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THATch

[IAMTHATch] 선과 깨달음, 눈앞이 캄캄한 놈

Buddhastudy 2024. 9. 9. 20:10

 

 

이쯤에서 저희 선문답 기록을 한번

공유해야 할 듯합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도

많이 놀랍거나 또는 공감이 가는 상황이거나 할텐데요

저는 정말 선문답을 시옷도 감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저의 어릴 적 성향은 공부머리로는 좀 맹하고

엉뚱한 것, 재미난 것만 찾아다니는 기질이었습니다.

그러던 사람이 30대에 들어서자

갑자기 이성적,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기 시작해

저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이 제 기질이 그런 줄 알 정도였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선문답이란 것은

몹시 기괴하고도 꿍꿍이 속이 있는 것 같은

암호, 상형문자 같은 것이었습니다.

거기다 시중에 선문답을 제대로 아는 스승이 없어 보였고

대부분은 아리송하고 모호한 상황을 슬쩍 비켜 가는

몽매한 용도로 쓰이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저는 그래서 선문답을 가까지 하지도 않았고

그런 질문을 주고받는 사람들에게 큰 신뢰를 주지도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깨달음 사기꾼처럼 느껴졌거든요.

왜 저런 얼토당토 않은 것을 다루는 것일까?”

 

그 이후로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저는 선문답의 진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깨달음과 동일한 시간대에 있어서

저의 도반들은 제가 선문답으로 깨우쳤다고들 합니다.

 

물론 저는 선문답이 먼저인지, 깨우침이 먼저인지 잘 알지만

굳이 그 순서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도반들에게도 신비로워 보이고 싶어서일까요?

 

그렇습니다, 사실 순서란 없습니다.

선이 비이원의 불성을 직지하는 거라면

사실상 이 세상에 선문답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동영상을 만들면서 계속 선문답을 만드는 중입니다.

 

이 영상이 보입니까?

이 소리가 들립니까?

이 글자를 읽습니까?

 

저의 깨어남, 즉 초견성은

너무나 고요해서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선문답 덕분에 저는 어머어마한 충격으로 깨어납니다.

이렇듯 선문답은 흔들어 깨트리고 일으키는 힘이 있습니다.

잠에서 깨어 뒤척이던 저를 화들짝 놀라 일어나게 만든 것이 바로 선이었습니다.

 

며칠째 일상의 평화로움 그 자체이던 그날 아침

저는 칸막이가 쳐진 사무실 한 켠에서

회의를 기다리며 마조 스님의 법문을 읽고 있었습니다.

좀 길지만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월주의 혜해가 처음 마주를 찾아 뵈었을 때 마조가 물었다.

어디에서 오는가?”

월주의 대운사에서 왔습니다

여기 와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불법을 고하러 왔습니다

 

자기의 보물창고는 돌아보지 않고

집을 버리고 이리저리 다녀서 뭘 하려는가?

나의 이곳에는 한 물건도 없는데

무슨 불법을 구한다는 것인가?”

 

대주가 이에 절하고 물었다.

무엇이 저 자신의 보물 창고입니까?”

지금 바로 나에게 묻는 그것이 그대의 보물 창고이니라.

그것에는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고

조금도 모자람이 없으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무엇을 밖에서 구하고 찾는가?”

 

대주는 말을 듣자마자

본래의 마음을 저절로 알고 기뻐하며 감사의 절을 올렸다.

 

 

마조 스님의 말에 저는

가슴이 무너지고 눈물이 쏟아져서

사무실이 아니었다면 소리를 지르며 쓰러질 판이었습니다.

어렵게 사무실을 나가 아무도 없는 창가에서

10여 분을 넘게 울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뭐냐고요?” 라고 저에게 묻는 그것이

바로 당신의 이 보물창고입니다.

저도 마조 스님과 똑같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그것

그것 안으로 들어가야 할 뿐

밖에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날 친절하게도 제 스승은

저에게 확인차 선문답을 던졌습니다.

제가 선문답에 답을 달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그 날

문자가 오갔던 선문답을 하나 보여드립니다.

 

/보내준 경호와 해명의 이야기를 읽고

한마디 말해보시게나.

 

경호가 혜명에게 묻기를

어느 물건이 법을 서라고 법을 듣는가?”

 

혜명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3년 후 해명이 짚신을 삼다가

신발의 골을 고르는 하는 소리에 눈앞이 환해졌다.

 

경호가 물었다.

어떠한 것이 혜명인가?”

 

혜명은 동쪽으로 갔다가 다시 서쪽으로 가서 섰다.

옳고 옳다.”

경호는 해명을 인가했다./

 

저희 답은 이랬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진 놈이 동서로 잘도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