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대구교구 교우들을 위해서
토요일날 이제 강의를 갔어요.
그때도 한 천 명 이상 모였어요.
근데 오전 10시 강의인데
저는 항상 어디든 2시간 전에 도착을 해요.
강의 2시간 전에 도착해서 미리 이제 밥을 먹어요.
근데 이제 밥 먹을 때는 옷에 튀면 안 되니까 항상 사복을 먼저 입어요.
사복을 입고 허름한 청국장 찌개집, 아침에 국 찌개집을 들어갔어.
찌개집을 딱 들어갔는데
아주 멋있게 생긴 노신사가, 머리에 하얀 노신사가
나를 딱 보더니 눈이 점점 커지는 거야.
그러니까 나를 아는 거지.
나를 아는데, 근데 로만칼라가 아니니까 긴가민가했나 봐요.
그렇다고 내가 가서 ‘저는 황창현 신부입니다.’
이렇게 할 수가 있나?
그냥 아시는 걸로 끝나는 거죠.
그 노신사 먼저 밥이 나왔어요.
근데 밥을 독특하게 드시더라고.
밥이 나왔는데 밥 몇 숟갈을, 몇 알을 뚜껑 위에 딱 올려놓더니
잠깐 이러더니 밥을 먹기 시작하더라고.
독특하다.
저건 개신교법도 아닌데
우리 천주교 법도 아니고.
나도 밥이 나와서 성호를 긋고 밥을 먹으려고
사복을 입었어도 성호를 그으니까
그때서야 그 노신사가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혹시 황창연 신부님이시냐’고.
그래서 ‘나 황창현 신부 맞다’고
그랬더니 자기 불자라는 거예요.
불자인데 신부님 행복특강을 돈도 안 내고 너무 잘 본다는 거야.
어쩜 이렇게 젊은 신부가 모르는 게 없냐고.
자식들한테 한 푼도 주지 말고 다 쓰고
통장에 500만 원만 남기라는 말
너무너무 공감한다고
너무 고맙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분이 불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밥을 몇 알을 떠 놓고 뚜껑에 올려놓는지 알아요?
영혼밥 떠놓은 거예요. 영혼 밥.
아까 내가 사자밥 말씀드렸죠?
우리 죽으면 영혼들 떠나보내듯이
여러분들 우리도 밭에 나가고 일할 때
참 나오면 밥 몇 알뿌리면서 뭐라 그래요?
고수레
이게요, 제가 아까 얘기했지만
영혼은 천주교 신자들만의 공유물은 아니에요.
모든 인간들이 죽어서 영원한 여행을 떠나는 거예요.
그 여행을 우리는 좀 안전한 동아줄을 받고 떠나는 거고
하느님 믿지 않는 사람은 어느 줄을 잡아야 하는지 모르고 떠나는 것뿐이죠.
우리는 좋은 줄을 잡고 있는 거죠.
영혼밥 떠 놓은 거죠.
그래서 그 노신사는 밥 먹고 갔어요.
나도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려고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아까 그 노신사가 밥값을 내고 갔다는 거예요.
내가 그때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어요.
우리 천주교 신자들이 밥 먹을 때 반드시 성호를 긋고 먹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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