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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THATch] 선과 깨달음, 코끼리 바위

Buddhastudy 2024. 9. 11. 19:22

 

 

당신이 안다고 하는 것이 정말 아는 것인가요?

코끼리 바위는 도대체 코끼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선의 전통은 가만히 보면

불교의 전통이면서도

불교의 기본 줄기와는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부처님의 초기경전에

그것이 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염화미소라고 하는 가섭불의 이야기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경전에 수록된 것은 아니어서

선종이 아니라면

중요한 이야기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거기다 석가 세존은

형이상학적인 물음에는

무기라고 해서

아예 대답조차 하지 않으신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후대의 선사들이 나눈 선문답에 대해,

과연 석가 세존이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죠.

마치 석가 세존이 답한 것처럼 지어진 선문답도

꽤 많은 이유가 그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수도 선문답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남아서 알려진 도마복음의 내용을 보면 그런 확신이 듭니다.

 

나무를 쪼개보라.

거기에 내가 있다.

돌을 들추어 보라.

그러면 거기에서 너희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감추어진 신비의 암호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다만 나무를 쪼개고 돌을 들추는 저 행위가

너무나도 선종의 행위와 비슷해서

선종이 예수의 제자들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진리를 전하는 방법이 정말 뭐라고 생각하는지요?

 

저는 더 나아가서

불교의 주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주제들이

선문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 것도 따로 인 것은 없습니다.

초기불교, 아비달마, 대승불교, 중관사상, 유식불교, 밀교, 선불교

심지어 기복신앙까지 말입니다.

 

그 무엇이든 눈앞에 보이는 하나를 가리키는 한에서는

직지이자 가리킴이자 선문답입니다.

 

전형적인 선문답도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매우 깊은 선문답들도 있습니다.

 

문답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정말 깊고 깊은 것을 가리킬 때

그것을 아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그 수준이 너무 깊어서

선문답을 아는 일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우리의 깨달음을 향한 지도에서는

깨달음의 수준을 5단계로 정리를 하죠.

범부각, 상사각, 수분각, 등각, 묘각의 단계입니다.

 

그런데 선문답은 상사각부터 공부에 쓸모가 있게 됩니다.

본격적으로는 수분각에서

검증과 확인의 수단으로 쓰일 정도로 효용이 높죠.

 

그런데 만약 그 수준을 뛰어넘는

질문을 하거나 답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대답을 듣는 사람이

뛰어넘은 수준에 있다면 알 것이고, 아니면 모를 겁니다.

어찌 보면 이게 당연한데

선문답을 그저 재치있는 말 대답이라고 생각하면

이것을 놓치게 됩니다.

 

제 도반이 겪은 것은

사실 선문답이 아니었습니다.

묻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던 모두 그것을 선문답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저도 대충 그걸 기억합니다.

 

코끼리 바위는 어째서 코끼리 바위라고 하는가?”

“.....”

 

제 도반은 머릿속이 하얗게 됐지만

보이는 것은 점점 더 뚜렷해졌습니다.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이 들어가면서 더욱 명료해졌죠.

 

코끼리 바위는 살아있는 코끼리가 아니지만

코끼리 형상은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걸 이어 붙이는 걸까요?

 

앎이 명료해진 저희 도반은

그 후 확연한 깨달음을 얻었고, 더욱 깊은 앎에 다가갔습니다.

 

선문답에 침묵했던 도반이었기에

우리는 정말 가늠하기 힘들었습니다.

그 도반은 그 후 몇 개월 후에 함께 산길을 걸어 내려오다가

스승이 꺼낸 질문에 완전히 변혁을 겪었습니다.

세상이 무너진 경험을 한 것입니다.

아마 제가 본 최고의 선문답 경험이었을 거라는 제 생각이 틀리지 않을 겁니다.

스승의 질문도 아닌 대답도 아닌 얘기는 이랬습니다.

 

시골 할아버지

시골은 뭐가 시골이고, 할아버지는 몇 살부터지?

도대체 시골 할아버지는 뭘까?”

 

코끼리 바위, 시골 할아버지

이게 뭔가요?

그러는 당신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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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할아버지...

코끼리 바위...

할아버지와 코끼리는

정말 실제로 거기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