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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THATch] 선과 깨달음, 눈을 뜨나 감으나

Buddhastudy 2024. 9. 12. 19:56

 

 

고요한 가운데 홀로 아는 그것

그것입니다.

 

라즈니쉬는 이 세상의 종교를 모두 폐지하더라도

선과 수피즘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선은

특정한 종교나 사상과 상관없이

사람이 의식적인 생물이라는 조건이 변하지 않는 이상

현상과 본질의 차이와 동일성을

직관적으로 알게 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인류의 의식이 진보하거나 사고방식이 바뀌면 사라져 버리는

그런 접근방법과는 질적으로 다르죠.

 

선은 그 유래가 비밀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아는 사람들은 모두

석가 세존이 연꽃을 들어보였던 가섭을 시조라고 봅니다.

그 후 보리달마가 맥을 이어

중국 선종의 초조가 됩니다.

이를 이은 조사들이 6대까지 선불교의 초기를 만듭니다.

 

세존이 회상에서 대중들에게 설법을 하시다가

돌연 꽃 한송이를 손으로 치켜드시니 대중이 어리둥절하였다

다만 가섭존자만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다른 선문답을 전혀 몰라도

이 장면이 가슴에 와닿는다면

이른바 선의 기질이 있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죠.

 

이렇듯 선문답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보면

석가 세존의 그 많은 법문이 이해가 되십니까?

저는 처음에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꽃 한 송이를 들어서 깨닫게 할 수 있다면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법문을 한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 선은

불교의 교리를 무시하거나

문자 가르침을 회피하는 신비주의 종단이 아닙니다.

 

선문답으로 상징되는 선의 방편은

이미 앎을 전제하고

그 깨달음을

생각을 넘어선 자리에서 알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견이 없으면서

선을 열심히 공부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정말 말장난이 되고 맙니다.

 

정혜쌍수, 지관겸수라고 해서

선정과 지혜가 총동원되어야 바른 공부가 가능합니다.

개념이 없으면 개념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견을 갖춰야 합니다.

 

선문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줄짜리 정견는 필요합니다.

이런 겁니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생각하고, 말하고 느끼는 것은

의식,

즉 성품이지

나라는 독립적 인격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확연하게 아는 것이

바로 선문답의 답이 바른 상태입니다.

 

이것을 알게 하려고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을 묻고

이 소리를 들었는지를 헤아립니다.

때로는 멱살을 잡고 몽둥이를 휘두릅니다.

 

물론 그건 모두 옛날 이야기지

지금은 멱살 잡고 폭력을 행사하는 공부 모임은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전 사양하겠습니다.

 

사실 선 공부는 혼자서 있는 때를 많이 만들고

명상을 하면서 선문답의 질문들을 헤아리면

아는 그것이 확연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놓치지 말고 눈 감아도 보이는 그것,

귀를 닫아도 들리는 그것을

참고해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제가 아는 분은 10년을 한결같이 정진했습니다.

제가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믿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나 싶었죠.

 

하지만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저는 몸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일매일 명상하고

일하는 시간을 빼고는 예외 없이 집중하고

때로는 기력이 다해 쓰러지고

때로는 넋이 나가 패닉 상태에 이르도록

10년을 한결같이 공부했지만

별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에 홀로 앉아 신심명을 보던 중

거의 유체이탈의 강도로

몸이 뒤로 물러나는 충격을 받고 깨어납니다.

 

그분

저희 스승이 봤던 그 글은...

 

눈을 뜨나

눈을 감으나

눈 앞에 홀로 밝은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