수학이나 과학 역시 계속해서 변화해 왔고
심지어 현대물리학에 이르러서는
기존의 법칙들이 무참히 깨지고 있습니다.
과학이 더 발달하면
보다 큰 폭의 변화가 있을 테고
따라서 수학이나 과학적 지식을 진리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진리라는 용어 대신
이치, 상식, 이법, 법칙 같은 단어가 적절할 것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을 찾으려면
어쩔 수 없이 알파와 오메가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우주의 시작과 끝만큼 단순한 건 없으니까요.
자존(自存)하며 영원히 불변하는 것
이것을 철학적으로 제1원인이라 부르는데
우리가 그토록 찾던 진리입니다.
제1원인에 인격을 붙여
조물주나 하나님, 비로자나불, 브르만.. 등으로 부르면
종교가 됩니다.
제1원인에 인간의 성품을 붙여
불성, 본성, 진아, 참나, 깨어있음, 알아차림, 순수의식... 등으로 부르면
수행이 됩니다.
제1원인에 실재(實在)나 실존(實存), 본질(本質), 원인자(原因者), 태일(太一), 도(道) 등으로 부르면
철학이 됩니다.
제1원인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종교와 수행, 그리고 철학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첫 번째, 제1원인을 종교적으로 해석하면
그 자체로 왜곡이 심해 더 이상 진리를 알 길이 없어집니다.
두 번째, 제1원인을 수행으로 풀면
인성이나 심리적 상태로 접근하게 되어 옆길로 새기 쉽습니다.
세 번째, 제1원인을 철학으로 풀면
이성적으로 파고들게 되어 진리를 깨우칠 확률이 한결 높아집니다.
세 번째가 바로 화두참구의 방법입니다.
물론 기존의 화두참구는 방향을 많이 벗어났습니다.
제1원인을 화두로 잡아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뜰 앞의 잣나무나]나 [무자] [모름]... 같은
괴상한 공안들과 씨름하고 있으니까요.
정리하면
진리는 만물의 알파와 오메가인 제1원인을 말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공부는
제1원인을 화두로 삼아 참구하는 것입니다.
이때 참선이나 명상, 위빠사나 같은 수행을
보조 수단 정도로 쓰는 건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진리를 좋아할까요?
얼핏 생각하면 진리를 싫어할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진리를 정말로 좋아한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수행자나 철학자들 중에서도
수백만 명 중에 한두 명 정도나 좋아했을까요?
이 얘기는 바꿔 말해
사람들이 꺼려하는 것 중 하나가 진리라는 뜻이 됩니다.
왜 사람들은 진리를 꺼려할까요?
진리를 좋아하게 되면 자신의 이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복잡하고 지난(至難)한 화두에 머리가 아픈 것은 기본이고
진리를 터득할 가능성 역시 불투명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을 쓰지 않는 방법으로 머리를 돌립니다.
수행의 대간을 차지하는 무념무상(無念無想)과
종교의 대간을 차지하는 신앙이 바로 그것입니다.
생각을 없애거나 획일적으로 만들어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적당한 때에 깨달음과 구원을 만들어내면 간단하겠지요.
이렇게 쉬운 방법을 두고
자력으로 어렵게 진리와 씨름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정녕 시간과 공간을 비롯해
모든 걸림으로부터 자유롭게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하나님과 부처님을 비롯해 그 누구도 믿지 말고
스스로의 이성(理性)에 의지하십시오.
진리는 당신의 이성 속에 흠뻑 스며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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