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THATch

[IAMTHATch] 선과 깨달음, 바라보고 무시하기

Buddhastudy 2024. 12. 23. 20:20

 

 

사조가 남전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여래장입니까?”

그대와 같이 오고 가는 것이 여래장이다.”

오고 가지 않을 땐 어떠합니까?”

그것도 여래장이니라.”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방 안에 앉아

눈앞에 드러나 있는 광경을 본다고 해보죠.

여기에서 내가 본다든가 무엇을 본다든가 왜 보는가라든가

이런 생각 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멍청하게 본다고 해보는 겁니다.

 

그냥 그림 한 폭이 경험될 뿐입니다.

비어 있는 공간이 캔버스가 되고

여기저기 늘어놓은 물건들은 그림이 됩니다.

 

생각이 일어나면

내가 본다’, ‘눈앞을 보고 있다’, ‘벽면을 바라보고 있다’, 등등의 분별이 일어나지만

만일 무심히 바라본다면

경험되는 것은 이 한 장의 그림뿐입니다.

 

만일 이런 정지된 그림 속에서

손가락 하나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해보죠.

어떤 생각이 일어나기 전에, 해석하기 전에

무엇을 감지할 수 있을까요?

 

어떤 것이 구슬입니까?”

남전이

사조여!”라고 불러 사조가

라고 대답했다.

가거라. 그대는 내 말을 모르는구나.”

이에 사조가 크게 깨달았다.

 

잠들기 전 홀로 조용한 방 안에 앉아 있다고 해보죠.

불을 끄고, 커튼을 내리고

조용한 뉴에이지 피아노곡을 휴대전화기에 올려놓습니다.

실제로 해보시면 더 좋겠네요.

 

눈을 감고, 가만히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듣는다는 생각 없이

어떤 음악이라는 분별도 있고

어떤 악기들이 내는 소리라는 것도 잊어버립니다.

내가 듣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소리가 그냥 들린다고 해보죠.

 

캄캄한 허공 속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가 있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아빠 과일 드실래요?”라는 아이의 소리가 끼어듭니다.

, 깜짝이야, 잘 밤에 웬 과일?”이라고 대꾸하는

그런 생각들이 일어나기 전에

과연 우리는 무엇을 감지할 수 있을까요?

사조여!” “사이에 말입니다.

 

왕공이 붓을 드니 미화상이 물었다.

허공을 심판할 수 있겠소?”

왕공이 붓을 던지고 들어가서,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이튿날 미화상이 의심이 들어서

고산에게 부탁하기를

어제 완공의 뜻을 물어봐 달라고 하고

자신도 으슥한 곳에 숨어서 보았다.

고산이 왕공에게 묻기를

어제 미화상과 무슨 말과 글이 있었는지 들을 수 없겠소?”

왕공이 답하길

사자는 사람을 무는데 한로는 흙덩이를 뭅니다.”

 

미화상이 이 말을 엿듣고는

이내 어제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깨어나면서 껄껄 웃으며 말하길

알았소, 알았소

 

한뢰축괴 사자교인 韓盧逐塊 獅子咬人

흙덩이를 던지면 한나라 개는 그걸 따라가지만

사자는 던지는 사람을 물어 죽인다는 사자성어입니다.

 

흙덩이를 던지기 전에는

흙덩이가 숨겨져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집중해 바라보면

흙덩이를 던지는 순간이 보입니다.

 

이때는 바라보는 것을 무시해야 합니다.

바라보고 있으면 흙덩이가 보입니다.

바라봄을 그치면

이제껏 계속 바라보던 그 방 안에 그림이 확연해집니다.

 

조금 알쏭달쏭한 이야기죠.

이게 확 들어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비록 느낌이지만 생각에서는 멀어집니다.

이런 감을 선의 기운이라고 해서 [선기]라고 하기도 합니다.

생각을 떨어뜨리는 능력입니다.

 

캔 윌버가 제시한 발달 라인으로 치면

인지와 감각능력입니다.

 

우리가 학교 다니면서 배운 지능은 거의 한 가지였습니다.

아이큐라고 하죠. [지능지수]입니다.

 

이건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연산하고, 결론을 내리는 능력이죠.

워낙 이쪽으로만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다른 지능은 오히려 약화됩니다.

 

물론 최근에는 AQ, EQ, MQ 같은

다른 지능도 강조하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여전히 우리 대부분은 IQ 말고는 지능을 알지 못합니다.

선 공부는 IQ가 크게 소용이 없습니다.

선문답을 다 외우면 좀 나아질 것 같나요?

 

대사가 경을 보는 동안에는 일을 묻지 말라는 방을 내걸었다.

어떤 중이 왔다가

대사가 경을 보는 것을 보고 기다리고 있자

대사가 경을 덮으며 묻기를

알겠는가?”

저는 경을 보지 않았는데 어찌 알겠습니까?”

차차 알게 될 것이다.”

 

IQ가 소용이 없다고 했는데 스님도 참 고집이 셉니다.

학교를 열심히 다닌 스님은

책을 봐야 아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큰스님이 책 내용을 물어본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래서 화살이 서천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장면을 연상하면서

방이 붙은 것과 큰스님이 경을 읽어서 스님이 기다린 것과

책 덮고 물어본 것, 대답한 것을

머릿속으로 다 보고 압니다.

그걸 뭘 차차 알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까? 그렇죠?

 

이 선문답은 제가 선이 눈에 들어오던 시기에 보았는데

제 대답이 좀 유치하긴 하지만

그래도 답을 달기는 했습니다.

아니 눈깔도 없는 놈이 경을 어떻게 보려고 하느냐?”

 

그렇습니다.

우리들의 붉은 살덩이 위에

무위진인이 진짜로 있고

항상 우리들의 면전을 출입합니다.

그게 안 보이면

보는 자를 계속 봐야 합니다.

그걸 명상이라고 합니다.

 

다만 명상의 목적을 잊지는 말아야 합니다.

명상은 잠드는 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대사가 중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동서산에 가서 조사님께 예배하고 옵니다.”

조사는 동서산에 있지 않다.”

중이 대답이 없었다.

 

길이 다 잠겨서 동서산을 묻어버렸으니

그 말씀도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