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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대머리 독수리는 왜 대머리가 됐을까? 그리고 탈모보다 더 슬픈 사연은?

Buddhastudy 2021. 7. 26. 19:21

 

 

 

다윈마저도 역겹다고 표현했던 못생김의 대표 주자, 대머리 독수리!

생김새는 둘째치고, 죽은 동물을 발견하면 득달같이 몰려와

사체를 파먹는 모습이란 정말 혐오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들은 중류도 다양하고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데

아프리카에만 10종이 넘게 살고 있죠.

그런데 사실, 이들의 이름은 대머리 독수리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독수리에 자기 이미 대머리란 뜻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이들을 대머리 독수리라고 부르는 건

두 번 죽이는 겁니다.

 

이렇게 머리에 깃털이 없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수리과에 속한 녀석들을

영어로는 이글(eagle)이 아닌 벌처(vulture)라고 부르는데요.

 

흰머리 수리, 황금 수리처럼

이렇게 머리숱 많은 이글은 우리말로 수리라고 부릅니다.

반면, 머리 깃털이 없는 녀석들은 독수리라고 부르고

대표적으로 주름민목 독수리, 아프리카흰등 독수리, 모자쓴 독수리 등이 있죠.

 

하지만 대머리 독수리란 이름이 익숙하기에

미안하지만 이번 영상에서는 이 녀석들을 대머리 독수리로 부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여러분, 궁금하지 않나요?

도대체 대머리 독수리는 왜 대머리가 된 걸까요?

그리고 탈모보다 더 슬픈 사연도 있다는데... 그건 도대체 뭘지.

이 내용들이 궁금하다면 영상을 끝까지 봐 주세요~!

 

이래저래 슬픈 대머리 독수리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다윈도 대머리 독수리의 탈모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는 만약 대머리 독수리의 머리숱이 수북했다면

녀석이 동물 사체에 머리를 푹~ 처박고

살과 내장을 뜯어 먹는 과정에서

머리털이 동물의 피로 뒤범벅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때 함께 묻어 나온 세균이나 기생충이

털에 들러붙게 되면 독수리는 감염병에 취약해질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다윈은 이 녀석들이 탈모가 된 건

세균 감염을 피하기 위해 진화한 거라고 추측했죠.

, 탈모인 녀석들이 생존에 유리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들이 사는 아프리카는 햇빛이 강해

깃털 없는 머리에 묻은 세균들은 금세 살균된다고 생각했죠.

 

다윈의 이런 가설이 허무맹랑하지만은 않은 건

아프리카대머리황새나 콘도로, 그레이터애주던트 등등

동물 사체를 먹는 새들 역시 대체로 머리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08,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 동물 건강연구소의 도미니크 교수는

색다른 주장을 들고나옵니다.

녀석들의 머리털이 벗겨진 건 체온 조절 때문이라고 주장한 거죠.

 

도미니크 교수는 남극에 사는 큰 제비갈매기류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살지만, 머릿털이 수북하다며

대머리 독수리의 탈모를 감염 회피용으로만은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대머리 독수리는 땅 위에선 엄청난 열기를

반면 2000m 높이의 하늘을 날 때는 추운 냉기를 온몸으로 받기 때문에

평상시 휴식할 때만큼이라도

효율적으로 체온 조절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독수리의 탈모와 체온 조절이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걸까요?

도미니크 교수는 대머리 독수리의 자세와 관련 지어 그 답을 내놨는데요

논문에 실린 그림을 함께 볼까요?

 

대머리 독수리가 열을 배출해야 할 때는

목을 앞으로 쭈~욱 빼는 반면

열 손실을 줄여야 할 때는

태양을 등진 채 머리를 몸 안으로 쑥~ 넣는다는 겁니다.

 

, 그럼 이 자세에서 벗겨진 머리가 어떤 도움이 될까요?

머리에 털이 없으면 혈관이 피부를 통해 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더운 곳에 있을 때 머리를 쭈욱 빼면 빠르게 열을 방출할 수 있고

기온이 낮아지면 머리를 몸 안으로 숨긴 후

빠르게 머리 피부를 데워 체온을 높일 수 있다는 거죠.

 

도미니크 박사는 이렇게 생긴 모형에

대머리 독수리의 피부를 입혀 열 손실 정도를 측정했는데요

머리털이 없었을 때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열 손실은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열을 방출하는 정도는 25%나 높았다고 합니다.

, 녀석들의 탈모는 세균 감염 뿐만 아니라

체온 조절을 위한 목적도 있었던 거죠.

 

그런데 여기서 끝내면 조금 아쉽겠죠?

실은 대머리 독수리에겐 탈모보다 더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이 사연만큼은 오늘 여러분께 꼭 들려드리고 싶은데요

그건 바로 대다수의 대머리 독수리가 멸종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11종의 대머리 독수리 중

7종이 위기종으로 지정됐고

이집트대머리수리는 거의 멸종된 상태죠.

 

아프리카에 동물 사체가 부족할 리는 없을 테고

그렇다고 독수리는 밀렵꾼이 사냥하기도 어려운 동물인데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걸까요?

 

예상하신 분도 있겠지만, 역시 그 원인은 인간에게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축을 보호하려는 목축민들 때문입니다.

가끔 사자가 이들의 목장으로 내려와 소를 잡아먹는데

사자가 소를 죽인 후, 함께 나눠 먹기 위해 동료들을 부르러 간 사이

목축민들은 죽은 소에 잽싸게 푸라단이란 살충제를 뿌립니다.

 

이후 사자 무리가 다시 돌아와 소를 먹게 되고

결국, 사자 무리 전체가 죽게 되죠.

 

이렇게 죽는 사자의 수가 케냐에서만 무려 1년에 100마리라고 합니다.

그러니 죽은 소를 비롯해 죽은 사자들의 사체를 먹는 독수리들도

무사할 리가 없었던 겁니다.

 

밀렵꾼들도 문제입니다.

대머리 독수리들은 밀렵꾼들이 죽인 동물 사체를 노리며

밀렵꾼들의 사냥터 상공을 날아다니는데요

독수리들 때문에 밀렵꾼들의 정체가 종종 탄로 나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밀렵꾼들은 자신들이 발각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사냥터 근처에 독극물을 살포해

대머리 독수리들을 죽여 접근을 차단합니다.

 

지난 2015, 생태학자인 오가다 박사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만 지난 10년 간 대머리 독수리의 개체 수가 50%나 감소했는데

감소 원인 중 61%가 독살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50년 동안 개체수가

최대 90% 이상이 줄어들 거라고 내다 봤죠.

 

대머리 독수리들이 멸종하는 게 그렇게 심각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멸종은 생태계에 위험을 초래합니다.

 

이들은 넓은 지역을 이동하며 시체를 청소하는 생태계의 분해자이기 때문이죠.

대머리 독수리 1마리가 1분에 먹어 치우는 고기의 양은

무려 1kg이나 되고,

수십 마리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대머리 독수리 떼는

누 한 마리쯤은 30분이면 뚝딱 해치웁니다.

하이에나 같은 동물들보다 훨씬 더 깔끔하게 사체를 발라먹죠.

 

그런데 만약 이런 녀석들이 사라지면

동물의 사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늘어난 사체에 각종 해충들이 번식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이 해충들은 인간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습니다.

 

사이먼 톰셋 박사는 염소 사체로 실험한 결과

대머리 독수리가 없으면 동물의 사체가 분해되는 시간이

3~4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요

 

톰셋 박사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사체를 찾아오는 포유류가 늘어나고

포유류가 사체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포유류들이 각종 전염병의 숙주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죠.

 

끔찍한 생김새와 끔찍한 식습관을 자랑했던 대머리 독수리가 멸종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생태계는 끔찍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겁니다.

 

사실, 대머리 독수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동물이었습니다.

독수리 형상을 한 고대 이집트의 여신 네크베트

수호자이자 모성의 상징이었고

 

힌두 신화 속에서 자타유라는 독수리 신은

머리가 10개인 라바나라는 악령으로부터

시타라는 여신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기도 하죠.

 

이제 이들을 수호해 주고, 보호해 주며

, 관심을 기울여 줘야 하는 건

어쩌면 인간의 몫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