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마인드·드러내야산다

[뉴마인드] 인간의 역사를 바꾸는 생명체 I 역사를 과연 인간이 주도하는가?

Buddhastudy 2023. 10. 24. 19:33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이후 전 세계로 확장해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수렵채집인이었던 인류는

험난해 보이는 이동 여정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항상 함께한 생명체들이 있었습니다.

, 바퀴벌레, 진드기, , 벼룩, 기생충 등의 작은 동물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수의 세균, 바이러스, 원충, 곰팡이 등의 미생물입니다.

 

지구에서 고작 몇 십, 몇 백만 년을 살아온 인간에 비해

미생물은 약 40억 년을 살아왔습니다.

미생물 중에는 수렵 시대에는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농업혁명 이후 정착했을 때는 가축에서 사람으로 숙주를 넓힌 종도 많습니다.

 

인류가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했듯이

미생물도 마찬가지로 숙주의 진화에 맞추어 변화했습니다.

 

미생물에게 인간과 같은 포유동물의 체내는

온도가 일정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천혜의 환경입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침투하여 번식을 시도합니다.

 

미생물 대부분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나

숙주에게 병을 옮기는 병원성을 지닌 미생물은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양쪽의 성질을 아울러 가지고 있어

인플루엔자와 풍진과 헤르페스 등 수많은 질병을 유발합니다.

감염되면 세포가 손상되거나

미생물이 영양분을 가로채 쇠약해지거나

유전자를 탈취해 멀쩡한 세포가 암세포로 둔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숙주는 면역이라는 방어시스템을 발달시켜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회유하는 작전을 구사합니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숙주가 미생물의 공격에 패배해 사망하거나

숙주측의 공격이 먹혀들어 미생물이 사멸하거나

숙주와 미생물이 평화관계를 구축하거나

숙주와 미생물이 각자 철통 방어에 나서 끝없는 싸움을 되풀이하는

4가지의 경우로 나타납니다.

 

초기 소규모 단위 수렵채집인이었던 인간들에게는

병원성 미생물은 비교적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감염병이 발생해도 소수의 감염 집단이 전멸하거나

감염원에서 도망치면 자연스럽게 돌림병도 잦아들었습니다.

 

그러나 농업혁명 이후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미생물과의 전쟁은 인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초기 인간의 정착 장소는 물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염병의 집단 발생은

물을 매개로 감염되는 수인성 질병이 제일 먼저 나타났습니다

 

특히 농업의 필수요소인 관계시설을 만들면서

물이 얕게 고여 있는 수로를 팠는데

이런 수로는 곤충과 고둥류 등

병원체의 숙주가 되는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었고

감염병이 활개를 칠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질병이 모기가 매개체인 말라리아입니다.

역사에 등장하는 말라리아는

기원전 1만 년에서 기원전 8000년 무렵

농경의 시작과 같은 시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농업의 보급과 더불어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고대 이집트 미라 여러 구에서도 말라리아 원충 DNA가 발견되어

당시에도 말라리아가 유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모기장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농업이 퍼트린 또 하나의 감염병은

강과 호수, 늪에서 식하고

물을 통해 사람에게 옮겨오는 주혈흡충증입니다.

 

원래는 하마의 기생충으로 추정되는데

고도로 발전한 관계시설을 완성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등의 초기 농경사회에는

이미 이 병이 만연했습니다.

 

4000년 전 파피루스 문서에도 관련 기록이 있고

투탕카멘의 미라 장기에도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습니다.

 

정착생활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 사회에 자리잡은 감염병은

배설물을 매개로 전염하는 소화기계 질병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마을은 마실 물과 폐수를 특정 하천에 의지했기에

상류에서 오수를 흘려보내면 하류의 마실물도 오염되었습니다.

 

상수와 하수의 두 가지 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였고

초기 사회에서 수지를 오염을 해결할 수 있었던 마을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생충 관련 질환과

콜레라, 이질, 티푸스 등의 소화기 관련 감염병이 만연했습니다.

 

상하수도 분리를 최종적으로 해결한 나라는

고대 로마였습니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1세기에 매몰된 폼페이 유적에서는

가로 세로로 뻗어 있는 상하수도와 수세식 변소가 발굴되었습니다.

 

그러나 로마의 활약으로 상하수도 분리에 성공한 유럽도

수원지 오염은 막지 못했습니다.

정화시설은 1869년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갖춰졌고

그전까지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찾기 위해

수원을 상류로 계속해서 옮기거나 우물을 새롭게 파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농업혁명 이후 가축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인간에게

동물 유래 감염병이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개와 65, 소와 55, 양과 46, 돼지와 42종의 질병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소에게서 홍역, 천연두, 결핵, 디프테리아, 탄저병, 광우병이

돼지에게서 백일해, E형 간염이

거위와 같은 오리류에서 인플루엔자 등이 왔습니다.

 

도시화가 진행되며 정착해서 거주하는 지역의 인구가 늘어나자

전염병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새로운 대유행이 출연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각 세기에 그 시대를 배경으로

세계적으로 유행한 감염병이 있었습니다.

 

13세기 한센병

14세기 패스트

16세기 매독

17~18세기 천연두

19세기 콜레라와 결핵

20~21세기 인플루엔자와 에이즈입니다.

 

대유행을 일으키는 감염병은

인구가 과도하게 밀집한 사회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미생물은 인류의 역사에 막대하게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14세기 페스트로 세계 총 사망자 수는

7,500만 명~ 2억 명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설치류인 마멋이 자연 숙주로 추정되는 페스트로 인한 인구의 급감으로

많은 농촌이 유령마을로 변했고

장원 영주와 농민의 관계가 역전되었습니다.

 

해마다 조세를 내던 농민이

거꾸로 품삯을 받아 농사를 짓는 방식이 일반화되며

중세 사회가 붕괴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또 무력한 기독교 교회에 대한 불신감이 싹터

얀 후스와 마틴 루터 등의 종교개혁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대인 배척 분위기도 강해졌고

인심이 흉흉해지며 곳곳에서 마녀재판이 열렸습니다.

 

15세기 말까지 신대륙은

천연두나 홍역 바이러스와는 무관한 바이러스 청정 대륙이었습니다.

지리적으로 격리된 소규모 말이 많았고

가축 이용도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축유래 질병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일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유럽에서 유행한 질병에 대한 면역도 없었습니다.

 

카리브해의 산토도밍고섬이

콜럼버스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을 당시

이 섬의 인구는 약 100만 명이었습니다.

 

이후 1519년 스페인이 들어오며

이 섬에 최초로 천연두가 들어왔고

노예사냥 및 학살과 맞물리면서 이후 40년 사이에

이 섬 인구는 고작 몇백 명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스페인의 정복자는 유럽의 온갖 질병을 신대륙으로 가져왔고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친 질병이 천연두와 홍역이었습니다.

 

 

1521년에 오늘날의 멕시코시티인 아즈텍의 수도 테노티치틀란을 포위한

스페인의 에르난 코르테스는

정복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는데

사실 최후의 공격을 하려고 아즈텍군을 기다리던 그는

아즈텍군이 아무리 기다려도 쳐들어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병사들을 이끌고 수도로 돌진했습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미 누군가에 의한 공격에 무너져 파괴된 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바로 천연두로 사망한 시신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하게 나뒹굴거나 산처럼 쌓여 있었던 것입니다.

 

16세기 초에 아즈텍 인구는 약 250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신항로 개척으로 유럽인이 건너오고 난 후인 1550년에는 600만 명으로 줄었고

1600년 무렵에는 약 100만 명까지 감소했습니다.

몇 천년에 걸쳐 고도로 발전한 아즈텍은 결국 허망하게 무너졌습니다.

 

1525년에서 6년에는 잉카제국으로 침공해 스페인군이 쳐들어갔는데

이미 인구 급감으로 잉카제국의 정치 기반이 붕괴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천연두에 뒤를 이어 홍역, 티푸스, 인플루엔자, 폐렴, 페스트, 말라리아 등

유럽에서 넘어온 감염병이 대유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1500년 당시 세계 인구는 약 5억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약 4천 만에서 1억 명이 남북 신대륙에서 살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상륙한 후

불과 50년 만에 100만 명으로 급감했습니다.

 

감염병은 초기에는 우연히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감염병이 발휘하는 막강한 위력에 놀란 서구인들은

질병을 의도적으로 이용했습니다.

농원 조성 등에 걸림돌이 되는 선주민을 제거하기 위해

홍역 환자가 입었던 옷을 선심 쓰듯 주는 등

악질적인 세균전을 수행했습니다.

이때 의복을 받은 부족은

현재는 완전히 명맥이 끊어져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17세기에 유럽으로 제2의 페스트 물결이 간헐적으로 밀려왔습니다.

1663년에는 네덜란드, 1665년에서 6년에는 영국 런던에서 페스트가 유행했습니다.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저자인 대니얼 디포는

시민의 4분의 1이 사망했던 당시에 참상을 <감염병 연대기>에서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근데 과학사를 바꾸는데도 미생물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페스트 때문에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폐쇄되자

아이작 뉴턴은 고향인 울즈소프로 돌아가

만유인력의 법칙 등의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그의 평생 업적은 거의 1년 사이에 피난시절에 집중되어

놀라운 해라고 일컬어집니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제철 탄광 기계 등이 발전을 이루었지만

도시 근로자의 생활과 사고방식은 중세 그대로였습니다.

이것이 최악의 위생 상태를 초래해 감염병이 맹위를 떨쳤습니다.

인구 급증으로 주택과 상하수도, 쓰레기 처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저임금과 실업 등으로 빈곤층이 발생해

슬럼가라 부르는 도시 빈민 밀집 구역을 형성했습니다.

동시에 범죄와 매춘도 늘었습니다.

도시는 감염병의 온상이 되었고

비위생과 과밀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온갖 감염병이 만연했습니다.

 

목욕습관이 있던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고

세탁은 거의 하지 않았기에

대부분 만성적인 피부병을 달고 살았고

이가 들끓어 발진티푸스가 수시로 유행했습니다.

 

산업혁명 시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질병이 콜레라입니다.

원래 콜레라는 인도 벵갈지방의 풍토병이었습니다.

환자의 배설물과 함께 배출되는 세균이 일으키는 질병으로

당시 감염자의 절반이 사망한 무시무시한 질병이었습니다.

19세기 초 영국군의 침략의 계기로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되어

세계 곳곳에서 수십만 명이 죽었습니다.

 

산업혁명이 촉발한 또 하나의 감염병은 결핵이었습니다.

보균자가 기침하면 침방울 속에 섞여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

그 균을 들이마신 사람이 감염됩니다.

 

도시 인구 밀집, 비위생적이고 가혹한 노동 환경 등으로 인해

결핵은 17에서 19세기에 걸쳐

유럽과 북미의 전체 사망에 20%가량으로 추정될 정도였습니다.

 

전쟁이 터질 때마다 군인도 일반 시민도

식량 부족과 부실한 영양 상태, 비위생적 환경 등으로 감염병을 부추겼습니다.

특히 군대는 젊은 남성이 모여 장기간 공동생활을 하기에

감염병이 활개치기 최적의 환경이라

천연두, 말라리아, 페스트, 이질, 콜레라, 티푸스, 결핵, 인플루엔자, 매독, 임질, 에이즈 등이

군대에서 반복적으로 유행했습니다.

인간의 전쟁사에서 미생물은 승패를 가르는데 막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431년에서 기원전 404년까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한창일 때 역병이 창궐했습니다.

이 전쟁은 아테네를 맹주로 하는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뭉친 펠로폰네소스 동맹 사이에 벌어진 싸움이었습니다.

 

펠로폰네소스 동맹의 공격에

아테네는 성문을 굳게 닫고 지키는 농성작전으로 저항했습니다.

그런데 농성을 위해 인구 밀도가 높아진 성안에서 감염병이 발생했고

성안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하는 최악의 결말을 초래했습니다.

학자들은 아테네를 덮친 병의 정체를 천연두와 발진티푸스, 패스트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아테네가 패배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고

델로스 동맹의 해체를 가져왔습니다

 

181260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로 쳐들어간 나폴레옹의 군대에

발진티푸스가 돌았습니다.

러시아 군과의 전투에서 나온 사망자가 약 10만 명이었던 데에 비해

발진티푸스로 인한 병사자는 약 22만 명에 달했습니다.

 

1853년에서 6년 러시아의 남방 진출을 저지하려던 영국은

프랑스와 함께 터키 측에 가담해 그 유명한 크림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

2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 중 3분의 2는 병사자로 대부분 콜레라, 성홍열, 천연두, 홍역 등의 감염병에 의해 희생되었습니다.

 

1861년에서 65,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군에서 약 49만 명의 병사자가 나왔는데

말라리아가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미국과 스페인이 맞붙은 1898년 전쟁에서는

양군의 사망자 87%가 티푸스환자였습니다.

 

1차 세계대전 총 전사자 972만 명 중 589만 명

60%가 아사를 포함 병사했습니다.

특히 전쟁 막바지에는 연합국측과 동맹국측 양쪽에

스페인 독감이 폭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병사자의 3분의 1은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고

이 때문에 전쟁을 지속하기가 곤란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동남아시아 전선에서 말라리아가

유럽전선에서는 발진디푸스가 유행했습니다.

모기와 벼룩이 매개체가 되는 감염병으로

연합국측은 살충제인 DDT로 대응했는데도 50만 명의 미군이 감염되었습니다.

 

역사상 전쟁에서 사망한 장병 중 적어도 3분의 1에서 절반은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세균을 사멸하기 위해 항생 물질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1940년대에 푸른곰팡이에서 발견된 대표적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이 사용되기 시작하고

페니실린 발견을 계기로 다양한 항생물질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에는 페니실린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내성균이 출연했습니다.

내성균은 허무할 정도로 빠르고 쉽게 항생 물질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이 정도로 단기간에 내성균이 퍼진 데는

수평유전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수직 이동하는데

바이러스는 생물 개체사이에서 수평적으로 유전자를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인간이 새로운 특효약을 내놓으면 금세 또 내성균이 출연하고

이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항생물질의 남용을 경고했습니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주요 세균들이 계속해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복용한 약은 체내에서 모두 대사되지 않고

효과를 유지한 채 배설되어

화장실을 통해 하수로 흘러가는 성분도 많습니다.

 

항생물질이 일으키는 수질오염은

물을 통해 감염되는 세균이

환경에서 내성을 획득하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세균은 항생 물질을 무력화하는 효소를 만들어내

자신의 유전자 구조를 바꿈으로써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변신하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미생물의 세대교체 시간과 변이 속도를 고려하면

항생물질과 내성 획득이 벌이는 술래잡기는

압도적으로 미생물측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세대교체에는 약 30년이 걸리는데 비해

대장균은 조건만 맞으면 20분에 한 번 분열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는 사람의 50만에서 100만 배에 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생물을 모두 사멸시키는 것도 불가능하겠지만

그렇게 해서도 안됩니다.

 

사실 우리 몸에는 상재균이라 부르는 미생물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우리 몸에 서식하는 세균입니다.

우리와 서로 배제하거나 공생하며 일정한 조화를 이루어 공존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는 대장균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다당류와 전분질의 분해를 돕고

지방 축적에 관여하는 비타민과 호르몬을 생성합니다.

 

면역계의 발달에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유해 세균 번식을 방지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질병을 일으키는 문제의 원인으로만 취급을 받았었지만

RNA바이러스의 일종인 레트로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른 생물의 유전자로 바꾸어

생물진화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003년에 사람의 게놈, 즉 유전정보가 모두 해독되고 나서

단백질을 만드는 기능이 있는 유전자는 불과 1.5% 밖에 없고

전체의 약 절반은 바이러스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대부분 트랜스포존, 이동유전인자라 부르는 유전자로

염색체 내에서 자유롭게 위치를 이동할 수 있는 유전자의 단편을 말합니다.

진화 과정에서 사람의 유전자로 둔갑한 셈입니다.

사람을 포함해 어떤 생물에게나 바이러스에서 비롯된 유전자가 들어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포유동물의 태아를 지켜준다는 사실도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임산부에게 태양의 유전 형질 절반은

아버지로부터 와서 어머니의 면역계에는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따라서 어머니의 신체에 태아가 있으면

모체가 일으키는 면역 반응으로 인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태아를 보호해 주는 세포막을 바이러스가 만들기 때문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모체의 림프구는

태아의 혈관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저지당합니다.

바이러스 덕분에 생명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생물 덕분에 살고 미생물로 인해 죽기도 합니다.

인간의 사회 변화 틈새를 노리고 침입해 오는 병원체는

세계화된 지구에서 과거보다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듯 인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쳐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사람들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생명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