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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바나나를 먹으면 죽는 원숭이가 있다고?! (feat. 코주부원숭이)

Buddhastudy 2021. 8. 11. 19:10

 

 

 

바나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은 단연, 원숭이입니다.

이 녀석들은 바나나라면 아주 좋아 죽는 걸로 유명한데요

사실 바나나뿐만 아니라 원숭이와 달콤한 과일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그런데 여러분!

열대림에는 우리의 이런 상식을 산산조각 내는 원숭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바나나는 물론이고, 사과, 파인애플 같은 달콤한 과일들은 손도 대지 않는 녀석들이죠.

심지어 이 녀석들은

이런 과일들을 먹으면 건강에 치명타를 입기도 합니다.

 

정말 이런 원숭이가 있을까요?

바나나를 극혐하는 원숭이의 비밀!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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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코주부 원숭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수컷들은 10cm나 아래로 늘어진 두툼한 코를 지녔으며

나팔소리 같은 우렁찬 소리를 낼 때는 코가 벌떡 선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이 녀석들은 독특한 외모만큼 별난 입맛을 지니고 있죠.

바로 달콤한 과일을 싫어한다는 겁니다.

 

태국 마히돈 대학교의 생물학자 분라타나 교수는

코주부원숭이의 주식은 나뭇잎과 씨앗이고, 과일도 잘 익는 것보단 덜 익은 것들만 골라서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교토 대학 영장류 연구소의 마쓰다 이끼 박사 역시

코주부 원숭이의 먹이들을 조사한 결과

먹이의 66%는 어린 잎, 26%는 과일, 8%는 꽃이었는데요

이들이 먹는 과일 중 90,4%가 덜 익은 과일이었습니다.

더 웃긴 건, 잘 익은 과일의 경우에도 과일을 먹는다기 보다는

과일의 과육은 다 발라내고 씨앗만 빼먹는 모습이 자주 관찰됐죠.

 

그런데 여러분,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기지 않나요?

아니, 잘 익은 과일이 영양가가 훨씬 높을텐데

도대체 코주부 원숭이들은 왜 이런 식습관을 갖게 된 걸까요?

 

진화생물학자들은 그 이유를 먹이 경쟁에서 찾습니다.

보르네오 숲은 수십종의 영장류들이 살고 있고 먹이 경쟁이 치열하고

코주부원숭이들은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양가는 낮아도 주변에 널려 있고

구하기도 쉬운 이파리들을 먹는 쪽으로 진화했다느나 거죠.

 

이런 방향으로 진화하다 보니, 이 원숭이들의 장에는

식물 세포의 세포벽을 소화시킬 수 있는 셀룰로스 분해 세균이 잘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이 세균들이 없어, 우리가 먹는 채소들은 고스란히 똥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면, 코주부원숭이들은 셀룰로스 분해균 덕분에 나뭇잎을 무리없이 소화시킬 수 있죠.

 

다만, 이 세균들은 과일의 당분은 잘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코주부 원숭이들은 달콤한 과일을 먹게 되면 소화불량에 걸리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코주부 원숭이가 당분이 많은 과일을 먹으면

위 내부에 산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발효가 빠르게 진행되어 소화기관에 가스가 가득 차서

심한 경우 이 녀셕들의 목숨까지 위험해 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동물원이나 연구소 같은 사육시설에서

이 녀석들을 어렸을 때부터 사료나 과일을 먹이면서 키울 경우엔

코주부 원숭이의 장 속 세균의 종류가 바뀌는 탓에

커서도 과일을 잘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 신기한 녀석들이죠?

 

그런데

사실, 잘 익은 과일을 못 먹는 원숭이들은 이 녀석뿐만이 아닙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에 사는 구대륙원숭이들 중

들창코원숭이, 회색알구르원숭이처럼

콜로부스아과에 속하는 녀석들은 대체로 달콤한 과일을 싫어하고

어린잎이나 씨앗을 즐겨 먹죠.

 

그리고 한 가지 더 신기한 점은 이렇게 이파리를 즐겨먹는 원숭이들은

여타 원숭이들이 먹이를 저장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볼주머니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주변에 널린게 나뭇잎이라서 굳이 볼주머니를 지니지 않아도

굶어 죽지 않기 때문이죠.

그만큼 이들 사이에서는 먹이 경쟁이 없습니다.

 

반대로 볼주머니를 지닌 원숭이들은

그만큼 치열한 먹이 경쟁 속에 살고 있는 거죠.

어쩌면 모든 원숭이가 달콤한 과일만을 좋아할 거란 생각은

우리의 편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바분원숭이는 과일도 먹지만, 어떤 경우엔 나무의 뿌리를 뜯어 먹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송곳니로 토끼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기도 하죠.

, 대나무여우원숭이는 판다처럼 유독 대나무만을 즐겨 먹는

특이한 식습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그니마모셋은

나무에서 나오는 나무진(고무의 일종)을 주식으로 먹죠.

남미대륙에 살고 있는 티티원숭이들은

과일과 잎이 주식이지만 거미나 개미 같은 곤충둘도 잡아먹는데요

이처럼 원숭이들은 저마다의 서식 환경에 맞는 식습관을 지니고 있죠.

 

그리고 이렇듯 과학은 우리가 가졌던 뿌리 깊은 편견을

깨뜨려 주는 도구가 되어 주기도 하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 한 마디로 영상을 마칩니다.

 

과학은

세상을 보는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