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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트리케라톱스는 머리에 달린 프릴로 뭘 했을까?

Buddhastudy 2021. 7. 14. 19:17

 

 

 

거대한 코뿔소를 연상시키는 이 녀석은

티라노사우루스와 더불어 많은 아이들의 최애 공룡 중 하나입니다.

 

백악기 후기 대표 뿔공룡인 트리케라톱스는

몸길이는 약 8미터에 무게는 6~12톤이나 됐을 정도로

꽤 거구였은데요

무엇보다 길이가 1미터에 달하는 뿔과

머리 뒤쪽에 달린 넓적하고 두툼~ 한 프릴은

트리케라톱스의 전매 특허입니다.

 

뿔로 티라노사우루스를 들이받는 장면 덕분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었죠.

실제로 이 사진에서처럼 트리케라톱스의 머리뼈 화석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입은 흔적이 많이 발견됩니다.

 

고생물학자 피터 도드슨은 1996, 자신이 쓴 책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트리케라톱스의 뿔에 찍혀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이 둘 사이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있었죠.

 

누나 가젤 등도 포식자가 나타나면 뿔로 들이받는 것처럼

트리케라톱스 역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죽창 같은 뿔로

포식자에게 대항하곤 했던 겁니다.

 

, 최근엔 트리케라톱스의 머리뼈에 난 상처를 조사한 결과

서로 같은 종의 뿔에 찔린 상처가 많이 발견됐는데

이를 토대로 트리케라톱스는 지금의 사슴이나 사향소처럼

뿔로 힘겨루기를 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뿔은 그렇다 치고 녀석의 목을 감싸고 있는 프릴

대체 왜 있었던 걸까요?

프릴 때문에 트리케라톱스의 머리 무게는 450kg에 육박했다는데...

 

그렇다면 녀석은 저렇게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프릴을

왜 굳이 달고 있었을까요?

스타일이었을까요?

 

트리케라톱스의 프릴에 얽힌 비밀,

지금 시작합니다!

 

--

1908, 예일대학교의 리처드 럴 박사는

프릴의 기능을 추측하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프릴과 턱 근육이 이어져 있어, 프릴은 먹이를 씹을 때 도움이 됐다는 주장이었죠.

그리고는 뒷통수와 턱 근육이 이어져 있는 카멜레온과

트리케라톱스가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프릴 화석에서

큰 근육이 붙어 있었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럴 박사의 주장은 완전히 개박살났습니다.

 

이후 일각에서는 트리케라톱스를 비롯한 뿔공룡들의 프릴은

육식공룡의 공격으로부터 목을 보호하기 위한 기관이라는 썰이 제기됐지만

정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뿔공룡들의 프릴을 보면

목을 보호할 정도로 튼튼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프로토케라톱스나 카스모사우루스처럼

대다수 뿔공룡들의 프릴은 구멍이 나 있고 연약했던 겁니다.

 

결국, 프릴이 목을 보호하는 기관이었을 거라는 주장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죠.

다만, 트리케라톱스만큼은 뼈가 꽉찬 프릴을 지니고 있었기에

적극적인 방어도구로 쓰였을 거라는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뿔공룡들에서 봤듯이

프릴이 오롯이 방어를 위해 진화한 기관이라고 보기는 힘들죠.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던 중

1978, 휠러 박사는 체온 조절설을 들고 나옵니다.

 

프릴에는 혈관이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마치,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처럼 트리케라톱스의 프릴도

체온 조절에 쓰였을 것이라고 주장한 거죠.

 

프릴에 피를 쫙 보낸 후 이 피가 햇빛에 데워지면

다시 피를 몸 전체로 보내 체온을 조절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주장에도 허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스테고사우루스만 해도 수많은 골판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판국에

트리케라톱스나 다른 뿔공룡들이 고작 한 개의 프릴로

체온을 조절했다는 건 선뜻 이해가 되질 않죠.

 

게다가 프릴이 체온 조절용이었다면

뿔공룡들의 프릴은 대체로 생김새가 비슷해야 하는데

프롤토케라톱스, 스티라코사우루스, 켄트로사우루스, 카스모사우루스 등

녀석들의 프릴은 생김새가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겁니다.

, 체온조절용이라고 보기엔 프릴 주변에 장식이

쓰잘데없이 사치스러운 종도 있었죠.

 

그렇다면 도대체 이 거대한 프릴은 어디에 쓰였던 걸까요?

장식이란 단어에서 눈치채신 분도 계실 텐데요

그렇습니다.

바로, 성적과 시용이었다는 주장이 나온 거죠.

 

사실, 이 주장은 체온조절설이 등장한 것보다 이전인 1961

비티쉬빌리 박사가 제안했는데요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서 많은 고생물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죠.

 

지금의 공작의 꼬리나 이구아나의 목주머니처럼

프릴 역시 이성을 유혹하는 용도로 쓰였거나

프릴과 이어진 혈관에 피를 흘려보내 프릴의 색을 바꿔

자신의 기분을 표현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 지난 2005년에 마크 굿윈 박사는

성적으로 미성숙한 트리케라톱스의 새끼들에게서도

프릴이 발견된 사실을 근거로

프릴은 성적과시용 외에 종을 구별하는데 쓰였을 거라는 주장을 펼쳤죠.

 

이어, 같은 종 내에서도 개체마다 프릴의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뿔공룡들이 같은 종 내에서도 프릴을 통해

서로를 구분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마치 얼룩말마다 무늬가 다르고,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말이죠.

 

이렇듯 성적과 시용과 종구별용 가설은

프릴의 화려함과 다양성을 잘 설명해 주기 때문에

현재 공룡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릴의 기능을 한 가지로만 귀결시킬 수 있을까요?

특히, 트리케라톱스는 어떤 뿔공룡보다

강력하고 튼튼한 프릴을 지니고 있었고

이는 분명 적극적인 방어 수단으로도 쓰였을 겁니다.

 

고생물학자인 바커 박사 역시,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항하기 위해

트리케라톱스의 뿔과 프릴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공진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는데요

 

중생대 백악기, 트리케라톱스가 엄청난 번성을 누렸던 데에는

분명, 프릴도 강력한 방어 도구로써 크게 한몫하지 않았을까요?

 

백악기 말, 화려한 프릴처럼

공룡 시대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트리케라톱스!

너무나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그들의 프릴

이제는 그 품격이 꽤 높아 보이진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