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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인간에게만 흰자위가 있는 놀라운 이유!

Buddhastudy 2021. 8. 10. 19:12

 

 

 

침팬지의 눈, 고양이의 눈, 강아지의 눈, 그리고 우리의 눈

혹시 차이점,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바로 흰자위입니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 중 인간처럼 눈에 흰자위 면적이 넓은 동물은 없습니다.

흰자위를 과학적인 용어로는 공막이라고 부르는데요

2001, 일본 고바야시 박사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나무에 사는 원숭이는 물론, 숲에 사는 고릴라나 오랑우탄, 침팬지까지

다양한 영장류들과 비교해도 인간의 공막은 가히 압도적으로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오랑우탄보다는 무려 3배나 크죠.

간혹 침팬지 중에 돌연변이로 넓은 공막을 지닌 개체들이 태어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넓은 흰자위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간은 왜 이런 흰자위를 갖게 된 걸까요?

흰자위 속 감춰진 진화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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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에서는 인간이 지닌 넓고 흰 공막을 사회성과 관련지어 생각합니다.

이른바 협력적인 눈 가설인데요

무리를 이루고 서로 협력이 필요했던 인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잘 읽기 위해

공막이 하얗고 넓어지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선이란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공막이 어두운 것보다 하얀 편이

또 그 면적이 작은 것보다는 큰 편이

눈동자의 움직임을 캐치하기 쉽다는 얘기죠.

 

진화생물학자 장대인 교수는 <울트라 소셜>이란 책에서

인간의 흰 공막은 인류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 곳으로 주의를 집중해야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는데요

한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회사에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직원 한 명이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죠.

팀장이 이 직원을 몇 초 동안 말없이 바라봅니다.

그러면 나머지 팀원들도 팀장의 시선이 향하는 쪽을 바라보겠죠?

그 이후 상황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처럼 넓은 흰자위는 눈동자가 더 잘 드러나게끔 해 줘서

소리나 동작 없이 시선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상을 알려 줍니다.

 

뿐만 아니라, 놀랄 때 눈을 크게 뜨면 흰자위가 더 많이 보이는 등

넓은 공막 덕분에 우리는 상대방의 시선은 물론 감정 상태까지 좀 더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인류처럼 협력이 중요한 집단에서는

시선의 방향을 잘 예측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흰자위가 넓은 개체들만 자연선택되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이 가설이 말이 되려면

실제로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타인의 시선 변화에 민감하다는

관찰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요

그 증거는 2007, 영장류학자인 마이클 토마셀로 박사가 진행한

실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침팬지, 고릴라, 보노보 등의 유인원과 인간 아기를 대상으로

인간 실험자의 눈동자와 고개의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하지는 관찰했습니다.

 

일명 시선 따라가기라고 부리는 이 실험은 총 4가지 조건에서 이뤄졌는데요

첫 번째는 실험자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는 것!

두 번째는 고개는 움직이지 않고, 눈동자만 올려 천장을 보는 것!

세 번째는 고개와 눈, 모두 천장을 보는 것!

네 번째는 고개와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 앞을 보는 것이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먼저 유인원들은 고개 방향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험자가 눈을 감고 있었음에도 고개를 돌리면 고개를 돌린 쪽을 바라봤죠.

반면, 인간의 아기는 달랐습니다.

눈을 가리고 고개만 돌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고개는 가만히 있고 눈동자만 움직이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죠.

 

실험에서는 눈동자의 시선 변화가 고개만 돌리는 것보다

5배나 효과가 컸습니다.

이는 아기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눈동자의 위치 변화가 가장 중요했다는 것을 뜻하죠.

 

또 자폐 연구에서 나온 결과 역시

크고 하얘진 공막이 인간 집단의 사회적 협력과 관련이 깊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줍니다.

 

자폐는 사회적 소통 능력에 장애를 지닌 것으로

자폐증에 걸린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에 집중을 잘 못하고

사람과 눈을 맞추고 있는지도 잘 알아채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2017년 하버드대 신경생물학자인 마가렛 리빙스톤 교수는

자폐증 가능성이 높은 아기들에게 부모가 눈을 자주 맞추면

자폐증 발병률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신경과학에 실었죠.

 

이 연구들은 상대방과 시선 교환이 사회적 소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인류학과의 쉽먼 교수는

인간의 이런 협력적 시선 읽기

협동에서 먹잇감을 소리소문없이 사냥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거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하얀 공막이

수만 년 전, 개를 훌륭한 사냥 파트너로 길들이는 과정에서

커졌을 수도 있다는 꽤 발칙한 가설도 제안했습니다.

, 사냥개에게 자신의 시선을 효율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인간은 그 흰자위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거죠.

 

쉽먼 교수가 가설의 근거로 들었던

헝가리의 인지과학자인 에르노 테글라스의 실험에 따르면

개는 영상 속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는 행동은 물론

또 인간의 아기처럼 인간의 고개 방향보다는 시선 방향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냥에 개를 이용하면

설치류인 아구티를 찾을 확률은 9, 아르마딜로를 찾을 확률은 6배나 높아진다고 하니

과거 인류 조상들은

개와 효율적인 소통을 함으로써 분명 생존에 이점을 얻었을 겁니다.

 

물론 이것보다는 앞서 말한 사회적 협력 가설이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요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건

인간의 흰자위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이란 사실입니다.

 

그래서 각종 에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인간이 아닌 캐릭터에 인간다움을 불어 넣기 위해

흰자위를 넓고 크게 만들었던 건 아닐까요?

 

영상을 보고 나니 어떤가요?

거울 속에 비친 여러분의 흰자위가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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